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실비아의 병을 가리키는 '사마리안실조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는데, 그 뜻은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의 고통에 대한 히스테리성 무관심'이었다....사마리안실조증은 과도하게 활성화된 양심을 마음의 다른 부분이 억압하는 증상이다.. 양심은 다른 모든 심리 기능에 "너희 모두 내 지시를 따라야 해!"라고 날카롭게 소리를 지른다. 다른 심리 기능은 양심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한동안 노력하지만, 양심은 화를 가라앉히지 않고 계속 소리 지르고, 양심이 요구하는 헌신적인 행동을 해도 외부세계는 눈곱만큼도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들은 마침내 반란을 일으킨다. 포획한 양심을 비밀 감옥에 가두고, 그 어두운 지하 감옥 위에 무거운 뚜껑을 덮는다. 그들은 더 이상 양심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달콤한 침묵속에서 심리적 기능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물색한다. 양심의 입을 막을 때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지도자, 바로 사리사욕이 등장한다. 그러나 사리사욕은 그들에게 깃발 하나를 주고 잘 보이는 곳에 소중히 걸어두게 한다. 검은 바탕에 하얀 해골과 두 개의 넙다리뼈를 교차시킨 그림 밑에 "널 지옥으로 보내주겠다. 각오하라!"는 글자가 적힌 해적기이다.
사랑은 저만의 만족을 구하고
저만의 기쁨에 남들을 묶는다.../블레이크
만약 엘리엇이 상대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 한다면, 구체적인 사람을 구체적인 이유로 사랑하려는 우리 같은 사람은 새 단어를 찾는 게 나을거다...예를 들어 난 아내를 우리의 청소부보다 더 많이 사랑했는데, 그 때문에 우리 시대에 가장 무시무시한 죄악인 차별을 범한 것 같은 죄의식이 드는구나.
-엘리엇이 도시의 모든 남자화장실에 똑같은 글을 쓰고 다닌다고요.
-그게 뭐였는지 기억나시오?
-네. '사랑받지 않고 잊히고 싶다면, 이성적으로 행동하라.'였어요.
-...당신들은 내가 상속받은 것을 관리하죠?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번 돈을?
-그렇다네....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돈은 그 고통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나한테는 내가 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있고요. 나는 괜찮은 음식과 옷과 거처를 사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뒤를 봐주는 젊은이 가운데 해마다 적어도 한 명은 우리 사무실에 찾아와 자신의 돈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하지. 주로 어느 명문대에서 일 년을 마친 젊은이라네. 개학의 첫 해는 파란만장하지! 젊은이는 세상에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돼. 그리고 수많은재벌이 엄청난 범죄와 결부되어 있다는 것도. 그는 저도 모르게 기독교적 양심에 사로잡힌다네...그는 혼란에 빠지고, 눈물을 흘리고, 화를 낸다네! 그리고 축 처진 목소리로 자신이 얼마만큼의 재산을 갖고 있는지 묻는다네. 액수를 얘기해주면 그는 부끄러워 어찌할 줄을 모르지. 그의 재산은 스카치테이프나 아스피린이나 인부의 덧바지에 기반한 것인데, 자네의 경우는 빗자루지. 그렇게 정직하고 유익한 사업으로 벌어들인 거라도 젊은이는 그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네. 자넨 막 하버드에서 일년을 공부했지?
-네.
-하버드는 훌륭한 대학이지. 하지만 하버드가 어떤 젊은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볼 때, 난 '어떻게 대학이란 곳에서 역사를 안 가르치고, 동정심을 먼저 가르친단 말인가?'라고 자문하게 된다네. 친애하는 번틀라인 군, 역사는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는 확실히 말해준다네. 재산 기부는 무익하고 파괴적인 행위라는 것, 그건 가난한 사람들을 풍족하거나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응성받이로 만든다는 것! 그리고 기부자와 그의 후손들은 징징짜는 가난뱅이와 똑같게 된다네.
-자네처럼 막대한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정말 황홀하지만 드문 기적이라네...자넨 그것을 손쉽게 얻었으니 그게 어떤 것인지 알 기회도 없었을 테지...그 돈 때문에 자넨 특별한 거야...자네가 전 재산을 기부한다면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 되겠지? 자네가 천재라면 또 모르지만. 번틀라인 군, 자넨 천재인가?
-아뇨.
-음, 그리고 자가 천재든 아니든, 돈이 없으면 훨씬 더 불편하고 부자유스러워질 걸세. 게다가 자넨 후손까지도 답답하고 짜증나는 삶으로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네. 그건 어느 어리석은 조상이 재산을 갖다버리지만 않았다면 부유하고 자유롭게 살 수도 있었던 사람들의 전형적인 삶이지....
당신이 어떤 사람을 알게 됐어. 그런데 아주 깊은 곳에서 뭔가가 그를 지독하게 괴롭혀...바로 ㅡ게 그의 행동을 지배하고, 그에게 비밀이 있다는 걸 그의 눈빛으로 내비치게 만들어...그게 `뛰어`라고 말하면 그는 뛰어. 그게 `훔쳐`라고 말하면 그는 훔치고, `소리쳐`라고 말하면 소리치지. 하지만 그가 일찍 죽지 않는다면, 또는 자기멋대로 다 하고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의 마음속에 있는 그것은 태엽을 감아놓은 장난감처럼 서서히 멈출거야...어느 날 당신들이 함께 일하는데 갑자기 그에게서 그 찰깍소리가 들려...그는 일손을 놓고 차분해지지. 이젠 진짜 바보처럼 보이고, 진짜 즐거워 보여. 그의 눈을 들여다보니, 비밀도 다 사라졌어. 심지어 그는 자기 이름도 즉시 대질 못해. 그는 다시 일을 하지만, 절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거야. 그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그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건 죽었어. 완전히 죽은 거야. 그리고 미친 짓을 하며 살 수 밖에 없었던 인생, 그것 또한 끝이 나는 거야!...이 운 좋은 개자식. 너한테도 그 소리가 났군!
생명체들이 언어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언어를 사용하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는 그들을 훨씬 더 활동적으로 만들었다. 텔레파시로는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하여 항상 대화하기 때문에, 모든 정보에 대한 일종의 일반화된 무관심을 낳았다. 그러나 의미 전달이 느리고 협소한 언어를 사용하면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각하게 되므로 계획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가능했다.
...기계의 정교한 발달로 인해 전 세계에 끔찍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는데, 그 문제를 아주 적은 규모로 해결하는 실험이었기 때문이오. 그 문제는 이것이었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때가 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상품, 음식, 서비스, 더 많은 기계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로서 가치를 잃을 것이고, 경제와 기술분야는 물론이고 어쩌면 의료분야에서도 실용적인 아이디어원천으로서 가치를 잃을 것이오. 따라서 만일 우리가 인간을 인간이기 때문에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근거와 방법을 찾지 못하면, 많은 사람이 종종 제안하듯 그들을 완전히 없애는 게 나을지도 모르오.
-가난해도 진취적인 사람은 지금도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소...
-...가난해도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라면, 그 후손은 피스콴투잇 같은 유토피아에서 살 수 있겠죠, 하지만 그곳의 정신적인 부패와 어리석음, 무감각과 나태함은 로즈워터 군의 전염병 만큼이나 지독합니다. 가난은 아주 나약한 영혼을 가진 미국인에게도 비교적 가벼운 질병인데 반해, 무익함은 강인한 사람과 나약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든 미국인을 매번 파괴합니다.
-엘리엇이 알아 낸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은 무조건 사랑을 주면 주는 대로 다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새로운 건 한 사람이 오랫동안 그런 사랑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제목에 나오는 `신이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는 두 번 등장한다.
`미친` 엘리엇 로즈워터에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사람이 건네는 것으로 한 번,
보험판매원인 프레드 로즈워터가 보험고객에게 듣는 것으로 또 한 번.
전혀 다른 상황에서의 같은 인사에서 큰 차이가 느껴진다.
내놓고 교훈적이며 계몽적인 소설로,
작가 스스로도 읽을 사람들이 안 읽을까봐 걱정할 법한 이야기.
권선징악(^^)을 벗어나지 않는 뚝심있는 결말까지
고풍스러운(^^) 만족을 주었다.
새로운 작가와의 즐거운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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