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The brief wondrous life of Oscar Wao|주노 디아스 Junot Diaz

참 재미있을 것 같은 이런 제목에다가
이런 독후감을 만난다면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읽는 거다.


하지만 참...힘들게, 오래 읽었다.
어딘가 백년동안의 고독 분위기를 풍기면서
-푸쿠라는 도미니카의 '저주'가 거의 사실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3대에 걸친 가족사가 주 내용이다
매우 현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냉소라기보다는 적극적인 희화화가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독특한 이야기방식의 이 소설은
나를 즐겁게 해줄만한 위의 두 가지 강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퍽이나 읽기 힘들어서 중간에 접을까도 생각했었다.

아니었던 단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주석이다.
저자의 주석은 번호가 매겨져 책의 뒤쪽에 있고
역자의 주석은 별표가 달려 책의 밑장에 있다.
나는 주석이 그냥 싫다.
따로 설명하지 않고서는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굳이 쓴다면
그것은 작가의 능력부족에 대한 반증일 뿐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데 나같은 사람을 염두에 둔 친절함인지
역자의 후기에
주석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조금 설명되어 있다.
작가는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주석들에 대해
독자들이 서로 묻고 대화하기를, 같은 책을 읽은 연대감을 느끼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DK코믹스에 영 인연이 없는 나로서는
물어보고 싶은 것도 없고
그러므로,
또,
그래서
동질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

단 두 개의 이유를 꼽자면 두번째가 될 이유는
마치 이런 일이 지은이가 이민가 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에서는 듣보잡일 정도로
후진 시대에만 일어나는 말도 안되는 사건이라고 믿는 듯한
막대기 같은 시선이다.
그리하여
어쩐지 평화를 사랑하는 외양을 강조하며
재능의 재료로 후진인권실태를 폭로하는 것만으로 무언가 하고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를
선진 취향에 대한 삐딱스런 불만 정도랄까.

언젠가 북유럽-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지구상에서는 가장 수준높은 국가들이 모여있다는-으로
입양된 한국출신 입양인이 북유럽적인 시선에 대해 쓴 기사를 봤다.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가능했던 이유가
한국 인권상황이 세계 최고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아시아에서 그 정도면 됐지'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러고 보면 차라리
박정희 전두환을 버텨낸 인권후진시민들의 시선으로는
뭐 저런 것 까지 갖고 난리야-할 만한 일들에
정색하고 덤벼주며 바른 말씀 하시는 이방인들에게 더 고마와하는 게 맞다.

어쨌든 이 소설을 난 편하게 읽지 못했다.
그렇게 사람이 죽고,
그렇게 사람이 다쳐서
띠처럼 절망과 우울의 시대가 둘러져 있는데
언저리를 키들거리며 돌면서
폭로에만 의의를 둔다는 것은
소설적인 재미로도 느끼지 못한다.
성석제의 황만근 씨만큼도 사람냄새가 나지 않았으니까.

'도발적인, 관능적인, 정치적인, 그리고 눈물나게 우습고도 감동적인'
이라는 홍보문구에 토를 달자면
정치인으로 인한 비극의 삼대가 등장하지만 전혀 정치적이라 할 수는 없으며,
우습기는 하되 눈물은 가당치도 않고,
감동은-택도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정직한 감상은  
그저,
단지,
내 취향은 아니었다는 것-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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