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스터주부퀴즈왕|2005

 
 
정직하게, 마지막 감동의 클라이막스 한 3분 정도(더 길지도 모른다)를 빼고는 재미있게 봤다.
하긴 그쯤에서는 이미 돈3천만원 문제는 해결됐을테니 주진만 주부에게 퀴즈쇼의 우승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극 중의 등장인물들끼리는 감동을 주고 받았겠으나 관객들이 보기에는 좀...지하철에서 닭살커플을 보는 기분이랄까. 지들이 좋은 건 알겠는데 내가 보긴 웬지 민망하고 어색한 그런 `사랑의 가족`씬. 차라리 전업주부를 인정하게 된 아내가 남편의 직업을 상기시켜셔 분위기를 확 바꿔줬으면 어땠을까... 
   
예고편을 보고는 좀 오버인가 싶기도 했는데 예고편의 장면들은 그야말로 짜집기라 본편에서는 같은 식으로 등장하지 않는다-영화를 보고나서 예고편에 대한 생각이 더 좋아지는 새로운 경험.
 
동창회 갔다가 돌아와서 방마다 뒤지고 다닐 때의 한석규의 표정 같은 걸 보면 한석규의 영화를 보는 것이 여기저기 널린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막간에도 숨어있는 맘에 드는 표정들...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공형진, 내가 본 중 제일 괜찮았던 신은경, 어른스런 이름을 가진 아역 서신애도 만만치 않았다. 만화주인공 같이 생겨가지고 그렇게 귀여울 수가...  
 
그런데.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관객들이었다.
단성사여서 그랬는지, 저녁 7시라는 시간이 그랬는지, 제목에 주부가 들어가서 그랬는지-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내 자리 근처에 4-50대로 보이는 부부 또는 주부들이 많았는데, 어찌나 큰 소리로 웃는 지, 인도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두번째 본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서 흥을 돋궈주던(!) 꼬마관객처럼 옆자리의 막힘없는 웃음소리들 때문에 나도 업되서 봤다.     
 
예고편에 한해동안 아껴들었던 마이앤트메리의 골든글로브가 흘러나와서 혹시나 기대를 했는데 결국 영화에서는 안 나왔다. 한석규가 불렀다던 노래도 다른 사람이 부른 게 나왔던 것 같고. 혹시나 싶어 영화 끝나고도 기다렸었는데 말이지.... 
 

살림 경력 9년이라는 인천댁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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