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PARASITE|2019

 
첫번째 취업자 기우
처음엔 평범한 정직함으로 망설였지만 일단 기회를 잡은 뒤에는 
두번째 취업자를 불현듯 떠올리는 경지에 올라 이 희비극의 시작이 된다.  
계획이 있는 것 같았어도 위기상황에서는 아직 어른을 위지하게 되는 불완전한 독립체이지만
일단 시도해 본다는 점에서 20대의 상징답다. 


두번째 취업자 기정
널리 입소문 난 손재주와 놀랄만한 배짱, 
기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주술같은 방식으로 실력을 발휘해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원주민 화살놀이로 집안을 활개치며 다니던 다솜이를 배꼽인사하게 만든 놀라운 능력자.
이미 기우가 포석을 깔아두었기에 더 과감할 수 있었고, 이후 더 과감한 설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범죄에는 가장 취약했지만, 역시 저지를 줄 알았던 20대.
:검은 상자는 왠지 검은사제들 생각이 나네^^

세번째 취업자 기택
아들의 계획에 탄복하는 듯 했지만 정작 무계획인생을 설파하고 결국 그것을 증명해내기도 했다.
가족들을 존중하는
권위라고는 1도 없는 가장으로
부족한 경험을 위해 준비하는 책임감이 있다.
네번째 취업자 충숙
기택을 구박할 자격이 있나 싶었지만 
아무 준비없이도 주어진 임무를 완성하며  
남은 삶과 남은 가족의 무게를 부담없이 짊어지는 숨은 능력자.
 

첫 고용주 연교
구김없이 자라 잘 믿고 고운 심성이지만 희극의 한 복판과 비극의 한 복판을 걸어갔다. 

 
두번째 고용주 박사장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면 선을 넘는다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는데 
박사장의 선이란 갑-을의 경계일 것이기에 
그의 보이는 점잖음이 예의보다는 권위라는 걸 알 수 있다. 

영화를 보고나니 제목 기생충이 반어적으로 들린다.
거둬준 건 문광인데 본인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박사장에게 안 보이는 곳에서 조차 충성을 매일 맹세하던 문광의 남편은
초기 산업화시대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나랏님사장님 용비어천가 같은데
문서를 위조했고 경력을 속였지만 
제법 유능했던 기우네의 노동까지 싸잡아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비록 다혜네 집에서 무단취식을 하던 장면은 참 비루해보였지만,
그 이유만으로 그들을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건 불편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자본이란 건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데 
등장과 동시에 수천년의 전통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의 맨 위에 바로 올라 앉았다. 
정상적인 고용주인 박사장과 연교를보면서
고용주가 고용인의 어디까지 고용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나 당연히
임금을 주면, 추가수당을 주면, 
고용인은 아무 때나 어떤 종류의 노동이라도 제공해야하고
거부의 권리는 없는 것일까.

원래 사람의 후각은 빨리 마비되기 때문에
자신의 냄새를 맡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나는 모르는데 남은 알게될 거라 다들 냄새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걸텐데
공교롭게도 왕따나 인종차별의 시비에서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한 감각.

설국열차에서처럼
격리된 세상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일부가 있겠지만
세상을 모두가 기울게 본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특히 보금자리인 집에서도 노상방뇨 같은 모욕을 당하는 상황을
연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 섞임을 향해 그나마 도전했던 게 기우네 가족이었는데
기우네와 문광네의 대결로 끝나지 않고 
더 위로 칼날이 향한 건
봉준호의 소심한 응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봤자 집행유예라고^^)
현실에서는 물론 잔혹한 범죄지만
개연성과 디테일이 이렇게 충분함에도
어딘가 영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어서 상징처럼 보인다.
기우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지.

영화를 보고나서 메이킹을 보다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으면 좋겠다는 봉준호 감독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했다.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으니까^^

약간의 아쉬움.
포스터는 아들과 아버지로 마무리되는데 
처음 물꼬를 튼 거나 다름없는 문광이 빠져있다. 
침투조의 유일한 희생자가 기정이라는 것도.

배우구멍이 없는 영화라서 칭찬이 입아픈 일일테지만
특히 초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능글능글 녹여낸 송강호,
이질적인 가족의 대표로 엄청난 비중을 톡톡 튀는 듯 매끄럽게 이어간 조여정, 
윗동네와 아랫동네의 가교로 별의 별꼴을 다 보여준 이정은.
정말 굉장하다.

까먹었다, 박정자가 마력의 목소리로 소개해주는 재미있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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