연년세세| 황정은 | 창비

한영진은 갓난아기와의 간격이 조금 벌어진 뒤에야 아이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아이를 유심히 보고 싶은 마음, 다음 표정과 다음 행동을 신기하고 궁금하게 여기는 마음, 찡그린 얼굴을 가볍고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 관대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 인내심...... 모든 게 그 간격 이후에야 왔다. 한영진의 모성은, 그걸 부르는 더 적절한 이름이 필요하다고 언젠가 한영진은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타고난 것이 아니고 그 간격과 관계에서 학습되고 형성되었다. 그건 만들어졌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한영진은 둘째를 낳을 수 있었고, 첫 번째 보다는 여유 있게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지금은 좋아했다. 이순일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한영진은 알고 있었다. 이순일의 노동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오랜만의 황정은이다. 

토지를 보고 나면 경상도 사투리가,

태백산맥을 읽고 나선 전라도 사투리가 그렇듯

읽고 나면 말투를 따라하게 되는 것 같은 작가 황정은

담담하지만 할말은 하는 성격의 소설이랄까. 

이번 황정은은 좀 황정은 같지 않기도 했는데 

이게 황정은 완성과정의 단면인지

아니면 잠깐의 자극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도 매력적.

파묘

이순일의 할아버지 무덤을 파묘하러 가는 이순일과 한세진 그리고 다른 가족 한만수와 한영진의 이야기이다.


하고 싶은 말

일찍 가족의 생계를 지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는 없었다-에 눌린 한영진의 이야기


무명

새벽 우물가에 물을 길으러 다니던 어린 시절부터의 이순일과 이순자들의 이야기


다가오는 것들

한세진과 하미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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