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한나|Tyrannosaur|2011


분노와 구원의 전이.
물질만능주의시절에 사람의 힘을 대놓고 강조하는 드라마들이 만들어지는 것 역시
사람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 한 편은 든든한데
그렇다고 해서 느슨함이 눈감아지진 않는다.
며칠 일을 안 나가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유능한 직장인,
아무도 안 믿는다며 폭력을 몸으로 때우는 선진국 여자.
이런 걸 궁금해하는 내가 오바인가.
하지만 처음 제프를 만났을 때 한나는 그게 맹목이든 가식이든
배우고 싶은 모습이었다.
타인을 현재의 모습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손을 내밀 수 있으려면
얼마나 깊어져야 할 지.

예전엔 서양 영화속 장례식 장면이 참 좋았다.
있을 때 잘하지 죽은 다음에야 찾아와서 한바탕 통곡으로 속풀이를 해버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근데, 이번엔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곧 잊을텐데
장례식까지 울지 않으려고 노력할 필요 없잖아.
춤 한번 노래 한번으로 금방 되찾을 수 있는 웃음인데
하루쯤 미뤄도 되잖아.
울어도 되잖아, 굳이 빨리 웃으면서 보낼 거 없잖아...
그래도 이 영화 속 장례식 노래는 맘에 들었지만.

극장에서 봤다면 몰랐을텐데
다운받은 파일은 항상 영화 등급이 표시된다.
영화 시작에 선정성이 다소 높음으로 나와있는데
선정적인 장면은 하나도 없고 강간씬이 하나 있다.
강간이 폭력이 아니라 선정이라니 분노가 상승했다.
후지다, 정말.

시민케인|Citizen Kane|1941



존재할 때 미처 몰랐던, 혹은 지나쳤을 모습을
세상을 떠난 후 하나 둘 맞춰간다면 어느 것이 진짜일까.
기자는 그닥 케인의 인간 자체에는 관심도 없어 보이던데.

약간 반항심도 있었던 어린 소년 케인은
확고한 어머니의 의지로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된다.
자신이 부모를 떠나게 된다는 사실을 안 케인이
자신을 맡아 줄 은행가에게 덤비자
케인의 아버지는 애들은 역시 매가 필요하다는 말로 사과를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케인의 어머니, 남편이 그렇다고 하자, 말한다.
그래서 이곳은 아이키우기에 좋은곳이 아니라고.

새끼 언론재벌 시절의 케인은
그 동기가 돈이 아니라 야심이라는 것을 빼면
다른 재벌들과 다를 것 없다.
24시간 취재시스템으로 바꾸고, 직원을 갈아치우고,
다른 언론사들을 마구 먹어치우고, 잘 나가는 경쟁사 임원을 통째로 스카웃 하고,
지키겠다는 생각보다는 뭔가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진실만을 보도하겠다는 편집인 서약까지 해버린다.
남을 신랄하게 비난하려면
똑같은 짓을 해봐서 그 속을 꿰뚫되
자기 자신은 절대 돌아보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향한 공격이 날이 항상 날카롭게 서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마도 케인 스타일~

그러던 그는 갑자기 사랑에 빠져 흑백이라 안보이지만  볼빨개짐 충만했을 결혼도 한다.
물론 그 결혼은 재벌답게(^^) 금방 다른 사랑으로,
겉보기엔 재능도 없던 여가수를 위해 이혼도 불사하고, 정치도 포기하고,
노래선생을 붙여가며 오페라 극장을 장만해주고, 성까지  지어주었다지만,
정작 그녀는 모든 것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케인은 그저 자기방식을 고집하는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이 모든 것은 진짜로 영화속에 하나도 안 부러울법한 자태로 등장한다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별로 들어가 살고 싶지는 않은 세계의 느낌이랄까...

가장 가슴아픈 이야기는 케인과 가장 오랜 우정(이라고 치자)을 나눈 리랜드에게서 나온다.
그는 케인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 같은데
케인에 대해서 아주 작은 연민도 보여주지 않는다.
별로 가깝지 않은 사람들의 기억속의 케인이 더 호감이 갔던.
로즈버드의 정체 때문에 결말은 식상해진다.
요즘도 많이 반복되는 주제지만 이런 결말은 인생을 참 무책임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케인에게도 깨달을 기회는 많았다, 그가 선택하지 않았을 뿐.
스스로를 가두는 선택을 계속 하면서 이런 안타까운 회한이라니.



이 영화가 위대한 영화 1위라는 것은 호기심과 반감을 동시에 주는데
아마 이런 장면이 40년대에 찍혔다는 것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호평도 1등에 기여했을 것이다. 
(놀랍게도 크레딧에 '특수효과'가 있다!)

케인을 항상 올려찍는다든가, 
크로니클사의 임원사진이 케인의 신문사 환영식으로 이어지던 신선한 장면전환
등등 기술적인 새로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이 느릿느릿한 이야기는 좀 지루했다.
아마 그 시절에 봤다면 더 괜찮게 느꼈을 듯.
  
흑백영화의 미덕-20대의 오손 웰즈가 케인의 노년까지 연기하는데 아무 무리가 없다,
쫌 팽팽한 아저씨 정도? ㅎㅎ

그래도 아직 모르겠어, 시작할 때 나오던 그 원숭이들은 뭐지..?
정성일 아저씨가 필요해~~!
이 분께서는 이 영화를 또 얼마나 알차게 즐기셨을지 생각만해도 부럽다...

이창|Rear Window|1954

요즘 영화 같은 포스터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볼 때도 느꼈지만
그 시절의 미국은 참 괜찮아 보인다.
원칙도 있고, 적당한 인정도 있으며, 풍요롭기도 하다.
(그 시절에 이미 지금 패악을 떠는 자본주의 병폐가
윗동네에서 슬금슬금 내려오고 있었겠지만...)
완벽한 애인이 너무 과분하다는 배터질만한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던 사진기자가
모험촬영 중에(약간의 은근한 압력이 있었으나 아무튼 자발적이기도 했던)
잠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사이 이웃집들을 엿보는 데 맛이 들린다.
영화소개글에 처음부터 살인사건을 목격한다고 나오는데
그 사건은 영화 중반부나 되어야 등장하고, 사실 그는 목격을 하진 못했다.
영화 중반부까지는 동네 사람들의 사생활과
공통점이 없이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사는 이쁜 부자 애인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등장한다.
어째 이웃들도 그닥 바람직한 결혼생활을 보여주지 않아서
그의 망설임이 계속 탄력을 받는데,
그 중 최악이었던 한 부부 중 부인이 어느 날 사라지면서
심심한 그는 열심히 그럴듯한 추론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를 구박하던 방문 간호사와 애인도 금새 이 흥미진진 추리에 퐁당,
나중엔 적극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게 된다.
그 사이 애인과의 상호적응력은 완전 상승.
 
주인공은 엿보기를 포기하지 못하지만
법보다 높은 윤리적 수준에서 고민을 한다.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한들 이것이 윤리적인가-라는.
훌렁 훌렁 창문 열고 살던 연립주택 동네는
미쿡스타일이라기보다는 아시아 스타일 같아서
옛날엔 서양도 저렇게 참견들 하고 살았구나를 확인시켜 준다.

평범한 연주곡을 배경으로 소근거리며 전화통화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서스펜스는
꼭 음향으로 쎄리거나, 음악으로 설치지 않아도
분위기는 충분히 잡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의외로 클라이막스는 순식간에 후루룩 지나갔지만.
(범인의 자백이 어찌나 빨랐던 지, 묻기도 전에 말해주는 경지^^)
사진기자라는 직업이 내용전개 상 이렇게 실용적으로 써먹히는 것도 처음봤다.
한 가지 더 놀라웠던 건,
지금 뉴욕 한복판에 갖다놔도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날 것 같은 그레이스 켈리의 패션이다.
그 시절에 이미 1000불이 넘는 옷을 사는 사람이 많다는 대사가 나오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펼쳐든 바자르 잡지도 요즘과 표지가 많이 달라보이지 않던데,
이건 단순히 복고의 영향인 걸까? 아니면 신기에 가까운 감각일까?

극장간판을 연상시키는 포스터
이건 좀 만화 분위기
당대 최고 배우 둘을 제압하는 히치콕의 패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대신에 
감정적인 행동과 방어적인 반응을 하는 것
Bowen/Nichols & Schwartz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은근 액션?

좀 어수선하고 후반부는 지루했고
이 이야기가 영화가 되기까지의 매력은 뭐였을까 궁금해 하는 와중에
김수현의 군복-추리닝-양복 삼종세트 등장.
늘 할만큼 해주는 박기웅, 
연기 쫌 되는 아이돌인줄 알았던 이현우
꽃미남들이 연기들을 잘해서 일까..
도대체 이 광풍의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나의 선택을 참고하자면
칠순노모를 동반한 가족이 볼 영화가 이것 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설마, 이 영화로 모든 가족들이 대동단결 중인 거? 
궁금증이 해결될까 싶어 쪼매 엿 본 웹툰.
영화는 웹툰보다 리듬감이 살아있고
대사도 더 잘 정리된 느낌.
하긴 바보스파이라니 기발한 생각이긴 하다.
그런데, 하고 많은 간첩대기자들 중 하필 그렇게 똑똑한 요원이 바보로 침투한 것도, 
비슷하게 별로 급할 것 없는 임무를 위해 꽃미남 요원들이 차례로 내려와 붙은 것도, 
이 웹툰을 탄생시키기 위한 이유 말고는 없었던 듯.

옛날 쉬리의 최민식이, 굶어 죽어가는 주제에 
배때지에 기름 낀 남조선 것들을 비웃으며 짱짱한 자존심을 세우던 게 생각난다.
하지만 20,000대 1을 뚫었다는 엘리트의 사모곡은 어째
그보다 낮은 경쟁률을 뚫었을 선배님의 멘탈과는 비교가 안될세...
어쩌면 이것은....북한의 신세대 보고서...!
존경하는 조장 동지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사랑,
인생 뭐 있갔어-라는 총살감 자유주의자,
조국보다 오마니라는 반동분자.
그래 북한도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게야^^
모처럼인데 주현과 손현주-이렇게 나오기는 마이 아까워...





헐, 저 꼬맹이 성민!
슬픈 기분을 느낄 겨를도 없이 눈물이 따라나오게 만든
신의 연기력^^
너 아니었으면
내가 니 형 찾는게 뭐가 슬프다고 울었겠--;;

그리고.
수십년 전과 똑같이
푹 담가 막걸리를 저어주던 정겨운 손가락으로
이번에는 닭살을 발라 멕여주던
은실네 박해숙-반가웠어요~!
많이 나오실 듯 하더니
오래된 정원 이후 처음.

대학살의 신|Carnage|2011

 쫌 멋있는 프랑스 포스터

소문듣고 보고 싶었는데
극장에선 놓치고 결국 다운로드.
1시간 20분의 짧은 시간이긴 해도
제한된 공간에서 딱 네 사람의 대사로
모든 이야기를 완성하다니
어마어마한 파워의 작가다.
영화니까 앞뒤로 야외장면이 좀 붙여지긴 하는데
약간은 장식느낌.
파탄난 어른들과 달리
애들싸움 답게 끝난 애들싸움을 보자면
역시 들이받는 게 위선보단 나은 걸까..흠..
살짝 장진 분위기인데
네 사람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시카고의 남편 역이 딱이었을 만큼 순한 존재감의 존 C.라일리가
무려 조디 포스터의 남편에 등극.
네 사람의 연기 보는 맛 중 베스트는
취했을 때 케이트 윈슬렛과, 거의 내내 발군 크리스토프 왈츠.
어쩐지 삐뚤게 자수성가해서
영혼이 없는 변호사가 됐을 것 같은 싼티를
은근 풍기심^^

시작은 나름 우아했지만....^^
요즘은 별 특수효과가 다 있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2013

정말 남자 영화, 개츠비
이 영화 속 여자들은 역사 없는 대상들일 뿐.

줄거리만 대충 알던 시절 개츠비는 꼭 열심히 읽어주고 싶은 짠한 남자였는데
책보다 먼저 만난 영화속 개츠비는 많이 딱하다...
처음엔 정말 완벽하다 싶을 만큼 멋있었지만
지날수록, 아...다시 만나도 힘들 남자 같으면서
점점 거리를 두고 보게 되고
그럴수록 불쌍해보인다.
그녀를 위해 마련했다는 모든 것이라면서
함께 떠나자는 그녀의 말에서 '함께'보다는 '떠나자'에 실망하는 모습은
참신하게 보일 정도.

톰은 위기에 처한 아내를 위해 더러운 짓들을 서슴치 않았고,
윌슨도 아내의 복수에 목숨을 바치는 마당에, 
밀주사업 정도의 불법으로 백만장자가 된 개츠비의 사랑은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지만,
디테일 덕에 낭만은 있었다.
잡지 못한 사랑보다는
결국 실패한 그의 성공스토리가 더 안타깝다. 
어쨌거나 상남자 영화.

바즈 루어만은 옷이며, 장식이며, 불꽃놀이 같은 것 뿐 아니라
사람까지도 색깔 별, 종류 별, 스타일 별로 다채롭게 활용한다. 
미니멀리즘의 완전 반대쪽 끄트머리에 있을 것 같은..
빼고 비우는 것 보다 잔뜩 꾸며서 균형 맞추는 게 더 어렵다던데
암튼 특이한 감각이시네.
좀 재미있었던 건 배 나온 단체 댄서들.   
  
닉이 엄청난 미사여구로 설명했던 개츠비의 미소
내가 볼 수 있는 건, 어딘가 뿌듯해하며, 그 힘이 전달되길 바라는 것 같은...
어쨌거나 이런 부담스러운 장면도 해내야 하는 배우...
데이지를 위해 마련한, 5년 정도면 손쉽게 장만하는(^^) 개츠비네 집
  그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은 한 장면-늘 바라보고 있다...
낭만의 시작일 줄 알았지만 끝이었던

디카프리오의 영화를 보기 전엔 항상 말투가 기대된다.
아마도 인물과 상관있는 사투리를 쓰는 게 아닐까 싶은데
블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영화는 표정보다 말투가 더 기억에 많이 남았었다.
원어민들에겐 어떻게 들리는 걸지 궁금하다.

IMDB 뒷얘기 중에서 몇 개
개츠비의 차인 듀센버그는 2013년 경매에서 45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2대나 사용)

디카프리오와 토비 맥과이어는 진짜로 어릴 적 친구랜다.

닉이랑 조던이 차마실때 등장하는 웨이터가 바즈 루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