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 남극도전 실패^^


우수아이아는 다른 도시들처럼 인간 환전소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필 처음 온 아르헨티나의 도시인데...은행은 가면 안될 것 같은데 어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관광안내소에서 혹시나 물어봤더니 헐...원래 갈쳐주면 안되는 거라며 소곤소곤 갈쳐줬다. 남극호텔이라는 곳에서는 정작 환율도 밖에 써놓고 아예 부스를 차려놓고 하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비밀인가 보다.
 
대망의 남극도전!-은 실패. 
날씨때문에 두 개 일정이 취소되는 바람에 나름 세일 중이던 21일 출발하는 남극크루즈는 매진이다. 하지만 매진이 아니더라도 마지막 가격이 4950불이었으니까 거의 6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때문에라도 어쨌든 포기. 
9월 쯤만 해도 남극에 완전히 꽂혔었는데 자료들을 보면서 점점 절실함이 덜어졌다고나 할까...그래서 나름 희망가격을 정해놓고 그걸 넘으면 포기하기로 했었는데, 이번주 출발한 크루즈 최하가격이 4100불 이었다니까 나의 희망가격은 그냥 정말 희망사항이었던 걸로. 나는 정말로 말도 안되는 저렴한 땡처리를 기대했기에...
지금까지 본 가장 싼 가격은 10월 쯤 여행사사이트에서 본 3600불 정도였으니 꼭 우수아이아에 오지 않고도 직전 할인가를 예약할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남극에 완전히 꽂힌 사람이라면, 20일이 넘는 크루즈를 생각한다면 거의 반값에 할 수도 있지만 열흘짜리의 가격은 그렇게까지 낮아지지는 않는 듯.

내가 좋아했던 푼타 아레나스에서 걸린 코감기가 장난 아니어서 어제 오늘 계속 콧물수도꼭지를 틀어막느라 고생하고 있다. 드디어 약을 샀는데 종합갑기약 같은 게 없는지 콧물약 감기약 따로라는데 신기하게도 잘 들어서 다행.  

Day 06 프리덤 트레일, 보스톤 미술관


Foot by Boston(FBB)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함께 여행 온 네 명의 어른들이 일행.
남편말고 친구들끼리 여행다는 게 우리나라랑 비슷한 느낌^^
다른 건 다 재미있게 보고 대통령 선거 뉴스는 듣지도 말랬는데
그 재밌는 건 이미 전 세계 화제인걸요^^
어딘가 참한 느낌의 느낌 좋은 도시였지만
호스텔의 분위기가 달라서인지 난 뉴욕이 더 좋은 걸로.
이런 분위기의 도시에서 보스턴 리걸이 탄생했다는 게 재밌다.  

Omni Parker Hotel
스티븐 킹이 으스스한 소설의 배경으로 썼다는 호텔이기도 하고 
호치민이 제빵사로 일하기도 했다는 유서깊은 호텔인데 
보스톤 크림 파이라는 디저트로도 유명하다. 
오늘에서야 던킨 도너츠에서 파는 '보스톤'의 비밀이 풀렸다.
크림이 든 케이크에 초콜릿을 뿌린, 한 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던킨 메뉴가 
바로 이 보스톤 크림파이의 짝퉁이었던 것이다. 
오리지널은 일단 튀기지 않았으니 좀 단백하고 
옆에 딸려온 생크림이 무색하게도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홀랑 먹어치우기 좋은 간식. 
미국에 와서 디저트란 걸 먹어보질 않았는데 보스톤 크림파이는 만족스럽다.  

자동이 많다-변기, 수도, 
전시관과 거리 곳곳에 이름이 남아있는 나라
도서관, 미술관, 교회에도 국기가 걸려있는 나라
남의 나라에서 파온 것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
굉장히 많은 이름들을 기억한다. 
거리의 이름도 그렇고, 전시관의 이름도 그렇고
세종대왕은 좀 인기가 있긴 하지만
을지문덕 거리, 유관순 학교 뭐 이런 이름은 어째 어색어색한데 말이다. 
게다가 이 동네 대부분 거리의 이름은 독립운동 당시 앞장 선 부유한 상인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국보다 교회가 많은 유일한 도시가 아닐까.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물 고풍스러운 교회들이 거리마다 자리를 잡고 있다. 
어제 전철 역에서는 선로를 고치다 희생된 직원의 이름을 새겨둔 것도 봤다.
911기념관에 모든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것도

**하지만 이런 '국가'강조 분위기는 이 동네만 그런 거라고 미국의 다른 동네사람들에게 나중에 들었다. 
그리고 이 동네 사람들이 말이 짧은 건 사실이라고^^
부와 명예 중에서 명예는 지킬 만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좋은 전통이지만
전과 달리 업적이나 희생이나 선행이 없이도
돈으로 명예를 사는 게 쇼핑처럼 되어버린 건 별로 멋져보이지 않는다.

사무엘 아담스 보다도 더 크게 서 있는 
보스톤 전 시장의 동상을 보고 좀 의아했는데   
보스톤 시민들의 넘치는 사랑으로 세운 것이라고 한다. 
동상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나로서는 좀 신기해보이던.

Day 04 에브게니 키신, 카네기홀




드디어 키신!!! 
키신은 듣는 것 뿐 아니라 보기도 좋은 공연인데, 
두 달 전부터 기대만발이었는데,
듬성듬성 졸았다--;;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음악은 들으면서 졸았다는 것^^
열정 소나타 뒷부분과 처음 들어보는 스페인 작곡가들의 곡은 화려했다.
어딘가 단정해진 어른의, 
부드럽게 휘감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아름다운 키신의 손.
꼭대기 자리 였지만 커튼 콜 때 키신의 미소를 볼 수는 있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넘게 앵콜했다는 전설을 듣고 기대했는데
오늘은 한 네곡 정도?
순한 얼굴에 어울리는 착함이다^^ 
오늘은 별로 많이 걸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중요한 연주에서 졸다니...!!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습니다.....!
Joaquin Larregla의 Viva Navarra. 

말로만 들었던 카네기 홀.
상상처럼 음향시설이 엄청 훌륭한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지만 난 전문가가 아니니까, 뭐. 
좌석도 그냥 보통 오페라 극장 같았는데 독특한 분위기는 공연안내를 하는 지긋하신 어른들이었다. 
책자를 보니 자원봉사자들이신 것 같던데 공연장 자체를 더 품위있어보이게 해준달까.
멋있었다.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음악가들의 사진속에서 결국 리흐테르를 못 찾았다, 아쉽게도.

오전에 MoMa를 갔다가 무료입장이 4시 부터라는 정보에 타임스퀘어만 좀 구경하다 왔는데 혼잡의 극치였던지 한 일도 없이 엄청 피곤해졌다. 그래도 페이스타임 덕분에 어제 만난 여행친구와 연락이 가능했다. 진짜 가정식 같은 파스타를 저녁으로 같이 먹었는데 요즘 수타면을 만들어먹으며 나름 만족하고 있던 차에 전문가의 면을 먹어보니 역시 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팁. 뉴욕은 최저임금이 4불에 거의 팁으로 연명한다며 바텐더인 친구는 늘 20%의 팁을 남긴다는데 난 나쁘지 않은 정도라는 15% 정도를 지키고 있다. 참 이상한 문화다. 일하고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아야할 것 같은데 일종의 칭찬급여에 기대 살아야 한다니. 거기다 어제 갔던 페루사람들이 하는 일본 라멘집에서는 아예 계산서에 팁이 찍혀나오기까지 해서 좀 황당.

오늘의 지하철. 어제 오늘 중 처음인데 안내 방송하는 아저씨가 거의 서울지하철 스타일이다 특유의 말투랄까. 게다가 저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로 시작하는 지하철 구걸꾼이 등장했다. 서양은 다 그런가 싶었는데 뉴욕 자동차들 경적을 엄청 울려대서 친근하다^^

Day 07 다시 보스톤 미술관, 퀸시마켓, 보스톤 도서관


Museum of Fine Art(return visit)
어제 너무 급하게 본 것 같기도 하고 열흘인가 사흘인가-벌써 기억이 가물가물-안에 다시 오는 건 무료라는 희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두번째 방문.
세잔과 드가는 스타일이 다양하다
초상화를 거의 그리지 않았고, 가족들을 그린 그림을 팔지 않았다는 등 
그림의 재미는 역시 이야기.
드가가 궁금해졌다.
모네는 잔 붓으로 풍경
르누아르는 큰 바람이 지나간 것 같은 붓
들라크루와는 어딘가 힘 찬 느낌
윌리엄 터너의 새로운 풍경
아담에게 첫번째 여자 Lilith 가 있었는지 몰랐다 
그림을 보고 아이가 쓴 시를 같이 전시한다든가 
그림의 주제가 된 이야기를 같이 전시하기도 하고
가구를 만드는 과정 비디오
그림 속 인물과 공감하는 관람객의 해설이 있기도 하고 
이것저것 신경쓴 기색이 역력한 성의있는 미술관이다.
덕분에 미술관에 좀 관심이 생겨서 뉴욕 현대미술관을 좀 더 천천히 둘러보기로 결심했다. 

Quincy Market
너무나도 다양한 메뉴들이 있던 가운데 잘못주문해서 또 튀김을 먹었다. 클램차우더는 클램보다 감자가 더 많더만...그래도 다양한 종류를 먹어볼 수 있는 괜찮은 곳이긴 했다.

보스톤 공공 도서관
9시까지 열어서 느즈막히 갔는데 건물 내부부터 관광 올만한 곳이었다.
근처에 멋진 교회도 두 개나 있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정말 공부할만 한 도서관이다.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널찍해서 그런지 앉아서 꽤 오래 걸어 피곤한 날이었는데도 
책 좀 보는 동안 하품은 했을 지언정 졸지 않았다--;;
진짜 도서관이 좀 이랬으면....

Day 08 다시 뉴욕

지하철역 근처 Ajisen Ramen.
별로 맛없게 생긴 간판이었지만 의외로 괜찮았다-아지센 매운 라멘.
결국 숙소에 돌아와 빨래 삽질-헹구는 타임을 놓쳐서 섬유유연제는 써보지도 못하고
엄한 건조기에 빨래를 넣는 바람에 자연건조.
그리고는 바로 실신.

포스터에서 봤던 줄리어드 학생들의 무료공연을 볼까, 
낮에 줄서서 라이온킹 복권티켓 당첨에 도전할까 등등 
계획은 창대하였으나 

결국 도심을 헤매다 내리는 비와 피곤에 쓰러지다...
일어나 보니 새벽 네시...한 아홉시간 쯤 푹 잤다.
꿈에서 엄마가 웃기는 바람에 웃은 것 까지 기억난다-다행이 방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Day 09 Daniil Trifonov 링컨센터, 그리니치 빌리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유려한 테크닉.
유튜브에서 연주를 수도 없이 봤지만 눈 앞에서 보는 감동은 역시 달랐다.
워낙에 인기있는 선곡이긴 해도
엄청난 기립은 연주에 압도되어서 였음이 느껴졌다, 최소한 나는^^
멋있다, 정말.

어제 나보다 먼저 실신해있던 처자는 
내가 나돌아다니고 다시 실신하고 깰 때까지 계속 실신이어서 뭔가 했는데
체하기도 했고 일어난 시간이 각각 다르기도 해서 그랬던 모양.
서로 이상하다고 생각할 뻔 했네--;;
오페라 가수라는 흔치 않은 꿈을 가진 청년.
중국에서 미국을 오려면 비자를 받아야하지만
신발벗고 검사 같은 건 안한다고 한다. 

그리니치 투어는 여러 명소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져서 공연시간에 빠듯해지는 바람에 
설명 많이 해준 근면성실한 가이드를 원망했다--;; 
덕분에 급하게 할랄푸드를 사서 거의 후루룩 마시고 들어감.

느즈막이 공연을 보고 돌아왔는데 
호스텔 앞에 투어 동행이었던 두 친구가 앉아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여자들끼리 으쌰으쌰 해주기 시간.
캐나다 사스캐츄완에서 매일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해피 투게더|春光乍洩|Happy Together

오늘  우슈아이아 정보를 보다가 이 영화에 나왔었단 등대이야기를 기억해냈다.
슬픔을 묻고 오는 등대였었네....


정확하게 이 장면은 아닌데 이 전후로 양조위를 보는 장국영의 눈빛은 열애-그 자체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장첸을 좋아했다. 와호장룡에서 다시 나왔을땐 더더더 멋졌지만
여전히 첫 매력의 순간은 바로 여기.
왕가위의 사랑이야기는 사랑의 단계 어디를 보더라도
쓸쓸함과 외로움이 있다.
갈구하는 모습도 절실하거나 애처롭기보다는 
고독하다.
상처받기에도 지친 연인.
다시 만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