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나는 유령작가입니다|김연수


나는 `독자코너`와 `평론가 코너`가 아주 분명하게 나뉘어 있는 것이 한국소설의 특징인 줄 알았다. `문학적인` 문체를 뽐내고 싶어하는 소설가들의 `평론가 코너`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지리한 묘사일 뿐이었기에 그 `문학적`인 문체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딱히 그 자리에 있을 필요도 없는 장신구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느 날, 김연수의 소설을 읽다가 그 `평론가코너`가 원래는 문체자랑이나 어휘자랑이 아니라 작가의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임을 처음 느꼈다. 영화감독이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보여주듯 글자들로 그림을 그려주거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장치.
그래서 김연수의 소설은 친근한 느낌이 든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김연수가 읽은 책들에서 뽑아낸 소재들에 살을 붙여 만든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단서가 되어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걸 읽고 나니 소설가도 직업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느끼게 된다. 꼭 그 일이 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시험해보고 싶어하는 직업인 김연수의 이야기책.   
 
재미있었던 단편
-뿌넝숴(不能說)
-남원고사(南原古詞)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 
 
반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거짓된 마음의 역사
 
아리송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 
 
재미없었던 단편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 
-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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