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갈매기|애플씨어터







체홉 지루하다는 편견을 버려라!!---라니, 체홉의 단편집만 읽은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이지만 연극관객들 사이에서는 그런 얘기가 있었나보다.
갈매기의 등장인물들은 이렇다.

>이 둘은 부부인데 관계표시에 그냥 `가족`이라고 되어 있어서 웃겼다~(클릭하면 커짐)

여배우는 예술가를 사로잡고, 행복하지도 않다는 예술가는 유혹적이고, 아름다운 처녀는 예술가를 동경하고, 피끓는 청년은 처녀를 사랑하는데, 이중에서 살아남은 사랑은 하나 뿐이다.
왠지 상반되는 두 여자가 중심축으로 느껴졌다-원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여자와 원하는 것에 이끌려 가는 순박한 여자. 순박한 여자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기는 하되 원하는 사랑은 얻지 못하고 강력한 여자는 아들을 잃은 대신 연인을 되찾는다.
주인공들 말고도 원하는 건 하나도 못하고 별로 원하지도 않았던 일을 28년간 했다는 퇴직 법무관이나 해바라기 사랑을 대물림하는 집사 모녀도 인상깊다. 그리고 알고 싶지 않은 건 눈 질끈 감아버리는 안스러우나 어쩌면 제일 강한 사람일지도 모를 중학교선생도.
   
2시간 반(쉬는 시간 15분 빼고)이 홀딱 지나도록 푹 빠져 보기도 했지만, 나중에 커튼콜을 할 때 보니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환호 안 할 배우가 없었다.   
김호정, "좀 더 저를 봐 주세요"와 "그 사람을 죽도록 사랑해"사이의 놀라운 폭발. 영화로만은 정말 이 정도일 지 몰랐다. 표정 하나 하나 참 아름다운 배우.
늘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시종일관 카랑카랑 송옥숙의 시들지 않는 섹시함도 근사하고, 유명작가를 맡았던 남명렬은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먹물 깨나 들어서 시골처녀 바람 잡는 재수 없는 남자역할이 너무너무 잘 어울렸다..연기 같지 않게^^. 게다가 작은 대사 하나까지 어찌나 잘 들리게 얘기해 주는지. 목소리 파워가 대단.
그리고 놀라운 건 박성일이라는 배우. 갈매기가 데뷔라는데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귀엽기도 하고. 박웅 할아버지(^^) 역시 파워풀. 이름을 확인할 수 없는 메드베젠꼬역의 배우는 정말 깨는 그러나 튀지 않는 대사들로 여러 번 웃겨주었다.
게다가 몸짱들로 구성된 하인 그룹 중 꽃돌이 한 명과 하녀 한 명의 귀여움도 무대 한 자리에서 시선 둘 곳을 마련하고 있어 알찬 공연^^

보너스-시청역에서 찾아가면 은행잎이 수북한 덕수궁의 돌담길을 380미터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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