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거제

불편한 잠자리 덕에 엄청난 피곤함을 이기고 꼭두새벽에 벌떡 일어나고야 말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할 게 없어서 예정에도 없던 동피랑 벽화마을을 가보기로 했다.
달동네를 철거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무조건 적인 호감의 대상-고래양이 먼저 맞이해 준다.

 김지윤 만화의 한 장면 같기도한 벽화

통영에서 'ㅇ'이 빠진 것인지 아님 토영이라는 말이 있는 것인지...

벽화들 자체의 미모보다도 지금은 정말 보기힘들어진 이런 좁은 골목길들이 반가왔다.
개발이라면 무조건 열광하는 역사가 반세기를 넘는 대한민국에서
이 마을, 이 주민들은 참 근사해보였다.
마을이 높은 곳에 있어 통영이 다 내려다 보인다.


소정 씨, 가지말래요, 사랑한대요^^
이 연애쪽지는 제대로 잘 전해졌을까?

원래는 케이블카를 타고 한려수도를 굽어볼 계획이었지만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난 관계로 
통영만의 다른 한쪽 긑에 있는 예쁘다는 리조트 구경을 갔다. 
커피 한잔 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리조트는 입구의 안내사무소만 작게 있을 뿐 부대시설이 많은 곳은 아니어서 
그냥 이쁜 건물 구경에 만족. 
그런데 그 리조트를 찾아가는 길이 바로 케이블카 코스였던 거라...
이렇게 구경할 수 있는데 굳이 케이블카는 왜 만들었을까.


통영 수산과학관에서 바라 본 한려수도.
이곳의 직원들은 매일 은은한 경치를 감상하겠지.
이 정도면 프리미엄 근무환경이다.

너무 배가 고파서 아침을 하는 한다는 곳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산양일주로에 있는 민박을 겸한 식당이었다.
카드전표를 보니 '통영해물식당'이라고 되어있다.
멍게비빔밥과 해물된장을 시켰는데 
음...바닷가 식당의 해물된장에서 상한 조개가 나올 줄이야.
엄청나게 까고 계시던 멍게들도 계산하면서 자세히 보니 
상태가 우리동네 횟집만도 못한.....
아, 이 먼곳 까지 와서 이런 걸로 바가지쓰며 배를 채워야 한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 분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점심 때 구조라 항 앞에서 잠시 정신줄 놓고(관광지임을 잊고) 먹었던 
불어터진 멍게 보다는 조금 나았던가.
그지같은 것만 골라 외지인에게 내미는 관광지의 손길을
정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데. 
감로식당의 산채정식을 백만번 그리워하다
이대로는 구조라를 미워하며 떠날 것 같아
뭔가 하나를 하기로 했다.
지도에 보니 탐방로가 나와있기에
망설임없이 결심.


 구조라 성터
(지도에는 '성'으로 나와 있어서 나는 이것을 보고도 계속 구조라 성을 찾아 헤맸다는--;;)
 서낭당
전망대의 바다쪽 전망 

전망대의 마을 쪽 전망

입구에 지도도 그려있고 처음엔 철계단으로 시작하길래 
뭐 괜찮을 줄 알았는데
'구조라성'이라고 나와있는 것과는 달리 그것은 '성터'였다.
인적이 드물었는지 관리의 흔적은 전혀 없어 
방향치인 주제에 남은 아이폰 배터리 한방울을 전망대 사진으로 소진해버린 나는
잠시 조난(^^)의 공포에 떨기도 했다.
햇빛 찬란한 낮이었지만 
어쩐지 서낭당의 기운도 심상치 않게 느껴졌고.
다행이 두팀 정도의 외국인여행자들을 만나
내가 완전 틀린 길을 갔던 것은 아님을 간신히 확인했다.

처음엔 이 무관리 상태의 탐방로가 신문기사에 버젓이 이색관광지로 소개되어 있는 것이 
좀 심하다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 만족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양쪽의 풍경도 멋있었지만
그것보다 
정글속에서 폐허를 찾아낸 느낌이랄까.
오르막의 가파른 길이라 체감 각도는 90도 같기도 했던 힘든 길이었어도
아마 다시 간다면 또 오르게 될 구조라 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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