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슈베르트는 고요와 사색-말이 좋아 사색이고 실은 불면증퇴치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ㅎ-이었다.
그런데 폴루이스의 슈베르트는 무척이나 드라마틱한-내 식대로는 좀 야한-음악이었다.
하긴, 방랑자 같은 곡은 생각해본다면 사색적인 분위기라 하더라도 슈베르트가 조용하기만 한건 아니었는데.
때로는 힘 있게, 때로는 사근사근하게 들려준 폴루이스.
피아노 소리가 좀 다채롭게 느껴지기도.
선곡을 보더라도 그의 슈베르트는 내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긴 했지만
이런 곡들을 골라 낸 그를 통해 슈베르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폴루이스의 베토벤도 이렇게 드라마틱 할까.
드문 슈베르트 연주라 성남아트센터까지 찾아갔는데.
솔직히 공연장은 좀 실망이었다.
일단 왕복 3시간에 달하는 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숨겨진 지하보도를 찾느라 좀 헷갈렸고,
(요즘 세상에 횡단보도가 아닌 지하도--;;)
산을 긁으면서 지었는지 세로로 배치(방문자 입장에서)된 건물들도 찾기 불편했다.
콘서트홀은 맨 뒤였는데 '빛의 계단'이고 뭐고
쪽 펴서 굴러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손가락 보는 재미에 내가 좋아하는 2층 사이드좌석은 반듯하게 1층 관람석을 향해 있어
무대를 향해 정확히 목을 돌려줘야만 했다.
거기다가 여유공간도 없이 바로 앞에 난간이 보이는 바람에
철창사이로 연주자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새로 지은 공연장일텐데 관람객과 공연을 위한 배려는
90년대에 지어진 예술의 전당은 커녕 세종문화회관만도 못한 것 같다.
3년 전 아람누리같은 어수선하고 소란스런 분위기.뭐, 이건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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