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레이디|2007




좋아서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있을 것 같긴 한데
보는 입장으로 치자면 권투나 이종격투기가 투계나 소싸움과 다른 점이 과연 뭘까.
원래 무술은 군사훈련에 좋았을 것이고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돋보이게 되어 있어서
그 유래는 이상하지 않지만
사람이 가끔 죽기도 하는데 그 격투의 현장을 보는 게 합법화되어 있다는 건 좀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여기서는 인간의 자의적인 선택, 게다가 동기가 충분해서 꼭 이런 격투여야 하는 정하은 씨의 도전이 그려진다.
갑자기 나타난 첫사랑이 보험금을 남기고 죽는다던가
-정하은은 저런 남자랑 헤어지고 이런 남편을 만난, 사람 보는 눈이 신발깔창에 붙은 분...
아무리 물정을 모른다고 초반에 에어로빅 옷을 입고 나타난다던가
늙은 호박으로 복근 단련을 하는 등 무리수가 분명 있지만
동네 구멍가게까지 타이어를 끌고 다니는 비슷한 무리수는 병맛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변인물들.
나름 강사라는 직업을 살려 배워서 가르치는 관장이라는 역할은 좋은 생각이었는데
그 강사가 실제 수업에서는 별로 잘 가르치는 것 같지 않았다는 게 함정.
심리기제에서 가장 바람직한 해소로 보는 '승화'를 현명하게 선택한 남편 주창의 문제는
이게 시합해소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거의 일상에서도 제어가 안되는 폭력중독자라는 점이다.
거의 격리수용이 필요한 중증 중독 같은데.
미투 이후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은 그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어디선가 이렇게 살고있는 남-녀가 아직도 많을 거라는데 한 표.

공들인 표가 남에도 꽤 허술했지만
다른 거 다 필요없고
"넌 좀 맞아야 돼"
로 영화의 목적달성은 끝이다.
그래서 의외의 속시원함이 있었다.

추가명대사: 오줌싸고 왔그든. 늦었어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