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자격|2012



교육문제와 불륜이라는 비교육적 소재의 신기한 조합, 그리고 밀회의 전조.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정성주의 드라마는 어른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별로 수사가 없는 담백하고 솔직한 대사들은 때에 따라 징그럽기도 웃기기도 해서 블랙코미디 솜씨도 빛나는.
이런 평화로운,
심지어 바람직하고 희망차 보이기까지 하는 불륜의 결실(?)이 불편함 직도 한데,
그냥 평범한 인생처럼 보이는 것도 참 신기하다.
벌써 2회에서 두 사람은
진흙바닥에서 구르다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고 소박한 차림으로 돌아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상징적으로 겪어버렸으니.
아내의 자격에서는 결국 수퍼갑을 처치(^^)하지 못하고 끝이 났지만
밀회와 풍문으로 들었소와 이어 볼 때
결국은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고리를 끊는데 성공하는 주인공들이 희망차 보인다.
따로 따로 가서 만나면 된다고,
이제 다 왔다는 평범한 말이 멋있게 들렸던 마지막회.
음악도 좋았다.
보름이는 진짜 짱 귀여워^^

결혼의 기원이 새삼 궁금해진다.
그냥 살면 될 걸 어쩌다가 결혼이라는 형식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건 어떻게 외견상으로나마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걸까.
필요에 의한 시작이라면 필요에 의해 유지되는 게 일관성 있지만
감정에서 시작해도 필요와 책임으로 유지된다면 본성을 거스르는
더 신기한 관계.

지선학당에서 벌어진 한결이의 문제 풀이 방식에 대한 논쟁.
이건 잘 끌어주었다면 효율과 탐구에 대한 좋은 토론이 되었을 텐데
극의 의도가 그게 아니어서겠지만 서둘러 끝나서 좀 아쉽다.
이 아이들이 컸을 때를 생각해보면
결이가 재훈이 보다 훨씬 멋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다 ㅎㅎ

이런 경쟁을 시작하는 소위 ‘갑’지망생들.
사실 이 경쟁의 승리자들은
꿈을 위해 사소한 욕망을 이긴 장인이 아니라
오는 길의 무수한 작은 경쟁에서 지고는 견딜 수 없었던
재간 있는 욕심쟁이들이었겠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용이라는 것의 정체를 다시 밝혀야 하는 게 아닐까.
태어나서 자기 손으로 뭘 해볼 때까지
끊임없는 설계 속에서 그저 그때의 경쟁만을 이기고 말았다면
그 재간에 대한 보상은 그냥 셈이라 쳐도
존경은 과하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을 많은 결정의 자리.
과연 그들은 그 무게를 질 자질이 있나.

한상진
아내의 자격과 밀회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대결을 펼치는 장현성과 박혁권의 숨 막히는 찌질경쟁!
내 눈에 찌질은 장현성, 수퍼갑은 박혁권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장현성의 한상진은 인생에 한계가 없는 거의 레전드급 개차반 상찌질이.
심지어 노래방 노래들까지 느끼함이 흐르고
사건 터지기 전부터 여자후배들한테 하던 짓까지 빈틈없는 찌질이다.
진짜, 아무나 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촘촘하기는 쉽지 않을 것. 
피처링 친구 # 계산 쟤한텐 하세요.

김태오
# 이거 참 별 일이네요. 아주 이상합니다.
#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인상 깊도록 솔직한 고백.
오랜 진한 연애 기간 동안 연인과 같은 책을 밑줄 치며 읽고
어린 딸을 보며 아내같이 클것 같아 신나하는 남자.  
거짓말 속 준희의 25년 뒤 이야기 같은 이성재의 김태오는
남자를 내세우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해서 더 매력적이다.
근데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람을 피우는구나 ㅋㅋㅋ


홍지선
# 말이 진실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 고마운 거랑 사랑이랑 다른 거지만 그냥 그걸로 살아, 그것도 인간의 길이야.
자기가 믿고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불륜을 알게 된 홍지선의 노래방 배틀은
뷸륜을 알게 된 장현성의 폭력과 꼬라지 특권을 이용한 각종 우월감과 대비되어 멋있었고
교육관에 대한 차이로 멀어진 관계를 얘기하던 홍지선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아이를 깨우던 윤서래가 대비될 때는 애처로왔다.
김태오 눈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작을 아예 잊지는 않는 홍지선이라 애정이 간다.
정말 잘 어울리던 이태란도 매력만점.


조현태
# 당신이 너무 이쁘니까 내가 맘이 급해서.
영혼이 없으면 사람은 누구나 달달해질 수 있....냐ㅋㅋ   
명대사 많지만 너무 웃긴 이 대사의 한 방이 압도.
막판 아들의 아버지이자 조씨 가문의 장남으로 거듭나며
강은주가 좋아하는 단호함을 보이는 조현태는
유주얼 서스펙트급 반전.


윤서래
# 누가 속으래? 믿으라고 했지.
불륜 이후에 더 적극적으로 당당해지는 윤서래.
현실적으로 이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또 윤서래의 말이 틀리지도 않아서 응원하게 된다.
초반 유도장에서 홍지선에게 메다 꽂히고 나서 해맑게 바라보는데 빵 터지기도 했고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 한결을 업고 달래는 모습은 찡했다.
이번에 갑자기 김희애가 성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번도 진짜 목소리는 들려준 적 없는.
절대 연기를 못한다고 얘기할 수 없는 이 배우가 이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래서?


윤미래
자유롭게 살아봐서 인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언니를 가르쳐도 되겠다 싶게 인생명언을 자주 날리시던 귀여운 미래씨.
그런데 장소연은 유일하게 밀회에서 오히려 비중이 줄었었네.


하섬진
극 중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인텔리 조선족 가사도우미.
밀회에서 서정연의 한 방이 컸는데 그 전에 길해연이 있었다.
인간레슨을 주로 혼잣말로 시전하시는^^


한명진과 강은주
최은경의 초반 발군의 연기-한 번 해보고 말기는 좀 아까운데? 싶었지만,
뒷부분 몰아치는 감정에서는 역시나 어색어색^^
그래도 이 정도면 비전문가로서는 나쁘지 않다 싶기도 하지만,
숨겨진 실력자 배우가 맡았더라면 어마어마한 기회가 되었을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아쉬움.
임성민은 작정한 딱딱한 사람 연기보단 좀 풀린 자연스런 연기가 더 낫던데
배역이 항상 이렇다.
설정 상으로는 ‘요망한 첩’인데
임성민의 연기변신 보다는 새로운 요망한 첩을 보여줬다는 것이
가능성인지 한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둘의 몸싸움에서 터미네이터 같은 공격력을 보여준 건 대단한 폭소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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