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는 하녀가 아니다. 그냥 도우미의 직업을 가졌을 뿐이다.
내 주제에 라는 신분차별적인 좌절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고
눈알을 희번덕대며 돈에 환장하지도 않았다.
어마어마한 처지의 차이에도
그녀는 그저 통 큰 주인집 남자의 지불을 인상깊게 받아들였을 뿐이고,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에도
고자질한 모태하녀스러운 선배에게 분노하기 보다는
적을 제대로 조준했으며
자신의 힘이 뭐가 됐든
최선을 다했다.
인트로에 널부러져 있던
언제라도 하녀가 될 수 있고,
또 그녀의 미래가 될 법한 추락을 미리 보여주기도 한
그 많고 많은 여자들.
그때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봤듯
다른 여자들이 그 호기심 어린 눈을 자신에게 향한대도,
거기다 대고 화내지 않을 만큼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유행어 급예감-아더메치^^
세상에 아더메치 한 일이 하녀만은 아니라는 일반적인 생각인 관계로.
뼛속까지 그런 년이라는 자조가 이따금 자학이 된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아온 삶을 한우물인생으로 칭송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몸담은 곳에서 비판정신(!)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것,
고백할 수 있는, 또 어느 계기에는 돌아설 수 있는 용기.
묘한 이중성이 끌리는 인물이다.
산랄한 뒷담화만큼 쑥쑥 자란 병식의 비위는
그저 현실의 평범한 직장인들 같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 앞동네든 뒷동네든 하녀들은 많기도 하지.
결국 그녀는 그 마지막 마저도 스스로 시작해낼 수는 없었지만.
모든 것을 가졌지만 훈의 인생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예의 바른 그의 딸이나 양껏 후손을 낳아주겠다는 아내나
그 누구도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 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영화속 훈이 적극적으로 해낸 일이란 감정표현 뿐.
멀리서 보기엔 선망이 되기 충분하나
다가갈수록 무례를 겪게 만들
불쾌한 남자.
상류층 하녀 해라.
제2의 성을 읽으면서 귀족자손을 족족 낳아대지 않는 손윗동서를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임신한 몸으로도 남편의 차를 운전해주며
절정의 순간에도
남편을 위해 서비스할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그녀의 계급이 그녀에게 준 특권은
가끔 눈 똑바로 뜨고 앙탈을 부릴 수 있다는 것과
족칠 다른 하녀를 가졌다는 것.
하지만 하녀는 하녀니까.
이상하게도 또...박찬욱의 냄새를 맡았다...하하하....
깐느박이어서가 아니라 동시대 감독들과의 활발한 영화적 교류때문에
박찬욱은 정말 거장이 될 것 같다.
이왕이면 마지막 장면의 사진이면 좋았을텐데, 아쉬운대로.
예의 바른 것이 저 자신이 높아지는 법임을 친아버지에게 배울만큼
갖출 것 다 갖춘 집에서 배우고 자란 아이.
마지막의 생일파티는 '훈'의 과거이면서 그 딸의 현재이자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변하지 않을 미래이기도 하다.
이전의 세련됨 보다는
뭐랄까...냉소청년에게도 열정이 있구나 싶은 느낌...?
무척 새로운 정사장면,
사람을 좀 당황시켰지만 결국은 친절함이었던 시작과 마무리,
유리대롱을 뚫고 들어가 그려낸 것 같은
낯설지만 일관성 있는 캐릭터들.
의도적이건 자유로움이건 아무튼 임상수의 인물설정이 좋다.
제발 다음부턴 그냥 처음부터 시나리오 직접 쓸 것.
영화판에 흔하다는 그 무례함을 임상수가 또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아주 많은 노력을 하길 바란다.
세련된 영화만큼 세련되지 못한 작가를 보는 것은 즐겁지 않으니까.
(이창동의 시를 임상수에게 적극추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만족스런 하녀였으나....
그지 같던 극장시설도 꽤 인상깊었던^^
앗...! 황정민을 빼먹었다-스틸 한장 없냐...!
지구를 지켜라에서 서커스 단원을 섭외한 줄 알았던^^
영화 상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 과장된 캐릭터도 만만치 않았으나
자연스러움이 드러나는 이번 역할이 더 인상깊다.
아...내공의 그녀 황정민에게 박수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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