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2.0 2004-07-20 23:0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장애인인 조제와 평범한 대학생 츠네오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쓸쓸한 사랑의 감정은 큰 파도를 이루지만 이누도 잇신 감독은 오히려 그 순간 눈물을 참는다.
FILM2.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원작 소설도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누도 잇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전후 일본 작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소설가 중 한 명인 타나베 세이코의 20페이지 길이 단편을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이 조제와 츠네오가 서로 사랑하는 과정과 사랑이 시들어가는 과정에 국한됐다면 영화는 조제와 츠네오가 어떻게 서로 만났으며 또 결국 어떻게 헤어지게 되는지 까지를 모두 그리고 있다.
FILM2.0 영화는 주인공들을 감정을 매우 일관성 있고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누도 잇신 소설을 읽고 캐스팅이 끝난 뒤에도 1년 넘게 여성 작가와 각색 작업을 했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죽음을 생각하는 장애인 조제의 마음이 매력적이었다. 그건 장애인 영화라기보다는 그냥 처음부터 절름발이였던 슬픈 사랑 이야기였다. 그 감정을 담아내려 애썼다. 실제 촬영은 23일 밖에 안 걸렸다. 주인공들도, 나도 감정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FILM2.0 츠네오가 아침에 조제에게 인사를 한 뒤 무표정하게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다 오열하는 장면은 절제돼 있으면서도 슬프다.
이누도 잇신 사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제목 그대로 조제의 영화였기 때문에 시나리오에는 그 장면이 없었다. 하지만 촬영 당일 내가 직업 써넣었다. 아무래도 난 남자이고 영화 속에서 나의 20대 시절 바보 같은 사랑을 회상하게 됐다. 슬픔은 절제됐을 때 더 아프다.
FILM2.0 영화 속에서 감정을 아우르는 방식은 ‘눈물 없는 슬픔’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누도 잇신 맞다. 눈물을 흘려버리면 그건 관객의 상상력을 차단하고 슬픔을 중간에 끊어버리는 것이다. 실컷 울어버리면 그만 아닌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조제가 그토록 아끼던 물고기를 맛있게 굽는다. 그 안에는 맛있는 물고기라는 희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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