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앵무새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일단 내가 플로베르를 몰랐기에 신선함만을 느끼며 읽었었다.
이상의 작품을 잘 모르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알 것같은 생각에 더 흥미진진했던 김연수의 '이상을 찾아서'.
이상의 데드마스크와 유고의 존재에 매혹된 기자 김연화의 이야기가 하나, 이상의 인생을 살려했던 서혁민의 이야기가 하나, 이상에 매료되어 정체성의 끌림까지 믿어의심치 않았던 문학비평가 피터 조의 이야기가 이어져 있다.
다 읽고 나면 이 이야기들이 정말 이상일 것만 같다.
김연화와 피터 조가 바로 김연수이고, 서혁민은 김연수가 자기 주장에 설득력을 불어넣으려 찾아냈을 것만 같은 인물같이 느껴진다.
천재의 인생을 향했던 야심가 이상.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시를 한편 만났다.
지비(紙碑) 2
안해는 정말 조류(鳥類)였던가 보다 안해가 그렇게 수척하고 가벼워졌는데도 날으지 못한 것은 그 손가락에 낑기웠던 반지 때문이다 오후에는 늘 분(粉)을 바를 때 벽(壁) 한 겹 걸러서 나는 조롱(鳥籠)을 느낀다 얼마 안 가서 없어질 때까지 그 파르스레한 주둥이로 한 번도 쌀알을 쪼으려들지 않았다 또 가끔 미닫이를 열고 창공(蒼空)을 쳐다보면서도 고운목소리로 지저귀려 들지 않았다 안해는 날을 줄과 죽을 줄이나 알았지 지상(地上)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비밀한 발을 늘 버선 신고 남에게 안보이다가 어느날 정말 안해는 없어졌다 그제야 처음 방안에 조분(鳥糞) 내음새가 풍기고 날개 퍼득이던 상처가 도배 위에 은근하다 헤뜨러진 깃부시러기를 쓸어 모으면서 나는 세상에도 이상스러운 것을 얻었다 산탄(散彈) 아아 안해는 조류이면서 염체 닫과 같은 쇠를 삼켰더라 그리고 주저앉았더라 산탄은 녹슬었고 솜털 내음새도 나고 천근 무게더라 아아
바닥이 보이는 감성을 닥닥긁어 휘갈기는 듯한 여관방소설의 가난함에 절대 굴하지 않는 김연수의 야심과 성실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대충이 없는-월간 아람누리에 쓰던 기고문 말고는^^- 김연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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