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

인터넷이 지금 같지 않던 시절 거의 테러수준으로 공격당했던 황선홍을 안타깝게 보기도 했고
지금도 그 신나던 기분이 꿈같은 2002년의 월드컵도 본
평범한 축알못의 입장에서
거의 4년 마다 계속 반복되는 이 열기-재밌다.
사실 늦게 본 스웨덴 전은 미리 들었던 비난에 비해서는 평범한(^^) 경기여서
저 정도면 무난한 57위 경기력 아닌가 했었다.
그런데, 그 넘치는 비난 뒤에 독일전 같은 경기가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축구인들은 과한 기대와 과한 비난과 또 그 뒤에 따라오는 엄청난 찬사 모두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
근데 그 욕이 또 한편으로는 이 욕을 다 먹고 있는 축구협회를 살려주고 있는 셈이다,
봐라, 축구는 스포츠 이상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전문가들이 꼭 필요하다---뭐 이런.

엘리트운동시스템이 개천에서 용 나기에 너무 좋긴 한데
운동이란 종목에 굳이 그게 필요할까-에 나는 회의적이다.
전문가들이 어느 분야나 꼭 필요하듯
전문적인 운동선수들도 꼭 필요하지만
'운동'이라면 보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지원하는 게 당연히 더 중요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장려하고
그러다가 좀 더 열정적이고 재능있는 사람들을
큰 대회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면서
메달을 따면 좋고 아니면 나중을 기약하는 게 어때서
굳이 국가주도로 꿈나무를 발탁해서 운동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 없게 훈련시키는 거-
그러자고 그 소수의 엘리트를 키워내기 위해 대체 얼마나 많은 지원조직들이 필요한 건지
그 속에 얼마나 많은 비리가 있을 지
그 와 중에 또 상처받는 유망주들은 얼마나 될지
-부작용이 더 크지 않나.
이름은 잊었지만 예전에 학교 가고 싶다며 국가대표를 반납한 중학생 수영선수도 있었다.
학생이 학교를 가겠다는데 그걸 말리는 국가라니.
어차피 축구도 그렇고 김연아도 그렇고 가끔 도움이 필요한 영재들이라며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인재들을 보면
국가주도 엘리트 양성이란 게 적재적소에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도 않고...

올림픽에서 직업이 따로 있는 메달리스트 볼 때 마다
생활체육의 저력이 느껴져서 부럽다.
엘리트들이 질질 끌고가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운동인들의 재능발굴.
등수를 좀 올리겠다고
이런 저런 조직을 만들어 놓고 자리차지하게 하니
때마다 욕먹는 게 제일 중요한 임무인 것 같다.

스웨덴 감독은 아마추어감독 출신이라던데
얼마나 좋아, 저런 경력이 가능해진다면.
국가대표 기회가 더 많이 생기고
학교-직장생활에 지장없게 참여할 수 있다면
생활체육인들의 꿈도 무럭무럭 자라지 않을까.
그 속에 더 큰 감동이 들어있을지 모르는데
결과만 보고 달리는 체육.
재미가 있을 때도 있지만
뭔가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맴도는 느낌.

팬텀싱어 페스티벌|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생각해보면 팬심 일자무식이던 4개월 전
음향 구린 갈라콘서트에서 딱 한 곡의 끌림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지경ㅋㅋㅋㅋ
미라클라스 꼭 보고 싶었지만 단독공연한다기에 망설이다 둘째 날로 골랐는데
막상 공연이 끝난 지금은 밤에 늦는 노떼를 놓친 것이 너무 아쉽다...

앉아서 보는 페스티벌이라니 대체 뭔소린가 했는데 이런 거였다.
무대가 하나라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어 좋긴 한데
딱딱한 의자 때문에 약간의 신체적 고통이 따른다.
기사보니까 이틀간 만명이면 하루 평균 5천명인 셈인데
그 많은 사람들이 '고작' 5천 명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
암튼 관객지칠 틈도 없이 몰아쳐준 가수들 덕분에
꽉 찬 7시간의 공연이었다.

이동신
시즌1 볼 때도 잘한다 싶었는데 그 새 진행솜씨 까지 일취월장.
그동안 혼자 공연이 많았었다고, 신곡 발표도 했다.
팀은 어쩌고 혼자 잘 살아남고 계신 흑소 테너.
Danza 좋았다.

김동현.안세권
여전히 카랑한 안세권, 멀리서지만 새신랑 룩이었던 김동현.
염정제가 동생이 되면서 안세권은 부인으로 승격 ㅋㅋㅋㅋ

염정제
이렇게 성량이 큰 베이스인 줄 처음 알았다.
방송 볼 땐 오히려 보기 드문 감성베이스라고 생각했는데 힘이 대단.
이튿날 실기시험 응원해준 관객들에게 성적표 공개 함 해요ㅋㅋㅋ

박강현.이충주
워낙 히트곡 듀오이고 많이 듣기도 했는데, 
마.리.아
오늘 땡볕을 기다린 건 바로 이 노래 때문!!!!
경연 때 성적이 안 좋았어서 이충주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부르던데
나로서는 들을 기회가 없어서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라이브 곡이었다.
세 사람 컨디션도 완전 좋아서
경연에 버금가는 감동이 촤-ㄱ~!

라일락
경연 때 노래만도 눈물나게 반가운 팀인데
무려 새 노래가 있고,
그 노래가 또 버터플라이 라니,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선곡~!
결선에 오르지 못한 팀 중 사랑 많이 받는 팀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나 현장 응원도 대단했다.  
줄지 않은 시크한 이정수의 입담과 함께 라일락의 탄생을 되짚어 봤고
룩인사이드 때 세 사람의 눈물-운 사람은 쪽팔리다지만 보는 사람은 귀여웠음^^
마지막 인사할 때도 완전체로 남아 있었던 라일락.
진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의좋은 형제를 보는 느낌.

포레클라스
어제 오늘 두 팀은 모두 메인 무대가 따로 있기 때문에 제일 기대가 적었던 시간이었는데
웬 걸. 완전 대박이다.
울티마 노체는 갈라 재방이지만 그때와 달리 충전된 팬심으로 훨씬 즐겁게 봤고
내가 한 때 사진 좀 모았던 Aha의 Take on me 라니~~~!
노래도 노래지만 4인4색의 춤까지 볼만했다.
피아노맨을 선곡하고 폴왁타(오랜 만에 비디오를 다시 봤더니 건반은 맥스-기억의 오류 재난ㅠㅠ)
의 건반장면을 따라하는 한태인-진짜 20대 맞나ㅋㅋㅋ
특히 배두훈과 조민규의 '민망'따윈 집에 두고 나온 것 같은 초절정 애교춤 대박^^
I was born to love you에서 프레디 머큐리 창법을 따라한 게
배두훈도 한태인도 아닌 조민규라는 게 반전^^
자기가 적극 추천한 마법의 성을 부르는 조민규를 김주택이 다정이 불타는 눈으로 바라보던데
여기 저기 피 안섞인 형제들이 속출하고 있다ㅋㅋ
김주택은 클라스가 다른 성량을 자랑하기로 유명한 오페라 가수라지만
내 눈에 김주택의 최고 매력은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할 줄 하는 프로즐김러^^

포르테디콰트로 유닛
..이라더니 결국 완전체.
팬텀 대 팬텀 이후로 많이 친근해진 것 같은 팀인데
고훈정의 카리스마는 멋지면서도 웃긴 구석이 있어서 정이 간다.
의외로 균형을 맞춰주는 건 꿋꿋한 손태진인데
아무말 사이에 속을 채워준달까 ㅋㅋㅋ
덕분에 시즌1의 멋진 곡들을 다시 들어볼 수 있었다.
어느 봄날 이렇게 들으니 너무 좋았다. 

포레스텔라
이틀 동안 이 무대 저 무대 다 뛰고 또 무얼 보여줄 지 기대했는데
시작이 무려 We will rock you.
퀸노래 풍년인 가운데 제일 내 취향.
포레스텔라의 공연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항상 굉장히 정성껏 공들여 준비한다는 생각이 들고
(강형호가 하필 울먹한 대목이 티켓값 하겠다는 굳센 다짐이었다는 게 웃기면서 귀엽다)
볼 때마다 모든 멤버들이 뭔가 늘어있다.
팬텀 대 팬텀 공연 이후 강형호는 엄청 자신감이 증폭된 소리를 내면서 훨씬 화려해졌는데
한 밤의 오페라의 유령과 In un'altra vita 진짜 홀림.
오늘의 그 작은 아쉬움은  다음 공연에서 풀어주시는 걸로 ㅋㅋ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이동신, 강형호가 함께 하는 꽉 찬 일리브로델라모레도 좋았다.
저 사람 많은 속에서 칼진행을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 고훈정, 정말 대단.
아무리 인원이 늘어도 대장직은 종신일 것 같은^^

굉장한 가수들의 좋은 노래를,
나만큼 좋아하는 다른 관객들과,
바람 맞으며,
어둠 속에서
듣는
행복한 경험.
가고 오기 너무 힘든 공연장이고 공연 보는 동안도 몸은 좀 힘들었지만
결국은 울트라수퍼만족으로 남을 첫 팬텀싱어 페스티벌이다.

PS1. 쉬는 시간에 화장실 사람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가 결국 공연 중간에 다시 갔는데
가보니 사람이 너무 많은 게 아니라 화장실 수가 너무 적었다.
오늘은 나의 보물이었던 맞은 편 공연장이 잠겨 있어서 아름다운 화장실을 쓸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던 기다림. 
들어오다 보니 공연장 밖에는 여러 가족들이 닭강정과 도시락을 먹으며 더 넓은 자리에서 공연를 즐기고 있었다.
소리는 물론 공연장 안이 낫지만
공연장 스크린도 밖에서 다 보이니 무료공연이라 치면 괜찮은 나들이.
벽을 꼼꼼하게 치지 않은 것은 내년 공연를 위한 큰 그림일수도^^

PS2. 대충 줏어들은대로 먹을 것 준비했다간 쉬지 않고 먹게되는 부작용이 있다...
생맥주 팔던 닭집에서 파는 캔맥주는 편의점 보다 천원 비쌌다.
당연히 같은 값일 줄 알았는데...

춘향|유니버셜발레단|토월극장|2018




자수를 놓는 춘향과 글공부 하는 몽룡이 분할된 공간에서 시간차를 두고 등장하는 조용한 도입은 금새 사라지고
어느새 떠들썩한 단오날.
춘향이가 장정 그네를 타는 장면부터 재미있다 했는데
오히려 정적일 것만 같은 과거시험 장면도 그랬다.
모여 앉은 선비들의 개성있고 치열한 두뇌활동을 몸으로 표현하는 건지
어찌나 박력있고 화려하게 글짓기들을 하시던지^^
장원급제하는 몽룡은 특히 큰 붓까지 하나 들고
화려한 글솜씨를 몸으로 자랑한다 ㅋㅋ
하긴 선비들에게는 과거장은 전쟁터일 수도.

이 못지 않게 박진감 넘치던 암행어사 출두 장면은
스파르타쿠스 못지 않은 박력의 장면.
무대가 실지로 좁기도 했지만
더 좁아보이는 활기^^

의외의 연출은 변학도인데
난봉꾼이 꽤 비장하게 등장한다.
사실 여기서 좀 궁금한 게 생겼는데.
변학도가 춘향이를 희롱할때의 동작이 이몽룡과의 합방씬과 비슷하다보니
이게 자꾸 수위높은 폭력씬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춘향이는 거부의 표현을 확실히 하고
변학도가 화를 내니 뜻대로 안된 게 확실한데도
좀 찜찜하다.
요즘의 분위기와 맞물려 좀 더 예민하게 보게되는지 모르겠지만
춘향이가 끌려나가던 장면도 그랬다.
네명의 남자가 들이닥쳐서 차례대로 괴롭힐 때도
때리는 손짓이 있긴 했지만 또 수위 높은 폭행을 떠올리게 됐다.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은 춘향이 하나를 끌고 가는데
굳이 네 명의 장정들이 필요했을까.
그냥 망나니나 옥지기 같은 사람이 좀 화려한 4인분 춤을 혼자 추면서 데리고 나가면 안되나,
춘향이가 반대쪽으로 나부끼지만 말고 좀 더 도전적인 춤을 섞어서 덤벼보면 안되나?
춘향과 짝을 지어 다니는 정절이라는 말의 조선식의 의미를 떠나
어떻게 보면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기도 하니까
그 저항정신을 좀 더 살려본다면 불가능한 것 같진 않은데.
...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공연.
무대인사 끝나고 무대 뒤에서 환호성이 들리던데 자축하는 것 같았다.
오늘 같은 박수소리 흔한 일은 아니지.
벌써 두 번째의 창작발레를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유니버설, 대단하다.
원래 국립발레단이 이런 거 해야하는 거 아닌지....
왕자호동도 빨리 좀 다듬어주면 좋을텐데.
유니버설 발레단이 생음악에 큰 무대-객석이 아니라 진짜 무대만 좀 더 넓은^^-에 서는 공연도 보고 싶다.

춘향과 몽룡의 합방씬(^^)은 음악도 그렇고 되게 낭만적이었는데
바로 뒷자리에서 박수를 불벼락 처럼 치는 바람에 깜놀.
가끔 소리에 파이프가 든 것처럼 귀를 찌르는 박수소리를 내는 신비로운 분들이 주변에 앉을 때면
그 쪽 귀를 막느라 박수를 못치게 되기도 하는데
오늘은 뒤, 옆 모두 박수 장인들이 앉는 바람에 커튼콜 때 짝짝이 박수를 쳤다~
무용수가 아니라 배우해도 되겠다 싶던 놀라운 감초 연기의 방자는 춤도 발랄해서 거의 몽룡-변학도와 트리오를 이루었다는.
근데 제목이 춘향인데 어째 춘향이는 다양한 남자무용수들의 뮤즈로만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은 왜...?

PS. 조기예매 해놓고 까먹고 있던 중 내일 다른 공연을 예매해버렸는데 갑자기 날아든 문자알림.
주말 내내 장거리 버스 여행은 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취소하러 로그인했는데
막상 표를 보니 할인 받은 게 너무 아까워서-조기예매 할인이 어디냐~싶어 갔는데
공연장 앞 전.석.매.진을 보는 순간
갑자기 부자된 기분 ㅎㅎㅎ
이런, 간사한 기쁨^^

팬텀vs팬텀 콘서트 (포르테 디 콰트로, 포레스텔라)


공연 끝난 게 언젠데 아직도 달특집 사이를 헤매고 있다.
이렇게 홀려서 공연장을 나선 게 얼마만인지.
 

포레스텔라 전국투어 콘서트 〈에볼루션〉 in 성남


라이브로 만났던 가수들이라
음반의 실망을 공연이 상쇄해주리란 걸 믿어의심치 않았지만
진짜 믿어서 복받았다.
공연장 음향 좋았고
가수들 분위기 좋아서 만족스러웠던 공연.
다음 음반은 라이브로 내보는 게 어떨까.
아무리 생각해도
라이브 경연에서 우승까지 한, 그것도 화음이 멋있는 그룹을
굳이 쪼개서 껍질이 까지도록 문질러서 다시 합쳐 음반을 만드는
이런 첨단기술은 납득이 안된다.
빈소년합창단도 이렇게 녹음하냐...

공연 베스트 마이 에덴.
방송도 봤고 동영상도 꽤 봤는데 성남에서의 소리 너무 좋았다.
약간 환상적인 느낌.
팬텀을 부르던 강형호에 감탄했던 것에는
남자가 저 노래를? 도 좀 있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짧더라도 마음을 쿡 찌르는 소리 같다.
돌고래 파장에 비유하자면
소프라노들은 지름이 큰 소리들이 퍼져나가고
강형호는 지름이 좀 좁는 소리가 밀도있게 울리는 느낌.

그리고 의외의 I'm coming now
음반 받았을 때 충격의 음악 중 하나였고
가사가 일부러 야하게 쓴 느낌이라 더 별로 였는데
시작곡으로 너무 신나서 나도 모르게 엄청 들썩거렸다.
아모르 파티보다 더 신났었던.

그 다음은 리멘시타 L`immensitá
음반이 전반적으로 멸균방에서 작업한 것 같다보니
넷이 불렀음에도 고우림과 조민규의 버전을 더 많이 들었었다.
넷에 밀리지 않는 고우림과 조민규 둘의 에너지에도 감탄했었지만 
현장에서 듣는 네 명의 합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인운알트라비타 In un`altra vita
내가 따라부를 수 있는 아마도 유일한 이탈리아어 노래^^
나의 포레스텔라 입문곡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앨범보다는 팬텀버전을 더 좋아한다. 
워낙 팬텀싱어2를 보고 또 봐서인지
방송버전을 크게 헤드폰으로 들을 때 울컥하게 되는데
팬심으로 다시 만난 라이브가 원곡을 다시 만져주는 느낌이었다.

사실 조민규와 강형호 둘 다 목상태가 좀 안 좋았지만
음반의 원곡을 제대로 들어볼 수 있어 좋았다.
다른 공연영상 보면서 떼창 부러웠는데
조민규가 갑자기 기념사진을 찍겠다 했고
그 사이 센스 있는 스탭이 배경음악을 깔아준 덕에
나도 따라불러볼 수 있었다-You are my star.
감동의 표정을 그대로 돌려주는 가수들을 직접 보자니
사이좋음과 자기가 연예인된 줄도 모르는 연예인의 감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에
사실 딱히 좋아하는 멤버도 없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수준인
내마음 속에 응원나무의 싹이 텄다.
2집은 몰아치는 화음의 라이브로 꼭 찾아와주세요.

PS. 충격의 고우림-댄스 일취월장.
이쁨받고 있는 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의 자신감 더하기
워낙 잘 추는 춤은 아닐 것 같은데 진짜 신나게 추는 춤이라 보는 사람이 아니 흥겨울 수 없는.

부활|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이대우|열린책들

확신에 찬 톨스토이는 망설이며 성장하던 갈등의 주인공들보다 공감하기 어려웠다.
얼마나 가치있는 인간이 되었는가와 상관없이 이미 '거듭나버린' 네흘류도프는
그의 벼락같은 깨우침-그러나 이번에는 진짜 벼락없이 깨닫기도 했고-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그냥 혼자 깨달아버려서
그를 읽는 내게는 그만큼 받아들일 기회가 더 줄었다.

마슬로바(까쮸샤)는 설정으로 보자면 희생양일 뿐이었지만
오히려 이전 소설들에서보다 입체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이었다.
네흘류도프의 영향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스스로를 포기하기 이전보다 더 주체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사시라는 설정이 타고난 물리적 환경의 한계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했다.

초반부터 이상하게 부활이 톨스토이 자전적인 소설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네흘류도프와 달리 톨스토이는 너무 늦어서 속죄할 기회를 잃은 뒤
소설속 마슬로바에게 속죄하려던 게 아닐까...하고.
하지만 이 얘기는 친구에게 들은 당시 법정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도둑질로 잡힌 로잘린 오니라는 창녀의 재판에
그녀를 젊은 시절 유혹했다가 아이와 함께 버린 남자(그녀의 친적의 피양육자) 배심원으로 참석했다가
자신의 죄를 속죄하려고 결혼을 결심했다는 것 까지가 실화라고 적혀있다.     

전쟁과 평화나 안나 카레니나에서 농민들의 이야기에 많은 삶의 모습을 비춰냈다면
여기서는 감옥이라는 최악의 공간에서
무고하거나 과한 형벌 혹은 행정착오로 학대받는 대다수 '민중'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혼을 다치게 한 자신의 죄가 얼마나 깊은 지 깨달은 네흘류도프가
그에 비하자면 단지 여행허가증이 없다는 이유로 비참한 감옥에 갇히거나
남을 대신해 사상범을 자처한 정의롭게 죄수가 된 이들 사이를 걸어갈 때마다
인간이 제도를 빌어 내리는 판단의 한계가 뚜렷하게 와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톨스토이는 인간의 길에
인류의 절반을 하나의 분류로 묶어 소외시키는 생각의 한계를 감추지 못했다.
대가의 이런 한계라니...더더욱 아쉬울 수 밖에.

요즘 법학고전읽기라는 동영상 강좌를 보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갈등거리를 던져주고 간다.
톨스토이의 통찰과 비슷하게
감옥은 범죄자들이 단체숙식을 하며 범죄기술을 발전시키는 장이 되기도 해서 재범률이 높다고도 하는데
실제로 감옥이 범죄를 줄이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굳건한 것이
범죄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를 위해
범죄자들의 자유를 빼앗아 복수하기 위해서일 뿐이라 해도
한편, 평범한 사람들의 그 분노를 보듬지 않는다면
또 다른 범죄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데 동의하게 된다. 
소설의 거대한 이상이 현실에서 삐걱거리는 부분.

부활은 카츄샤라는 간드러지는 노래로도 유명했지만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적도 있다.
원작에서는 앞부분 줄거리만 추려내
있는 집 망나니 아들내미와 없는 집 물정모르는 딸내미의 사랑얘기로 둔갑했었고
아직도 생각나는 장면이 있을 정도로 인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톨스토이가 봤다면 기절했을듯 ㅋㅋㅋ


이러한 무서운 변화는 자신을 신뢰하기보다는 타인을 신뢰하고 맹종한데서 비롯되었다. 자신을 신뢰하기보다 타인을 맹종하게 된 까닭은 자신을 신뢰하며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신뢰하려면 모든 일에 있어서 항상 값싼 쾌락을 좇는 자신의 동물적 자아를 버리고, 오히려 그것과 거의 반대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타인을 신뢰하면 따로 결심할 일도 없으며 이미 모든 일이 해결되어 있는데다가, 언제나 정신적 자아에 비해 동물적 자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신뢰하면 항상 다른 사람들의 질책을 받지만 타인을 신뢰하면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군복무란 사람들을 타락시킨다. 입대한 사람들을 일반인들의 의무에서 해방시키는 대신 그들에게 연대와 군복과 군기라는 제한된 명예만을 강요하며, 한편으로는 타인에 대한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관에 대한 노예적 복종을 요구하는 무위, 즉 이성적이고 유익한 행동이 결여된 상태로 완전히 빠뜨리는 것이다.

재판장은 검사보도 인간인 이상 담배도 피우고 싶고 점심 식사도 하고 싶을 테니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봐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검사보는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사정도 봐주지 않았다. 검사보는 매우 우둔한 사람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금메달을 받고 대학에서는 로마법의 용익권(用益權)에 대한 논문으로 상을 받는 바람에 자만에 빠졌으며, 게다가 부인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나쁘지 않자 더욱 교만에 빠지고 자기도취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그는 정말 바보가 되고 말았다.

라블레(Francois Rabelais)는 한 때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즉, 사람들이 어떤 법률가에게 소송을 의뢰하자, 그는 무의미한 라틴어 법전을 무려 20페이지나 읽어준 후에, 원고와 피고에게 홀수가 나오는지 짝수가 나오는지 주사위를 던져보라고 권하더니, 만일 짝수가 나오면 원고가 이기고 반대로 홀수가 나오면 피고가 이긴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얼거리는 동안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선한 눈물인 동시에 악한 눈물이기도 했다. 선한 눈물인 까닭은 최근 몇 년간 그의 마음속에 잠자던 정신적 존재가 깨어났다는 기쁨으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며, 반면에 악한 눈물인 까닭은 자신의 선량함에 대한 만족감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도둑이나 살인자나 스파이나 창녀 따위라면 자기 일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인식하며 수치스러워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운명 또는 자신의 과오와 죄악으로 인해 어떤 입장에 놓이게 되면, 그것이 아무리 그릇된 일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것이라는 인생관을 갖게 되는 법이다. 그런 인생관을 고수하기 위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인생, 혹은 인생에서의 입장을 인정해 주는 동료들의 편에 서게 된다. 도둑이 도둑질 솜씨를, 창녀가 음탕함을, 살인자가 잔학성을 뽐내는 것을 볼 때 우리들은 무척 놀라고 만다. 하지만 우리가 놀라는 이유는 그들 집단의 환경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리가 그 세계의 바깥에 놓여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약탈로 얻은 재물을 자랑하는 부자들이나 살인으로 획득한 승리를 뽐내는 군대의 사령관들이나 폭력으로 구축한 위세를 뽐내는 집권자들 사이에서도 본질적으로는 그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만일 그가 자신의 행위를 속죄하고 대가를 치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결코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며, 그녀 역시 자신에게 어떤 악행이 가해졌었는지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모든 끔찍한 죄가 완전히 드러난 것이다. 지금 그는 자신이 그 여자의 영혼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고, 그녀도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깨닫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네흘류도프는 자신과 자신의 회개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즐겼지만, 지금은 완전히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한 인간을 재판할 때는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며 누구도 고문하거나 폭행해서는 안 된다고, 특히 유죄판결을 받기 전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어떤 당파에 속한다고 매도하거나 자유주의자라로 낙인찍는 사실에 그는 언제나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들은 모든 인간적 특성의 싹을 내면에 지니고 있어서 어느 때는 한 특성이 나타나고 또 어느 때는 다른 특성이 나타나곤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이런 변화가 매우 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네흘류도프는 바로 그런 부류에 속했다. 육체적 원인과 정신적 원인 모두로 인해 이러한 변화가 그의 내면에 일어났으며, 지금도 그의 내면에 일어나고 있었다. 

네흘류도프는 줄곧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몇몇 농부들은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이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무언가 더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자신 역시 많은 것을 잃었음에도 농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 사람들과는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민중이란 고집불통이니까요. 집회에 나오기만 하면 고집을 피워대는 통에 마음을 돌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매사에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죠. (......)

나쁜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나쁜 행위보다 더 나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나쁜 행위를 부르는 나쁜 생각이었다. 나쁜 행위는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성할 수도 있겠지만 나쁜 생각은 나쁜 행위를 부른다.
나쁜 행위는 다른 나쁜 행위를 향한 길을 닦아 놓을 뿐이지만, 나쁜 생각은 그 길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때 무엇보다도 저를 화나게 한 것은 심문이 끝난 후에 헌병 장교가 저한테 담배를 권한 일이었어요. 그자는 사람들이 담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봐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와 광명을 사랑하는지 알았을 것이고 어머니가 자식을 또 자식이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저를 소중한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시켜서 짐승처럼 무자비하게 철창 속에 가둔 것일까요? (......) 만일 누군가가 신과 인간을 믿고 또 인간을 서로 사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믿고 있더라도, 그런 일을 당해보면 그런 믿음을 결코 갖지 못할 겁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하나의 무고한 사람을 벌하지 않기 위해 열 사람의 죄인을 용서하라는 원칙을 지키는 대신, 오히려 그와 반대로 썩은 부위를 도려내기 위해 건강한 부위까지 도려내고 있었다.

<인간의 내면에는 추악한 야수성이 꿈틀거리지만......> 그는 생각했다. <야수성이 그대로 드러날 때 정신생활의 높은 자리에서 그것을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고 인내한다면 원래의 모습대로 남을 수 있어. 하지만 야수성이 미적, 시적 감정이라는 가식적인 외피를 쓰고 경배받기를 요구한다면 그 야수성을 숭배하게 되고 거기에 빠져들어 선악의 구별도 할 수 없게 되지.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야.>

<만일 다음과 같은 심리학적 문제가 제기된다면 어떨까? 이 시대의 기독교인들, 휴머니스트들, 너무나 착한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한 가지다. 현재의 상황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다. 즉, 그들을 자사나 소장이나 장교나 경찰로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첫째로 소위 공무란 인간애나 형제애를 무시하고 인간을 물건처럼 취급할 수 있는 업무라고 확신하게 만들고, 둘째로 공직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누구도 개인적으로 책임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 마르껠 꼰드라찌예프는 (......) 열다섯 살 때부터 노동하기 시작했으며 막연한 수치심을 떨쳐버리기 위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 사실 사회주의적 이상의 실현이 어째서 지식을 통해 이룩되는지 그는 분명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식이 불공평을 깨닫게 해주었듯이 그 불공평을 시정해주기도 할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그 밖에도 지식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을 훨씬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창고지기가 되자 술도 끊고 담배도 끊었으며, 훨씬 늘어난 빈 시간 동안 독서에 매달렸다.

노보드보로프가 모든 혁명가들로부터 상당한 존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학식이 풍부하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인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자질 면에서는 평균 수준보다 훨씬 낮은 혁명가 부류에 속한다고 네흘류도프는 생각했다. 분자에 해당하는 그의 지적능력이 크긴 했으나 분모에 해당하는 그의 자만심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서 이미 오래 전에 그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었다.
정신생활에 있어서 그는 시몬손과 전혀 다른 인간이었다. 시몬손은 사상의 활력에서 행동이 나오고 그것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남성적인 성격의 인간이었다. 그러나 노보드보로프는 감정에서 비롯된 목표를 실현하거나 감정이 부추긴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사상의 활력을 이용하는 여성적 성격의 소유자였다.

네흘류도프는 교도소와 숙박지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 보았다. 매년 수십만 명이 최악의 타락 상태까지 끌려갔다가 완전히 타락하고 나면 교도소에서 습득한 타락을 모든 민중 사이에 퍼뜨리기 위해 석방되었던 것이다.

**1856년 똘스또이는 스스로의 신념을 실천하는 방편으로 자신의 농노들을 농노제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순진한 시도는 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농민들은 똘스또이를 신뢰하지 않았고, 그의 선의는 단지 자신들을 토지에서 쫓아내려는 지주의 교활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오해를 살 뿐이었다. 자신의 경험 부족과 계몽 방법이 문제라고 생각한 똘스또이는 1856년부터 1862년 사이에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면서 농민 교육학 연구에 전념했다. 

Herbert Spencer(1820-1903) 성운의 생성에서부터 인간 사회의 도덕 원리 전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진화의 원리에 따라 조직적으로 서술한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1850년대 똘스또이는 그의 저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스꼬뻬쯔 교: 남성과 여성을 거세함으로써 육체적 욕망의 탈피와 영혼의 구원을 추구하는 그리스도교의 일파로 18세기 말 러시아에서 일어났다.

Cesare Lombroso(1836-1909) 형법학에 실증주의적 방법론을 도입한 이탈리아의 정신 의학자, 법의학자. 범죄인류학의 창시자.

이반 뚜르게네프 [잉여인간의 일기]

Vsevolod Mikhailovich Garshin(1855-1888) 사회악에 대한 반항과 절망적인 번민을 주로 그린 러시아의 소설가.

Day 88 살바도르 전격 관광모드

어제까지의 널브러짐에 대한 보충이랄까?
오늘은 아주 전투적인 일정을 짰다.
일단 우체국에서 큰 짐 작은 봉투 하나를 부치는데
작은 봉투에 우표를 한 열 장은 붙였나 싶더니 우표 붙인 뒤 무게가 1g이 늘어나 있었다 ^^

어제 워킹 투어에서 얘기들었던 로즈마리 교회가 열려 있길래 들어갔다.

    Our Lady of the Rosemary of Black People

강제로 개종한 노예들을 위한, 노예들에 의한 교회.
흑인 사제들의 모습과 역사가 간략히 영어로도 적혀있다.
충분히 다른 교회만큼 멋지기도 하지만
어딘가 생활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교회였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9시에 예배가 있다고 한다.
마침 들어간 시간이 11시 30분 쯤이라 12시를 넘겼는데(12:00-1:00 휴관)
친절한 아저씨가 나갈 때 자기가 문 열어주겠다는 말을
내가 진짜로 알아들을 때까지 반복해주심...

본핌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느라
오늘은 나 혼자 펠루리뇨의 경계를 넘었는데
어제 가이드가 흥분하며 얘기한 것과는 달리
어느 경찰도 내게 길을 잃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게다가 관광지 상권보호를 위해 라세르다 엘리베이터를 빼고는 다 없앴다고 했는데
난 오늘 어리버리 동네를 헤매다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하는 공짜 케이블카를 탔다.
엘리베이터 보다 더 멋졌는데.
그리고는 또
이 동네에서는 아주 흔한 주민의 안내로 버스정류장까지 갔다.
유일한 단점은 버스가 오지게 늦게 왔다는 것--;;


같이 탔던 아저씨가 처음에 내가 본핌 교회에 간다던 걸 기억하고
교회지날 때 안 내리냐고 물었다.
하지만 내겐 아이스크림 가게가 더 먼저였기에^^
살바도르에서 제일 오래된 아이스크림 가게
리베이라 아이스크림 Sorveteria da Ribeira 에서 아이스크림을
푸짐하게 세 국자나 먹어치웠다.
1931년이라면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역사를 자랑할 만 하다.
많이 달지 않아서 좋았고
화이트 초콜렛맛 맛있었다.


그 다음엔 살바도르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본핌 교회엘 갔다.
1킬로쯤이야 우습게 생각하고
예쁜 해변 길을 따라 걸어야지~편하게 생각했지만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을 도저히 걸을 수 없어서
땡볕 사이로 가끔 그늘이 있는 골목길을 따라 갔다.
언덕 위의 큰 하얀 교회.
여지껏 많은 교회를 가봤지만
이렇게 모든 문을 활짝 연 환한 교회는 처음이다.
게다가 교회 문마다 나부끼는 색색의 바히야 리본들.
리본 하나에 세 개의 매듭이 있고
매듭 하나가 소원하나랬다.
세 개의 소원이 묶인 리본들이 잘 나부끼도록
바람도 많이 불었고
양쪽으로 열린 문으로 내내 시원한 바람과 햇빛이 환하게 드는
진짜 밝게 열린 교회에서
알찬 휴식을 취하고 나왔다.

    Nosso Senhor do Bonfim Church

그 다음엔 디케 도 토로로 Dique do Tororo.
호수위에 조형물들이 떠 있는 곳인데
걸어가던 중 만난 행인이 택시타고 가라고 해서 택시를 탔는데
윗동네 아랫동네가 안 나와있는 지도에서는 고작 1.2킬로미터에 불과했지만
걸어오기에는 좀 무리이긴 했다.
야경을 기대했는데 많이 어두워서 낮에 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리고는 오늘 처음 바가지 저질 인간을 만남.
마지막이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