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백과사전|사라 에밀리 미아노

당신이 첼로를 연주한다고 생각해봐요. 당신이 연주하는 음악은 청중 속으로 흘러가지만, 또한 당신 존재의 핵 속으로도 들어갑니다. 왜냐면 어찌되었든 당신은 그 순간 첼로와 조율되어 있기 때문이죠. 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우리가 하나의 현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나의 현입니다. 우리의 육체적 특징은 수십억 개의 DNA가 작은 음표들처럼 모여서 이루어진 겁니다. 여기에 지리, 배경, 기타 등등의 요소들이 더해져 저마다의 고유한 음역을 형성해나갑니다. 그 다음에는 또 우리가 행동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모든 것이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심리적 차이를 일으키는데, 이 차이들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음역을 변경시킵니다. 인생은 여러 현들이 겹겹이 쌓인 층이 맞습니다만, 그렇더라도 가장 기저에 있는 현만은 절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이 점이 끈 이론과 사랑과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의 개별적 현은 타인의 개별적 현에 공명합니다. 그리고 인생은 가끔 우리에게 우리와 완전히 조화되는 타인을 만나게 해줍니다. 이럴 때 우리는 DNA단계보다 상위에 있는 지배적이며 압도적인 매력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한편, 이 세상에는 우리와 정반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살고 있으며, 이 '정 반대의 매력'이 생겨난 건 그들이 자신들 현을 다른 방식으로 조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선택한 사람들에게 더 끌리며, 자신의 현과 닮은 게 거의 없는 현에 따라 우리의 현을 조절합니다. 그럴 때 현과 현은 충돌하게 되고, 그 충돌에서 현들은 함께 소리를 내며 더욱 커다란 풍부함으로 발전합니다. 때문에 사랑에 빠진 당신이 그 감정을 표현하거나 애정을 전시하지 않을 때에도, 당신은 멜로디 속으로 녹아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심포니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이니까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요? 당신 때문에 내 가슴이 이토록 아프다는 걸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란 아주 쉽습니다. 심지어 잘 모르는 사람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죠. 하지만 고문처럼 깊은 고통을 주는 아는 사랑하는 사람 뿐입니다. 자신이 알아가는 대상 또는 마음을 뺏으려 애쓰는 대상으로부터   거절당하면 순간적인 분노가 치밀기 보다는 당혹스러움에 빠지게 됩니다. 거기서 비롯된 고통은 놀라울 정도로 아주 날쌔고 강렬합니다. 오늘 난 당신이 얼마나 빨리 내 심장에 날카로운 손톱자국을 낼 수 있는지 새삼 확인했습니다.


그대는 유스테 뮤즈, 한기로 사람을 감염시키는 마귀다. 그대에게 감염된 인간은 발작을 일으키고, 이 신경이 죽어 이빨이 떨어져 나간다. 그대는 거인 위미르의 자손 흐림수르사르, 그대는 얼음조각이다. 그대는 눈의 여인 화이트아웃 때 자신을 드러내지. 남자들을 잠에 빠뜨려 죽이는데, 죽기 전에 남자들은 그대의 모습을 꼭 보아야 한다. 


연금술에서 죽은과 대면하거나 연기하려는 욕구, 또는 극복하려는 욕구는 사물들이 가진 생명력의 고통과 부활과 질문들이라는 상징을 낳는다.


저항: 서로 상반된 힘들이 갈등하며 우주를 항진시키는 하나에 통합되는 것


"내 바람은 당신을 지켜보는 것, 오로지 그 하나입니다"라는 글을. 이 글을 해가 떠오르자마자 발견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글을 쓴 이는, 내가 잠에서 깨기 전이나 어젯밤에 이 글을 써 놓고 갔을 것이다. 거친 눈발을 헤치며 내 창문으로 다가와 장갑 낀 손으로 썼으리라.


가이아는 자신의 젖가슴에서 흰빛이 도는 달콤한 에센스인 'white snow'를 짜내 은하계를 창조했다. 은하수는 이렇게 창조된 은하들 중 하나다. 스웨덴 사람들은 은하수가 '겨울의 거리'이며 하늘까지 이어져 있다고 믿는다. 고대 스칸디나비아인들에게 은하수는 '유령의 길'이다.


Whimsical
나는 오트라드의 어느 언덕배기 외딴 교회 묘지에 묻혀있다. 하늘에 흐릿한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 눈이 내 묘비를 감싸는 소리가 들린다. 이젠 더는 춥지 않지만, 넌즈 아일랜드의 나무 아래서 비를 맞으며 내 사랑을 기다렸던 그 날이 떠오른다. 그날 내 몸은 뼛속 낖은 곳까지 냉기에 젖었었다. 골웨이에 살던 시절, 그레타는 더 없이 다정했으며 그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감싸주었다.  시골길을 걷고 있을 때 나는 그녀에게 '오그림의 처녀'를 불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떠났고, 그러자 나는 죽고 싶었다.

도서관 책꽂이를 지나다 겨울스러운 제목-눈에 대한 백과사전-에 끌려 집어들었던 충동 독서용 책.
추리소설이기도 하고 연애소설이기도 하다는 유혹적인 글귀와 달리 추리소설의 서스펜스는 없고, 절절한 연애사도 없지만, 누군가가 모았다는 설정아래 알파벳 순서대로 이어지는 눈과 얼음과 겨울 이야기는 다 읽고 나면 웬지 모를 온기가 느껴진다.
한귀퉁이를 접어둔 대목들만 적어놓으니 그럴싸한 연애소설 같기도 하지만 저 인용구들은 부분부분 끊어지다 이어지던 연애편지의 일부일 뿐.
사랑하는 사람은 깊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공감한다. 사랑을 잃어 죽고 싶었다던 누군가가 죽어 떠올리는 사랑의 추억이 '기다림'이었다는 것이 옮겨 적으며 느낀 인상적인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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