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여왕의 교실|女王の敎室|2005


악마선생
총기가 여전한 여기서는 모범생양
비현실적인 현실감각과 이해력을 가진 주인공양
아무리 그래도 끝까지 별로 맘에 안들었던 나름대로 주인공군

`교육'분야만큼 전국민이 적당한 전문성을 가진 부문도 없지 싶다.
자의든 타의든 몇년간은 피부에 와닿게 겪을 수 밖에 없는 분야이고 
긍정, 부정 모두 의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니 말이다.
국민학교(초등학교는 웬지 낯선 느낌이어서...), 중학교, 고등학교까지만 쳐도 
장장 12년이 되는 공교육의 현장.

여기에 등장한 신같은 교사 아쿠츠 마야.
일단 드라마로 보자면 한창 재미있게 보던 중 
마지막 10회와 11회에서 완전히 기대를 무너뜨린 구성이다. 
그래서 본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할 말 많게 만드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일명 `악마'로 불리는 이 놀라운 교사의 주관에는 놀라운 결점이 있다. 
스스로 좋은 교사가 뭔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하면서 
수업방식을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건 모순이다. 
이건 교사를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는 결심과는 또 다른 문제니까.

사실 이 교사 정도, 아니 
그의 10분의 1이라도 학생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는 교사가 대세라면 
이 교사의 주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보는 사람을 현혹한다. 
저렇게 열심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주 강력한 환타지를 배경으로 한다. 
아이들은 관심을 갖고 보면 다 `읽히는` 존재이며, 
열심히 잘만 다루면 뜻한 대로 성장해 주는 존재라는. 
하긴 마야처럼 못하는 것 없고 불가능함이 없는 교사라면 
아이들을 `제대로` 읽어서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주는 
적절한 사육사가 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불능도 있고 불가능도 있어서 이런 상상자체가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

마야는 신보다 우월한 존재이다. 
신은 가끔 신의 뜻을 잘 알지 못하는 불완전한 인간들을 낳는 반면 
마야는 단 몇개월만에 자신의 의도대로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자신의 의도가 모두 선한 의도 였음도 모두가 깨닫게 만드니까. 
그것도 일본처럼 24명이 한 학급이었기에 망정이지 
옛날 우리나라처럼 한 반에 60명이었으면 어쨌을 거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라면 배울점은 있었을 것이다.
최소한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인구에 회자되는 마야교사에 대한 평판이 
사립중학교에 많은 아이들을 보낸다는 것
(마지막에 특히 괴롭힘을 받은 아이들이 사립중학교에 간다는 건 참 짜증나는 설정--;;)과 
아이들을 무지하게 괴롭히는 것 뿐이라는 걸 보면 
우울한 우리나라의 교육현장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면서도 공립학교를 고집하는 게 단지 이유가 번지르르하다고 해서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나?

초반, 엄청나게 과장된 공포분위기와 
한마디 한마디 단지 먼저 경험한 인간으로서 
인간 후배에 강력히 주장하는 것 같던 자신의 세계관이나 
너무하다 싶지만 나름대로 일관성있던 원칙
(촌지에 왔다갔다 하는 교사보다는 성적을 기준으로 삼는 교사가 
더 공평하다는 나의 구시대적인 발상 때문에)에 끌려 
저 배가 어디로 갈지 궁금했던 나로서는 막판의 신격화가 아주 재미없었다. 
마야선생의 지당하신 말씀이 엄청나게 많았었기에 더더욱 배신감이 크다.
결과가 좋으면 방법도 합리화 된다-는 찬성하기엔 부작용이 너무 많은 원칙이다.

1편부터 11편까지 정말 즐겼던 건 `악마`선생의 예의바른 모습에서 
자유분방한 댄스장면까지를 한번에 이어 보여주는 엔드크레딧이다. 
배우로서는 참 행복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라스트프레젠트에 이은 매력만점의 두 처자, 아마미 유키와 후쿠다 마유코. 
여전히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주인공 아이도 꽤 귀엽긴 했지만 아역의 오바는 역시 거부감이 들어서......

그런데 이런 교사를 디밀 수 있는 일본은 
말도 안되니까 참신하게 드라마로 만드는 교육 선진국인건가, 
아니면 절대권력에 대한 향수가 아직 남아있는 나라인걸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