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트로이의 여인들|국립창극단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여인들의 운명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창.
처음보는 창극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고혼이라는 역할이 극을 여닫고
극은 트로이 영화나 책에서 한번도 기억에 남은 적 없는 헥토르의 어머니 헤큐바로 시작한다.
패전의 운명을 한탄하는 귀족여인들에게
노예여인들이
이 지옥이나 저 지옥이나 마찬가지라며
괜히 전쟁이 길어져 처참함도 깊고 길었다고 원망하는 합창이 힘차다.
각자의 운명을 노래하는 헤큐바, 카산드라, 안드로마케, 헬레네는 단독무대가 있는데
압권은 안드로마케.
헤큐바의 살아남으라는 당부를
노욕으로 꾸짖는 기개가 돋보였다.
멋있어~!
여러번 등장하는 노예들의 합창은 힘차기도 하고 울림이 있었는데
비참한 운명을 노래하는 가사 중 죽음에 대한 대목에서
참 슬픈 얘기를 해학적으로 풀었던 가사때문에
난 좀 웃었다^^
창은 어렸을 때 TV보는 어른들 너머로 들었던 게 전부인데
맞아, 이런 매력이 있었지-를 생각나게 해줬다.
창극이 국극이랑 같은 건 줄 알고 모든 역할을 여자배우들이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전쟁의 원흉 헬레네는 무려 남자배우.
워낙 소문난 미녀라 아예 비교가 안되게 하려고
아니면 당시 그리스 남색을 고려해서---이건 좀 오바.
등등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나중에 헬레네가 비난 받는 장면이 지나고 나서는
아무리 대사라도 저런 말을 듣는다면 거의 공개 성희롱이나 다름 없어서
나름의 배려인 게 제일 좋겠다...
하지만 헬레네의 노래만 가요풍이라 좀 튄다.
전령이나 메넬라오스, 고혼도 여자배우였으면 더 좋았겠다 싶긴 했는데
내일 공연정보에는 무려 안숙선 명창이 고혼 특별출연!
이것은 오이디푸스에서 박정자 마마를 뵙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닌가...
오늘의 고혼은 유태평양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청년-그럴리가 없는데 얼굴도 낯이 익다.
커튼콜 때도 교태를 잊지 않던 헬레네 대박^^
볼 때마다 멋진 국립극장 건물들.
달오름 극장은 어느 자리나 잘 보이니 계속 R석은 미련두지 않아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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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다_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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