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불의 검|김혜린


불쌍하지만 사랑할 수는 없는 수하이,
정확한 독설의 야심가 카라,
혈기왕성한 아사의 연적(?) 무타



                                                                                                              조연열전
가라한에 대한 유일한 (나름대로) 컴플레인
인간 아사에 대한...
아라와 아사
카라와 소서노
한폭의 수묵화 같은.
순정, 순정, 이런 순정이 없다.
대신 해 줄 사람 없이 서로 그들이어야만 한다.
게다가 여주인공들은 거듭 쑥쑥 자란 모습들도 보여준다.
북해의 별에서 아델은 유리핀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거리의 천사로서의 새삶을 시작했었다.
비천무에서 설리는 처음 진하가 죽은 줄 알았을 때 그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남궁준광과 결혼을 했고, 두번째 그가 죽은 줄 알았을 때는 목숨을 건 복수를 해냈으며 마지막으로 그가 사지로 떠났을 때는 그를 따라나섰다.
불의 검의 아라는 스스로도 꿋꿋이 살아내는 장한 일을 하는 데다가, 가라한 아사 속에 갖혀 있던 산마로를 태어나게 하고, 그가 전사로서의 삶을 받아들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중심이 되어준다.
그동안 살면서 아직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지만 그래도 있기는 할 거라고 믿고 싶은, 머리보다 가슴이 기억하는 사랑의 테마. 이렇게 멋진 사람들의 힘센 사랑얘기.
원작의 대사가 살아있는 뮤지컬곡들을 듣다가 오랜만에 다시 불의 검을 꺼내 읽었다.
5년 인지 6년 인지 봄이면 여름으로, 여름되면 겨울로, 겨울엔 다시 봄으로 계속 미뤄졌던 정말 오랜 기다림의 대상이었지만 아라와 아사의 접촉씬 하나 없이 끝난(^^) 아쉬운 완결편은 알듯 모를듯, 결국은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려놓았다.
강함이라는 거-누군가를 짓밟고 이기고 다치게 하며 얻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말 강한 사람은 똑바로 들여다보고 다쳐도 비뚤어지지 않게 자신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래서 강한 것은 아름답다는 오래 전 외인구단 주제가를 떠올리게도 만든다. 

거의 아라와 비슷한 운명을 겪으며 살아내는 청산녀를 보고 있자면-아라보다는 고생이 살짝 약해서 인지 청산녀는 가라한 대신 곰바우를 점지받는다-한 마디 한 마디 별로 착하지 않은 말들까지 정말 잘 알아듣겠다. 항상 휴화산 같은 한이 남아 11권이 되어서야 응어리를 좀 풀어버린 모양이지만 그녀야 말로 불의 검으로 되찾아 주고 싶은 사람사는 세상의 주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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