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에너미|Best of Enemies|2015



한번쯤 보고 싶었다, 제대로된 보수와 진보의 논쟁.
민주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아직은 상위 20%가 부의 5%를 차지하고 있던 나름 평등한(?) 시대의 두 논객과
abc방송국의 앙증맞은(?) 역사가 어우러진다.
당시는 버클리가 운영하던 보수파 잡지의 정기구독자가 10만이 넘었을 정도였는데
이 두사람의 논쟁과 abc방송국의 전략이
인쇄매체에서 방송으로 구심점이 옮겨간 시작이라고 한다.

윌리엄 버클리는 주지사에 낙선한 적 있는 공화당 정치인이고
고어 비달은 정치를 지망하기도 했으니 논쟁적인 소설 등을 쓴 자유주의 작가라고 한다.
둘은 중산층 이상에서 성장한 지식인들로
특이하게도 고어 비달은 대학은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두사람의 논쟁은
시청률이 뒤처지며 공화당 전당대회를 장시간 방송할 여력이 안되는
후발 방송국의 생존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꽤 여유있는 농담을 하며 거침없이 몰아대기도 하는 두 사람의 설전은 인기폭발이었다는데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막말까지 그대로 방송이 됐다
마지막 토론 이후로는 죽을때까지 웬수지간이 될 정도로 치열했던 논쟁이라니...

꽤 재미있었는데도...
기대했던 품격있는 정치논쟁은 좀 부족했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주장이 더 있길 바랬는데
하필 가장 치열했던 시위대와 진압에 대한 논쟁에서
두 사람이 거의 주먹다짐 직전까지 갈 뻔한 막말로 마무리되는 바람에
시위대의 피해가 시위대의 지나친 도발, 경찰의 과잉대응이므로
절차를 준수하자는 평범한(?) 보수주의자 버클리와
그를 네오나치라고 비난하는 비달의 입장만 봤을 뿐이다.

제일 재미있었던 건 미국의 사상논쟁이다.
우리나라의 '빨갱이'가 하는 일을
미국에서는 반대 편에서 '네오나치'가 하고 있었다.
보수들은 언제나 네오나치라고 싸잡혀 욕먹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고 한다.

그 다음은 그래도 인격적인 윌리엄 버클리다.
방송 중 비달의 네오나치라는 말에 흥분을 참지 못했던 윌리엄 버클리는
평생 그 일을 부끄러워했던 것 같았다.
부끄러움을 아는 보수-분명했던 차이점이다.

고어 비달의 언변은 꽤 매력적이었지만
로만 폴란스키의 성범죄 피해자인 10대 소녀를 비난했다는 기사에 할 말이 없어졌다...

이런 논객들의 이야기
다른 나라 버전으론 없을까?
좀 더 멀쩡한 버전으로
좀 더 주제에 집중한 버전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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