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모단걸
친일파 명문가의 며느리가
남편과 바람난 신여성에게서 남편을 다시 되찾으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
신여성 되기는 구두와 옷 사기 등 손쉬운 것에서 시작했고,
오랜 또래 여종이 학교 인기선생과 인연이 시작되기만 할 때도
모단 걸은 구신득이 아니라 영이가 되는 걸로 예상대로 흘러가나 했는데
처음부터 빠져드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던 그 운명의 만남이
구신득의 인생의 대전환점이 되면서 구신득은 내면과 외양의 모단걸 완성.
갑자기 최초로 이혼한 사람들이 누굴지 궁금하네-개인적 고통보다 사회적 압박이 더 컸을 듯.
예전 빨간 선생님 생각이 좀 나기도 했지만
발랄한 결말-즐겁게 봤다.
2회: 크레바스
저런 거 느껴본 적 있다.
여자가 적은 모임에서 그 동네 우두머리 옆으로 밀려가서 앉거나 서게 된 경험.
패기깨나 부리며 수컷향을 풍기는 사람들일수록
이상하게 그런 서열에는 여우처럼 복종하며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이던 그 모습-진짜 동물 같고 하찮아 보였는데,
본인들은 아마 그런 생각 못해봤으니 그렇게 살고 있었겠지.
임상현의 선택은 생존전략상 당연한 계산이다.
우수민은 영원할 수 없는 시한부 위안이지만 박진우는 평생보험.
이별하고도 이혼한 수민은 이해가 가는데
그렇게 살면서도 이혼은 싫은 박진우는 왜일까.
임상현의 등장과 마지막의 그 어마어마한 낙차를 이어간 이야기도, 연출도 매끄럽다.
우수민이 가장 이상해 보일만큼 현실적이었던 인물들도 그렇고.
도도의 아이콘 같은 윤세아의 공허한 질척녀 연기라니 도전정신 멋있다.
3회: 나의 가해자에게
저런 사람이 꼭 정교사가 되었으면 좋겠고
저런 교사가 꼭 있으면 좋겠고
힘든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은 보람을 느낄 일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저런 일을 벌이면서 어른이 되는 사람이나
저런 걸 참으면서 어른이 되는 사람의 삶이나
모두 불완전.
4회: 일의 기쁨과 슬픔
원작소설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얘기였구나.
직업얘기 자세히 나오는 드라마 참 오랜만이라
신선한 소재.
월급이 포인트라니 소송감인 것 같은데
이것도 실화일까......
정신승리 직장인들이긴 하지만 낙이 있겠죠?
광식이 동생 광태, 건축한 개론의 대를 잇는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시리즈의 하나가 될 법한 지각로맨스.
그때 고백했다면-하는 질문을 뒤늦게 곱씹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가-싶다.
고백하지 않은 건
그만큼 넘쳐나지 않아서 였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넘어갔듯
계속 미련이 남은 이유에도 귀기울여 용기를 낸 용자들의 행복한 결말.
훈훈한 마무리였지만,
따라가는 아버지의 심정은 그렇다 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해 안되는 딸의 선택.
결혼을 앞두고 로또 운운하는 여자를 다시 찾아오는 스펙남도
너무 작위적이다.
근데 인기곡을 살짝 표절한 듯한 노래가 귓가에 계속 울리는 것은 트로트의 마력인가 ㅋㅋㅋㅋ
항상 연기 잘하는 이한위지만
1인 2역으로 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가만히 서있는데도 둘이 정말 다른 사람 같아 보여 신기했다.
"부모 전에 사람 아니냐?
부모될라고 사람 아니어도 되는 거냐?"
먹먹하다.
화내고, 못되게 굴고, 미안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계속 요구만 하면서도 유지되는 비정상적인 관계는 아마 부모-자식 밖에 없겠지.
하나 뿐인 자식에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지 않았냐는 비난받는 어깨 처진 부모지만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인간으로 살았던 사람이라서
방순철은 사람다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사람구실 못하면 사람이 아니라는 절망은
부모는 부모구실을 해야 한다고 믿고 살아온 금영란의 일관성.
그래서 부모로만 살다가 뒤늦게 든 금영란의 회한은
부모노릇하라며 다그치는 방민정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도 시작하는 방순철과 금영란의 우정, 그리고 아름다운 엔딩.
따뜻했다.
단막극인데도
마치 그 인물을 오래 살아본 것처럼 보여주는
정웅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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