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코맥 매카시Cormac McCathy|사피엔스

선량한 주민들을 다스리는 데는 힘쓸 일이 거의 없다. 정말 거의 없다. 그리고 나쁜 인간들은 다스리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아니면 다스릴 수 있다는 얘기는 내가 들어본 적이 없거나.

사람들은 그들에게 닥치는, 그들이 감수할 까닭이 없는 나쁜 일에 관해서는 불평을 늘어놓지만 좋은 일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좋은 일을 겪어도 될 자격이 그들에게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는 전해지고 진실은 무시된다....거짓만 말하고 그것을 잊는다 해도 진실은 남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진실은 여기저기로 움직이지 않으며 때에 따라 달라지지도 않는다. 소금에 소금을 칠 수 없듯이 진실을 더럽힐 수는 없다. 진실은 그것이 진실이기에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믿는 게 무엇인지 나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다. 단순해야 한다.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늦게 된다. 그것을 이해할 때는 벌써 늦은 것이다.

마치 어느 야구 선수가 언젠가 내게 말한 것처럼 작은 부상을 입어 몸이 약간 불편한 데도 오히려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경우와 같다. 그의 부상은 백 가지 보다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부상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골라서는 안되는 책이었다. 매혹적인 제목에 끌려버린--;;
책겉장에 도배된 칭찬중에서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에 대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숨돌릴 겨를 없이 끌렸다지만 나는 별로.
완벽한 번역이라면 단어사용의 묘미와 문체를 다 살려야 하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나는 작가를 충분히 연구한 자신만만한 번역가의 의역이 좋다.
이 책의 성실한 번역가는
자기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까지 주석으로 달아 변명할만큼 정직한 사람이기는 하나
그 부족한 자신감으로 인하여
어지간한 단어에 다 음을 달아 거기에 주석을 붙였고,
그 결과,
달려야 하는 이야기들은 자꾸 과속방지턱에 살짝살짝 걸려 김이 빠졌다.
번역자가 이 정도면
원서를 읽어봤자 내가 그 속도감을 느낄리는 만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악한 시거,
우연히 시거의 물건에 욕심을 부린 모스,
그들에 말린 보안관 벨,
어떻게 추적해서 어떻게 서로를 찾아내는 지의 과정은 모두 생략된 채
장면으로 바로 뛰어들어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묘한 소설.
하지만
인물 누구에게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기에
즐거운 긴장은 아니었다.
얼추 읽기에도 이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는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작가인듯.
근데, 여전히 모르겠다.
왜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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