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사기동대|2016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멋있다.
근데 정말?

사기의 피해자로서
초반 사기꾼들이
사기치는 주제에 훈계를 하는 건 정말 입을 확-해버리고 싶었지만
나는 어느새 서인국에 빠져버렸으므로^^
잘 해치우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름은 알았지만 이런 배우였다니...

이 얘기가 대단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다단계 회장까지는 어떻게 처치할 지는 몰라도
시장님의 말인지 막걸리인지 알 수 없는 열변과 달리
상상도 못하는 숫자의 돈을 훔친 자들에게도 분노하는 게 현실이기에
양정도가 아무리 잘 나가봤자
죽어도 죽지 못하고 요즘은 드디어 개망신까지 당하고 있는 이건희나
방호성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세금을 떼먹고 있는 그의 아들 이재용 수준의 불량납세자들은 근처도 못갈 것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현실 속 조희팔의 활극을 보면
이 정도만 해도 좀 환기구를 열어주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두려움 없이 몰려가 뒤집고 마는 이야기 전개의 재미는
인물들 덕에 팔팔하다.

작두를 탔다는 말이 딱맞다 싶게 종횡무진 하는 서인국
-조희준의 사업 설명회 직전에 중얼 중얼-아마도 즉흥대사를-연습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 꽉 차 보였고
피라미드 회사에서 천성희와 처음 만날 땐 멜로필도 충만~ 

원래 좋아했지만 더 좋아하게 된 송옥숙
-미주에게 연애론 시전하실 때
무심한 듯 한마디 한마디에 인생을 묻혀내던 것 같던 내공

아니 이런 배우가, 조우진
첫 등장부터 깜짝 놀랐는데 별 볼 생각없던 내부자들을 보고 싶게 만들었다.
전혀 화려하지 않은데도 시선을 사로잡는 정말 독특한 내공의 소유자.
관능의 법칙에서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 배우야 말로 스타일에서 연기까지 팔색조 같은 느낌이다.
다음엔 또 뭐가 되서 나타나려나^^

안 나와서 아쉬운 악당 오대환
-세게 나오는 김계장 앞에서 웃어넘기던 그 어색함이 오히려 자연스럽던 그 모습은
강한 자들 앞에서 비굴해지는 걸 망설이지 않고 살아왔을 마사장 역사의 한 장면

이번에 처음 보는,
소름끼치게 재수 없는 방필규를 보여주는 김홍파,
욕먹는 대로 웃음소리까지 돼지새끼처럼 내던 그의 아들 임현성,
나이도 성격도 어떻게든 바꿔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쿨함의 결정체 이선빈,
식당에서 맛집 얘기하는 장면으로 빵터진 허재호까지
보기에 즐겁다.

......

드디어 마지막회가 끝났다.
대체 어디까지 갈까 궁금해하면서도 내 기대가 어디까지인지 모른 채 기대하고 있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운 마무리.

천시장과 안국장의 마지막 대화에서
자신의 서원시를 보여주기 위해 좀 더 버티라고 말하는 안국장을 바라보던 천시장의 표정
-자신을 보는 것 같았을 것이다.
그 복잡한 얼굴이 피곤함과 섞여 나오던 안내상의 얼굴 멋있었다.
그 몰락의 대단원을 안국장이 차 안에서 듣는 뉴스로 마무리 한 것도 멋있었고.
있으면 안되는 그 시작의 싹이 잘리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깔끔한 마무리랄까.
그 사이 천진난만한 학주와 자왕도 귀여웠고^^
배신 안하는 게 반전이었던 마진석의 마지막도 귀여웠다.
딸을 비서로 두고서도 별로 보여주지 않던 따뜻함을
이제사 대방출 하신 노방실 여사도 멋지다.

사기꾼이란 늘 보다 쉽게 대가없이 남의 것을 훔치는 직종이지만
마지막회에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양정도는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위 아래 구분 없이 종횡무진 하던 수퍼 사기꾼 시절보다
제자리에 발을 딛고선 느낌.
그의 희생으로
노력에 비해 큰 것을 얻고 지키기 위해 사람을 쉽게 부리는 악이 더 선명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출소하면 미주한테 한 대 또 맞을 듯^^
그나저나 이번엔 전과 3범.
백과장이 정도였어도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
홀몸이 새삼 더 서럽겠구나--;;
밥을 그렇게 잘 먹는 걸 보면 적응따위는 뚝딱 해버린 것 같다만 ㅋㅋ

왠지 짠했다...

'끝까지 노력해서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라니 정말 반가운 작별인사~!

Q. 운반책이 실형인데 불법자금을 댄 최회장은 어떻게 변함없이 독바둑을 두고 놀수 있지?

노말시티|Normal City|1993-2001|강경옥

오랜만에 집어든 만화책이 노말시티였던 건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서였다.
워낙 강경옥의 만화는 후유증이 있어서
가볍게 집어들 수 없는데...

젊고 아름답고 강한 마르스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살라
자신의 생과 자신을 찾아간 이야기.
모르는 사람은 그녀의 힘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공허함을
그래서 결국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했지만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고
절망속에서도 사랑을 결국 인정한 마르스는
끝까지 새로운 강함을 키울 수 있었던 걸지 모른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이샤를 볼 수 있어서
마르스는 행복했다는데
그리고 그건 정말 행복했을 것 같은데
생에 걸쳐 풀어갈 번민을
너무나도 높은 밀도로 빠르게 겪어버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겁다.

너의 모든 고뇌가
네가 인간이길 말해준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제 손으로 답을 움켜쥘 때까지 회의를 거듭하던 마르스,
내가 죽였던 애들이잖아-를 외치며 제 힘을 스스로에게 증명해보려던 마르스,
불운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이 행운일지 모른다는
이면을 바라보게 되었던 마르스.
이 모든 건
초능력에도 버거운 압축의 번뇌였다.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하면서
원하는 것을...
아닌 것처럼 말해...
-결국 이 마지막 숙제도 풀어낸 마르스.
근데 난 이 말 되게 공감 돼.
너랑 비교도 안되게 오래 살았는데
아직 이 숙제는 끝나지 않았고...
폭주를 해봐야 하나 봐--;;

마르스로 인해 나름의 성장-거의 외면하던 자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하는 시온, 진, 이샤, 비너스
모두 사람 답다.
(금방 읽고도 이름을 까먹은) 비너스 바라기 소녀가 강해져
비너스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던 것도 좋았고,
다른 얘기들에서는 대단한 혁명이 되었음직한 메두사들의 반란이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것임을 깨닫고 인정하며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도 좋았다.
그래, 모든 것을 혼자 찾아 혼자 깨닫는 게
인간 마르스 다운 일이다.

 
행복한 너를 봤는데도 나는 왜 슬픈거니...
홀가분한 주인공을
착찹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강경옥의 비기는
이렇게 이어졌다 ㅠㅠ

PS. 새 책을 샀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사고나서 한 번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다가 몇 쪽이 실종된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는 중고를 샀으며 사고나서는 한 번도 안 읽었다는 거...???
진짜 기억이 없다.....
애장판을 살 좋은 핑게지만
그럼 이 책은 어떻게 해야하나....도서관에서 왜 만화책은 기증을 안 받는지 모르겠어....!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1 -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노 소리가 그립던 중 반가운 김선욱 독주회.
디아벨리 변주곡은 궁금해서 유튜브로 미리 들어봤는데
발트슈타인 만큼이나 기억에 남을 곡이었다.
그런데 김선욱은 좀 특이 했다.
소리는 따뜻한데
연주는 컴퓨터 같은
-말하면서도 뭔 소린지....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내겐 참 고마운 자장가 ㅋㅋ로 처음 만났었다.
염가로 구입한 리흐테르 모음곡이 슈베르트 소나타였는데
아무거나 틀어도 잠이 솔솔오는 마력이 있어
한동안 아꼈는데^^
저 894번은 잠결에 듣기에도 시작부분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낮에 끝까지 들어보려도 다시 틀었다가
낮잠을 자기도 했었지^^
2, 3 악장이 그렇게나 열정적인 것은 이번에 처음 들은 것 같다.

김선욱 하면 악보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는 모습이 떠올랐는데
이제 그 모습은 초창기 청년시절로 저장해야 할 듯.
30대에 슈베르트 전곡에 도전하고 싶다니
반가운 소식.

경주|Gyeongju|2014

 영화를 보고 나니 참 뜬금없어 보이는 홍보문구--;;


웃음기 하나 없는 홍상수 영화 같은 느낌.
아름다운 경주는 매력적이었지만
삶과 죽음을 같이 만나는 최교수의 여행기는
좀 지루했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몰려드는 화들짝 단서들에
내가 여태 뭘 본 건가 싶어졌다.
무려 정성일이 오랜만에 소개시켜준 감독이라
그 매력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
영화상영시간과 거의 비슷한 길이의
GV영상 까지 봤다.
영화를 꼬치꼬치 본 정성일이 묻고
이따금 그게 내 영화가 맞냐고 웃으며 감독이 되물을 때
좀 실망스럽기도 했고
대답을 듣은 경우에도 좀처럼 뭔가가 떠올라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는 모르지만 어딘가에 있다는 매력이 뭔지는 알고 싶어져서
장률의 영화 몇 편을 기억해두었다.

협녀, 칼의 기억|Memories of the Sword|2014

내가 보고 싶었던 바로 그 그림

무협지 줄거리에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지만
제 손으로 어찌 못하는 정인을
딸에게 어찌 해보라고 키우는 엄마는 너무 이기적이고 비겁하며
비밀을 다 알고나서 갑자기 결심해버리는 홍이는 더 이상하다.
갑자기 엄마의 의지가 훅 들어온거니?
게다가
영화 비천무를 연상시키는 오랜 연인들의 최종선택.
아, 정말 연애 요란하게들 하시네, 자식 앞에서...

그런데
와호장룡 이후로 이제는 과한 게 뭔지를 모르게 되어버린 와이어 액션 멋있었고
전도연과 김고은의 액션씬도 기대만큼이었다.
불쑥 나타난 이경영 멋있었고
연기로는 큰 몫 하시던 이배우-참 싫은데도 설득되는 연기였는데 그래도 싫더이다 ㅎㅎ
그래도 영화는
멋있는 장면들 많아서 멋졌다.

오피스|Office|2014

무서운 배성우와 무서운 고아성-덜덜덜....

신다미씨는 아무 잘못 없지만
멀쩡한 사람이 쭈구리가 되어 버린 것이든
쭈구리들만 미치는 것이든
열심히 일하면 없어 보인다니
불행과 가난의 냄새를 어찌하란 말이냐......

이런 이상한 도시에
이런 괴담 하나 없었던 게 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웠던
익숙한 공간 다시보기.
플란다스의 개에서 나왔던 아파트 다음으로
신선한 공간활용이었다.

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어떻게'를 싹 다 빼버린 대범함.
대체 마무리는 무슨 생각이셨던 겁니까 ㅋㅋㅋ

 이건 진짜 무섭다....

시티즌포|Citizenfour|2014

 
매력인간 스노든

영화 초반
스노든에 앞서
통신감청을 고발한 다른 제보자가 시작한 재판에서
국가기밀을 주장하는 정보국직원과 법관들의 짧은 대결이 있다.
한국 같으면
재판정에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 같은 재판에서
'뭐래?'하는 표정으로
항변하는 정보국 직원을 바라보던 판사들
-웃겼다.
똑같은 건 결국 졌다-는 것.

첩보전 같은 접선, 만남, 인터뷰, 기사, 도망자, 그리고 일시망명.
그러고 보면 러시아도 참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하느냐는 말에
스노든이
자신은 결코 희생하는 것이 아니며 잘못된 일을 알리려는 것 뿐이라 답할 때
멋있었다.
사진으로만 볼 땐 몰랐는데
말하는 스노든은
상식과 소신이 단단한 더 멋진 청년이었다.

아직 단기 망명상태이지만
그래도 일상의 평안을 어느 정도 찾은 듯한 모습과
보통 이런 영화의 평범한 마무리
-주인공의 고초는 끝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조한 사실명시-가 아니라
이전의 다른 제보자들에게서 스노든이 힘을 얻었듯
더 어마어마한 불의를 폭로하려는 후배 제보자의 결단이 마지막 이어서 좋았다.

포스터에서 처음 봤는데
아카데미 수상에
무려 스티븐 소더버그 제작...!

엔드크레딧을 보다가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스노든의 감사를 받는 저 많은 사람들에게
아마도 특별감시대상자격을 선물했을 듯^^

하지만
거대하고 불의한 권력이 명백한 비리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취급하며 뻔뻔하듯
그 거대한 불의는 없다는 듯이
순진하게 따질 수 있는 상식을 포기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래도 실망이다, 오바마.

얼마전 브렉시트에 대한 트위터 글 중에서
헬조선이 혼자가 아니라고 외쳐주는 느낌이라는 댓글보고 빵 터졌는데
시티즌포도 그런 외로움을 조금 달래줄 것 같다.
아...친구를 만나는 게 꼭 기쁘지만은 않구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