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규칙|The Rules of the Game|1939

순정은 지고 마는 게임의 법칙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영화는 누구를 비난하려 한 것이 아니라는 자막이 떡 하니 뜨지만
겹겹히 쌓인 삼각관계에서 
오직 순정이면서 쿨하지 못했던 두 사람만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며 끝나는 관계로
감독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영화속 부르주아들은 욕을 좀 먹게 되어 있다.

굉장히 솔직한 등장인물들은 꽤 쿨하다. 
열렬히 구애를 하다가도 
적당히 설득되기도 하고
쿨하게 넘어가는 듯 하다가 
다시 열정적이 되기도 한다. 
가식적인 상류사회라기보다는 
순간의 욕망에 충실해도 되는 자유가 뿜어져 나온달까.
전반적인 화면은 충분한 거리를 두고 피사체를 담고 있어서 
어떤 장면은 그 시절의 기록영화 같기도 하다.
앵글도 최대한 눈높이에 맞춰진 편안한 구성.
움직이는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화가의 아들인 르누아르 감독이란 걸 알아서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아버지 그림을 팔아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설 주인공 같은 감독^^
좀 신기했던 건 굉장히 진짜같이 죽던 사냥감 동물들.
진짜 죽인 건...설마 아니겠지.

나는 알 수 없었던, 명성이 자자한 이 영화의 미덕은
오손웰즈의 시민케인에 앞서 
딥포커스-화면의 모든 인물들에게 촛점을 두는 기술-를 시도해서 
보는 사람에게 주도권을 주었다는 점, 
스태디캠이라는 휴대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 
공간을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찍었다는 점,
배경에 있는 인물들도 항상 연기와 동작을 하고 있어서 
다양한 서브플롯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
전쟁을 앞 둔 유럽사회의 지배층의 날모습을 우스꽝스러운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
등 이라고 한다.    

지금보면 놀라움이라기보단 저 시절에도? 정도의 감탄이 나올 뿐이고
그 시절의 정서를 공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데
어째서 위대한 영화의 목록에는 이 오래된 영화들이 상위를 차지하는 걸까.
평론가에게 위대한 영화란 더 오랜 세월을 살아 견뎌내는 생존력순인 걸까. 

[르누와르의 소개]
6분 정도 되는 짧막한 감독의 직접 영화소개 서플이 있다.
처음 개봉했을 때 얼마나 처참하게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는지, 
-한 남자관객은 들고 있던 신문에 불을 붙여서 극장에 불을 지르려 했고,
관객들은 의자를 짓밟으며 난리를 쳤다는데,
(감독이 한 얘기는 아니지만) 
아마도 '프랑스 사람들은 조롱하는 것만 좋아하지 
조롱받는 건 아주 싫어하기 때문'일거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가 제대 보존도 되어 있지 않은 바람에 
나중에 다시 재건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한 장면이 빠져서 완전한 복원은 실패했지만
그다지 중요한 장면은 아니라 감독도 오케이.
자신은 누구를 비난할 의도가 아니었음을 계속 강조하면서
오히려 내숭떨지 않는 인물들을 즐겨달라고 말했다. 
나중에 평가를 다시 받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사 놓은지는 꽤 된 영화인데 그래서인지 숙제한 기분이다, 핫핫핫...

스미스 부부|Mr. & Mrs. Smith|1941

괜찮은 유머코드에도 불구하고...

예쁘기는 한데, 피곤할 정도로 따지는 스타일에, 솔직하지도 않고,
챙겨주길 바라고, 변덕스럽고, 내숭떠는 전형적인 고양이 스타일의 여자와
섬세하지 않고, 경쟁심이 있고, 질투로 사랑을 깨닫는 둔한 면이 있고, 
너무 정직한 막무가네 남편의 옥신각신 커플 이야기.
싸우다가 바닥까지 가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전 남편의 욱하는 성질을 욕하다가
폭력을 싫어하는 새 남자친구에게 차라리 부인을 때리는 남자가 더 낫다고
소리지르는 장면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설마 이 영화가 공포영화의 거장이 만든 코미디라서 실패했다고 분석한 건 아니겠지.
유머코드는 꽤 맘에 들었는데 말야.
로버트 몽고메리의 코믹연기도 일품.

레베카|Rebecca|1940

 궁금한 레베카가 적극 등장하는 포스터

헐...묵직한 반전이 숨어있던 레베카.
영화는 공포 서스펜스와는 거리가 멀고 심리물이랄까...암튼 그렇다. 
처음엔 제목이 레베카면서 앞이 왜 이렇게 길지? 생각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이유는 좀 알 것 같다.
그렇긴 해도 히치콕의 영화들은 좀 더 짧은 게 더 집중에 좋을 듯 싶다.
레베카만 해도 두시간이 넘고.
1938년에 출판된 베스트셀러 원작이 있는 영화인데
보는 사람을 원하는대로 믿게 만드는 비상한 재주를 선보이는 히치콕 덕에 
댄버스 부인과 맥심을 솔깃하면서 따라가게 된다. 
코빼기도 안보이는 여자의 이름이 제목이면서
각자 다른 감정, 다른 이유로 
그 여자의 기운 아래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
신선하다.  

반전의 시작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만
이 시절의 여배우들 치고는 꽤 연기력 좋아보이던 조안 폰테인.
검색해보니 막스 오퓔스의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에 나온 적이 있다.
시기상으로는 이 영화가 히치콕의 헐리웃 데뷔작이지만
다른 영화들을 먼저 보고 난 다음이다보니
평범한 분위기에 연기가 돋보이는 조안 폰테인과
등장만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그레이스 켈리의 비교가
요즘에도 한창 벌어지는 얼굴로 반을 먹고 들어가는 배우논쟁을 생각나게 한다.
레베카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연기를 아주 잘하는(^^) 그레이스 켈리가 떠올랐다.



전설적인 배우라는 이름만 듣던 로렌스 올리비에를 드디어 처음 봤는데
미남배우의 샘플 같은 얼굴이다.
이때만 해도 영국과 미국의 액센트는 지금처럼 많이 다른 건 아니어서
약간 담백한 정도의 말투를 구사하는데
좀 뻣뻣하면서도 디테일한 표정이 없어서
처음엔 로렌스 올리비에가 맥심이 아닌 줄 알았다--;;
성격 상 여기서는 맞는 캐릭터이긴 해도
지금처럼 얼굴근육단련이 남다른 배우들의 시절은 아니었던 것 같다.

[DVD코멘터리]
제작자인 셀즈닉과 히치콕에 대해 책을 쓰기도 한 영화학자 Leonardo Jeff가 들려주는
촬영장 뒷얘기와 히치콕 영화해설인데,
일단 한 사람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코멘터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레베카 외에 다른 히치콕 영화와 시민케인까지 언급된다.
히치콕 팬이라면 꼭 들어보고 싶을 코멘터리.

일단 말초신경을 자극할만한(^^) 뒷 얘기는
로렌스 올리비에가 여주인공인 조앤 폰테인를 맘에 안들어해서
촬영 중에도 당시 연인이었던 비비안 리로 바꾸자고 졸랐다고 한다.
그때도 여자관객들은 로렌스 올리비에가 눈썹을 만질때마다 꺄악~을 발산했다고.
드윈터 역에 시민케인의 오손 웰즈도 물망에 올랐었는데, 인물이 좀 안되서 탈락^^
로렌스 올리비에는 그 뻣뻣 스타일의 연기로 명성이 자자한 배우라,
연애물은 어색하지만 의미있는 즉흥연기를 더할만큼 인물표현이 탁월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담배피우는 타이밍을 두고 여러 번 칭찬한다-성적 긴장감을 제때에 잘 표현한다고.

내 눈에 꽤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았던 조앤 폰테인에 관한 여러가지 뒷얘기도 나오는데,
일단 히치콕은 표정 변화가 많은 연기 보다 네가티브 연기
-예를 들면 화를 내기보다 미리 미소를 짓고 있다가 미소가 가시는-를
좋아했다고 한다-히치콕 영화의 배우들의 무표정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히치콕은 애초에 조앤폰테인을 캐스팅 할 생각도 없었는데
제작자 셀즈닉의 아내이자 작업에 참여했던 아이린 셀즈닉의 강력한 추천으로 캐스팅.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눈썹이 1미터나 움직이는 것 같으니 치켜뜨지 말라는 주의까지 받고
눈물이 안나오는 바람에 자기가 자청에서 히치콕에게 뺨을 한대 맞고 눈물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하여간 그렇게 힘들게 찍었는데도 폰테인의 연기는 감독과 제작자 맘에 안들어서
결국 제작자의 사후 편집기술과 여러 가지 후반작업으로 연기력을 극대화시켰다고--;;
영어액센트도 여기서는 배우들이 거의 다 영국배우들이었고
유일한 미국인 조앤 폰테인이 서툰 영국영어를 구사한 것이라고^^
게다가 폰테인은 다른 배우들의 왕따에도 꽤 시달렸다는데...
이 모든 얘기를 들으면서 다시 보자니 영화속 주인공과의 싱크로율 상승.

레베카는 히치콕의 헐리웃 입성영화이지만 영국배우, 영국감독, 영국배경, 영국원작, 영국스타일이 만들어낸 영국영화의 전형이라고 했다.
몇 몇 장면에서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인물의 심리상태를 자세히 설명해주는데, 솔직히 담배가 성적인 긴장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몇 번 나오는데도 그건 통 공감을 못하겠는...
드윈터 부부의 애정관계는 분석을 들으며 다시 보게 된 장면들.
얼핏 보기엔 점점 가까와지는 것 같았지만
맥심은 고백하는 순간까지도 아버지 같은 애정표현만 하거나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왜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의 변화는 아무 얘기 안하고 넘어갔을까나....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셀즈닉은 여러 번 시사회를 하면서 영화의 편집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파벨의 대사였던 '암이 전염되나?'는 원작에 있더라도 바로 삭제되었다고.
시사회에서 나온 여러 질문도 소개해준다.
댄버스-레베카의 관계, 댄버스-파벨의 관계,
왜 폰테인의 배역은 이름이 없는지,
맥심은 왜 댄버스를 계속 데리고 있었는 지,
레베카는 왜
그렇게 수상한 병원(진료실도 아닌 개인 아파트 같은 곳에 모든 자료가 있는) 의사의 진단을
철썩같이 믿었는지 등등.
이런 의문점에 대해 히치콕은 Icebox Factor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부부가 동네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며 '아까 영화에서 그건 왜 그랬지?'라고 얘기할 만한 것들.
코멘터리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심리묘사에 쏟은 정성에 비해
디테일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정리해준다.
히치콕은 이런 문제는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단다.
거장은 부족한 부분에도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붙이는 것으로 끝내는구나.

내용이 늘어진다는 구박에, 배우 연기지적까지
제작자의 역할이 그렇게나 구체적으로 여러 단계에서 다각도로 이루어지는 지 몰랐는데,
모든 제작자들의 전부 이렇게 일을 한다면
감독들은 참 작업하기 만만찮을 듯.
어쨌거나 내용을 다 듣고 나니
이 영화는 히치콕의 영화가 아니라 셀즈닉-히치콕의 영화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코멘터리에 한글자막이 고맙긴한테 번역이 엉망이라서
한글인데도 문맥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꽤 되지만,
어쨌거나 유익했던 서플.
신기하게도 코멘터리와 함께 본 두 번째는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매 장면 조목조목 뜯어보다 보면 시간이 빨리가는 거구나.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1956

대체 어떤 남자를 말하는 건 지?

무려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모로코-런던을 잇는 스펙타클.
초반의 의외의 진행은 흥미진진했지만
하지만 화려한 스펙(^^)과는 별개로 허리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듯이 죽은 남자의 정보가 너무나 결정적이다보니
우연히 현장에서 맞딱뜨린다는 기막힌 구성의 빛이 바래고 말았다.
채플이란 이름을 들으면 사람보다는 장소가 먼저 떠오를 것 같은데도
일부러(아마도) 헤매준 것을 빼면
이 부부는 수동적으로 고난의 파도를 탔을 뿐
뭔가를 해결해가는 재미는 별로 없다.
사람들은 꽤 얽혀 있지만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대감은
초반에 나온 게 다라서 금방 금방 수그러든다.
얼굴은 처음 보는 도리스 데이의 음색은 멋있었지만
뒷부분의 노래가 늘어질 땐 듣기 싫기도.
하지만 히치콕은 거장답게
산뜻한 엔딩으로 마무리를 한다. 엔딩씬-깜찍하다.
뻔한 대사가 오갈 장면에 음악을 쓴 경제성도 돋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좀 늘어지는 느낌이랄까...

런던에 도착하자 남편은 결정적인 단어였던 엠브로스 채플을 찾아 전화를 걸고
조의 친구들이 곧 들이 닥친다.
내색하지 않으면서, 유괴범을 찾아 아들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전화라
대량의 손님들이 찾아올 예정인 호텔방에서 전화를 거는 것이 부주의해 보여야 하는데도,
히치콕은 반가움을 표현하는 아내의 친구들을 시끄러운 훼방꾼으로 보이게 만든다.
초반에 꽤나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충고까지 하다가
위기에 닥쳐서는 그냥 드러누운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는 조를 보면서 짜증이 나기도 한다.
공연장을 찾거나 경고음을 발사(^^) 하게 된 것은 우연아니면 너무나 여성스러운 반응일 뿐,
(이 영화덕에 비명지르기의 위상이 높아지지는 않았으니 여자-비명의 도식만 강조된다)
어떤 경우에든 일관성 없이 부려먹을 캐릭터 예비인력으로
여자를 배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겠지.
갈등의 시작이 되거나,
남자의 마음을 후려서 절대절명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히든카드의 역할은
아름다움이라는 관상용 속성만을 반영한다.
이게 아닌 여자는 히치콕 영화 속에서는 별 쓸모가 없다.
나름 기지넘치는 대사를 해주시던 이창의 간호사가 있지만
그 분은 사실 남자였어도 아무 상관없는 캐릭터.
조의 엇갈린 육감으로 인종차별은 가볍게 극복해주셨으면서
같은 인종 내 다른 인류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이제서야 어렴풋이 기억난다-페미니스트들이 히치콕을 싫어한다는.
좋아할 수가 없겠네, 정말...

영화 시작할 때 심벌즈 아저씨,
유난히 불안한 눈동자, 긴장한 얼굴-귀엽다^^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1954

오, 멋진 포스터~!

치밀한 계획의 승리랄까.
이 영화야말로 다른 서스펜스에서 많이 인용된 이야기인 듯하다. 
워낙에 자극이 백만배 강화된 시절이다 보니
딱 한 번 등장하는 살인의 현장은
별로 공포가 전해지지는 않았다^^
이창에서도 그랬던 것 같은데
평소 유순하게 당하던 사람들의 분노는 살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에 잠깐 키우던 햄스터 커플을 생각나게 하는 구나.
매일 수컷을 괴롭히던 암컷이 어느 날 아침 시체가 되어 있었던...
다이얼M에서는 미리 치밀하게 계획을 하고 
계획단계에서 이미 협박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확실히 악질이다.
이 이야기가 모두 한 사람 머릿속에서 나왔을 텐데 
준비한 사람의 치밀함과 수사하는 사람의 치밀함을
어쩌면 이렇게 그럴싸한 수준에서 잘 배분했는지-감탄이 절로 나온다. 
모험이었는 지는 몰라도 
이 영화는 처음 25분 이상이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다. 
공간은 그대로 두고 사람이 바뀌면서 변화를 주는 식이다. 
남편이 의뢰를 하는 장면에선 주인공이 쉴새 없이 계획을 떠들어대는데
대화의 진행 단계에서 보는 사람이 궁금할만한 질문을
영화속 상대방이 물어봐 주면서 계속 몰입하게 만든다. 
이창에 비해서는 
보이는 장면이나 촬영의 효과보다 드라마의 힘이 더 강했던.
음악도 별로 등장하지 않고 이야기의 힘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그나저나 홈즈의 후예라 그런거야?
영국경찰 너무 듬직하구만!
50년대에도 이미 2분 안에 출동에
멋진 해결솜씨!!

그런데.....
이런 훌륭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또 쫌 지루하긴 하다^^
이 정도라면 무서워서 못봤던 사이코도 함 도전 해볼까?

 애인, 여자, 남편
그레이스 켈리는 여기서도 돈 많은 부인^^
아무래도 부자 여자 전문배우였나보다...

약지의 표본|L'Annulaire|The Ring Finger|2005

 이국적인 미모의 여주인공은 역시나 기이한 남주인공에게 퐁당

유머 대신 몽환 버전의 세크리터리?
격렬함 없는 감정 표현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이는 묘한 느낌.
벗어나긴 싫다며 자유를 거부하고서
사랑을 자유롭게 선택한 건 멋지지만
연애과 아무 상관없는 약지를 표본으로 하겠다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가 없던 과거와의 이별인 걸까?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면 뭐든 표본으로 만들어 준다는 이 특이한 연구실은
비가 오거나 무더운 날이면 여늬 곳들 처럼 찾아오는 사람이 적기도 한 그런 곳이다.
사람들은 버릴 수 없는 것, 아픈 것을 표본으로 만들어 이곳에 남겨둠으로써
잊을 수 있다고 한다.
잊기위해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찾지 않으려고 온전한 모양으로 정성껏 복원해 표본을 만든다는 것이
그럴듯하다.
일본 소설 원작의 프랑스 영화라는 조합이 묘하게 잘 어울리던...
 
옛날 영화들에 이어
느린 호흡 훈련에 도움이 된다.
뭔가 빵-터지거나 쉴세 없이 이어지는 대사에 익숙해져서
장면 자체에 대한 집중력이 너무 약해져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대사 없는 장면들이야말로
꽤나 꼼꼼히, 의도적인 설계를 거쳐
어쩌면 대사 이상을 말하고 있을텐데...

많이 본 건 아니지만 프랑스 영화는 중간이 없다.
과장된 코미디, 아니면 정지가 이어지는 것 같은 느린 영화들.
프랑스 블럭버스터를 한 번 봐야 될 것 같은...

지금 이 분들은 표본을 채취하고 계십니다^^

경축! 우리사랑|Viva! Love|2007

해숙씨, 러브 축하!

전문가 20자평에 박평식이 '축하하기보다 양해할 만한 사랑'이라고 썼다.
푸하하....이 정도 표현은 해주셔야지~!
하지만 그건 철저히 관찰자 시점이고 (아마도) 이 영화의 제목은 봉순씨 관점일테니
축하가 맞는 것 같다.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는 콩가루 집안의 미덕(^^)이 귀엽게 그려지는 
의외의 쾌작.
좀 덜 과격한(나이차 면에서) 명랑서민버전의 은교라 할 수 있겠다.
봉순씨는 딱히 대단한 걸 배우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금욕주의 시인인 이적요 처럼 돈 주고 이성을 산 적은 당연히 없다.
러브라인의 어이없는(^^) 폭발도 그렇지만
'내 집'에 대한 '나'의 권리를 주눅들지 않고 실천하는 
봉순씨의 당당함이 더 맘에 들었다. 
폭로전으로 갔으면 부부클리닉이 되고 말았을텐데
적당한 코믹모드로 넘어간 것도 깜찍하다.
포스터에서는 뻔뻔하다-지만 좋을 동안 좋아하겠다는 거야 어쩌겠나.
때되면 보내준다는 소박한 봉순씨.
  
두 가지 흠이라면 
하나, 토하기 관련 장면들 너무 적나라해서 
무슨 공포영화도 아닌데 눈가리고 넘겼다는--;;
둘, 명색이 로맨스물인데 키스 정도는 괜찮잖니. 
봉순씨를 열심히 여자로 살려놓을 땐 언제고
결국 아줌마로 박제시켜 버리다니, 
뭔가 앞 뒤가 안맞는 느낌.
로리타 영화들의 관음증을 꼬투리 잡을 꺼리를 던져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실용적인 경고하나-술 작작 마시지 않으면 안 한 일로 괴로워하게 된다 ^^

 단란한 가족의 뒷모습의 앞면
'내사랑 울보'라니 ㅋㅋㅋ
 귀여운 봉순씨와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최강동안 71년생 김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