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영화같은데서 봤던
평범하고 다정다감한 미국가정이 등장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극적인 상황, 독특한 삶, 아니면 전쟁같은, 치열한 진지함의 무게를 벗은,
잔잔하지만 일상에서는 제일 소중한 '관계'를 찬찬히 짚어간다.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힘들다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기에 '사랑스러운' 부모들.
그런 아버지 조차도
자신의 이기심과 딸에 대한 애정을 함게 인지시키는데에는 실패해서
중간에 이 영화는 심각한 제작위기를 맞기도 했다.
루시도 어릴 적 그렇게 좋아하던 '사진 찍히는 일'이
하루아침에 싫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딸과 카메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기쁨에 들뜬 아버지가
여러 번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사랑을 만끽하는 동안
아마도 세상고민을 다 짊어지면서
'혼자'였을 어머니의 지쳐보이는 얼굴은
그래도 아름다운 미소를 지킬만큼은 그녀가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정말,
천진난만하게 늙어가는 배우자 옆에서
혼자 지친 그들의 짝의 얼굴을 보다보면
내마누라, 내남편이 아니어도 난 화가 난다--;;
자신의 아버지를 통해 다른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감독이
아버지에게 감사를 표하는 결말에서 메디슨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났다.
그들에게는 너무도 신선하지만
우리는 하다못해 지루한 TV다큐멘터리 어디에도 기본으로 깔려있는 그 정서.
충격실화들 속에서는 그래도 짦은 휴가같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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