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서태지

좀 쇼킹하긴 했다-아니 실은 첫날은 나도 이상할만큼  꽤 심난했다.
서태지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즐긴 게 컴백 이후라
공연도 이제껏 서태지심포니와 버뮤다콘서트 밖에 보질 않아
골수팬이라 하기 부끄러운 스펙이니
심난한 내가 웃길 정도.

자세한 개인사는 별로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인터넷 뉴스를 점령해버린 타이틀을 다 피해가진 못해서 
호기심에 몇개 클릭해보고는 있지만
글쎄.
이지아 조차도 별로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안든다.
해피엔딩이 아닌 마당에야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은 분명하니.

지난 주였나,
나는 가수다를 보다가 박혜진의 멘트에 뜨악했었다.
'국민여러분'이라고?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니네 프로를 보는게 아니라
TV가 있고 관심이 있어 보는 '시청자'라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국민적'관심으로 과장하고 싶긴 하겠지만
내가 우리 엄마 딸이라서 월급받는 게 아닌 것 처럼
사람들은 여러가지 역할을 산단 말이다.

그러니까 대국민해명 같은 건
서태지 기사 덕분에 묻혀버린 BBK김경준 회유사건의 수혜자인 MB나
같은 날 금산분리법을 없애기로 합의한 국회의원들 같이
'국민'을 달고 사는 사람이 해야하는 거라구. 
(이걸로 MB는 서태지에게도 미운털. 
하필 같은 법무법인이라니-태지야, 변호사 잘 못 골랐다).

첫날 철렁했던 것은
서태지의 노래가 전과 똑같이 들릴까 였는데
오늘 들어보니
똑.같.다.
이로써 나에게 서태지는 나의 흥을 끌어내주는 음악의 존재였음을 다시 확인했다.

처음의 충격이 가신 지금은 오히려 서태지가
하루 세번 방부제와 보톡스를 장기복용하는 외계인이 아니라
의지하고 싶을만큼 외롭기도 했고
세상을 잊고 사랑도 한
'사람'같아서 좋다.

변함없이 잘 자라줘.
그리고 들려줘.
나는 내 흥이 정말 소중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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