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자이살메르|사막의 별

사하라 같은 풍경은 절대 아닌 라자스탄의 사막

여정중에 '샘샌드듄'이라고 사구가 있는 곳을 지나기는 한다.
 
 
자이살메르는 인도 서쪽에 있는 라자스탄주의 도시로, 라자스탄의 관문으로 치자면 수도인 자이푸르를 들 수 있겠지만 사막의 냄새로 따져볼 때 라자스탄의 심장 같은 곳이다.
 
자이살메르에 도착한 것은 새벽에 가까운 아침이었다.
자이푸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마구 흔들리며 열 시간 남짓 달려온 곳. 하지만 어슴프레한 새벽녘에 버스에서 눈을 떠 바라 본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모래색 성벽 아래에 모래무덤이 자연스레 어울려 있는 모양이 마치 모래더미 속에 성곽이 벌떡 일어서기라도 한 듯이 보였다. 멀리서 보면 언뜻 신기루 같기도 했는데, 마침 아침이라 비둘기떼가 날아올라 웬지 모를 신비감을 더했다.
 
이곳의 온 목적은 ‘camel safari’ 때문.
자이살메르의 숙소들은 사파리를 알선하는데, 대신 하룻밤은 공짜로 재워주고 낙타여행을 하는 동안 짐을 맡아준다.

2박3일의 사파리는 꽤 강행군이다. 일단 황무지에 널린 ‘쓰레기 봉다리들’이 사막의 첫 풍경이라는 것이 심적으로 그렇고, 온 몸을 빨갛게 익히는 태양도 그렇고, 조금만 중심을 잘못잡고 타면 엉덩이가 절단 나는 낙타타기도 그렇고, 모래가 잇새에 끼지 않는 게 다행인 식사, 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세수와 양치도 그랬다.
 
사파리의 숙소는 담요와 침낭이다. 안장으로 썼던 담요를 내려 바닥에 깔고 각자 가지고 온 침낭을 놓고 그 위에 다시 안장담요를 덮고 나면 말 그대로 하늘을 지붕삼아 자는 나그네 전용 숙소가 되는 것이다. 이제 사파리의 하이라이트 시간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사막에서는 초저녁이 되면 어둑해졌나 싶게 해가 정말 꼴딱 넘어간다. 시야에 걸리는 게 없어 마지막 순간까지 다 보이는데, 해가 사라지면 정말-당연한 거겠지만-금새 깜깜하다.
그렇게 더웠던 낮이 가고, 바람 불고 쌀쌀한 밤이 된다.
그리고 잠시 후면 별들의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샛별로 시작한 사막의 밤하늘은 곧 빽빽한 별무늬로 거대한 돔 같은 하늘을 가득 채운다. 자려고 누웠다가 가만히 눈을 떠봐도 시야는 온통 별이다.
엎드려서도 보이는 별.
잠들기 직전까지 보이는 별.        
그리고 침낭밖에 내놓은 얼굴로 살짝 부는 바람.

 
세상은 온통 별 뿐이고,
이곳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다른 별인 것도 같고,
인생은 원래 혼자 사는 것이고,
먼 미래의 나,
돌아가면 할 일,
읍내로 가면 먹고 싶은 것들이
바람을 타고 지나가기도 하지만
마침표는 그래도 별이다.  
 
사파리의 보너스: 해가 후다닥 뜨는 아침의 일출(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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