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참 후지구나

몇 년 전 눈보라에 쫓겨 간신히 걸었던 1코스.
거기서 들려오는 살인사건 소식에 유난히 눈이 많이 간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여름은 지리산 둘레길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세상 어디나 다 있는 미친 인간이 올레길 주변이라고 없을 리 없다.
알고보면 제주도 범죄율이 육지를 앞서간다는데
그러면서도 제주는 여전한 관광휴양지인 것도 사실이다.

가족들이 현상금을 걸었더니 경찰들이 갑자기 열심히 수사하고
고위간부가 수사국을 찾은 다음날 범인이 잡혔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는 몰라도
이게 다 우연같지도 않다.

엽기적인 시신훼손의 변명도 어이가 없지만
가장 상식적일 거라 생각했던 올레측의 대응책이 가관이다.

"제주올레는 이날 제주올레 여행 안전수칙도 발표했다. △‘나홀로 여행객’은 각 코스 시작점 출발시간을 오전 9시로 맞춰 다른 이들과 함께 걷고, 비인기 코스를 혼자만 걷게 될 때는 제주올레 콜센터(064-762-2190)로 연락하기 △하절기엔 오후 6시에 걷기를 끝내기 △혼자 걸을 때는 수시로 자기 위치를 가족·지인에게 알리기 등을 권했다. "


아마도 이제는 저 전화정도는 잘 받아주겠지만
모르는 사람과 정해진 시간에 움직여야 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수시로 전화를 하면서 다니라니.
그럴 거면 집 앞 공원을 가지, 뭐하러 올레를 갈까...


이런 무책임한 행정부 스타일의 안전수칙은 언제나 짜증이다.
조심하라는 선의인 것은 알겠지만 
일단은 입으로 재빨리 생색내는 대표적인 '척'인데다가
결국 피해자들에게 조심성부족 딱지를 붙이는 것이니까.
올레가 내놓은 수칙도
졸지에 제주도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사이를 제외하고는
외지인이 혼자 다닐 수 없는 최악의 우범지대로 만들었을 뿐이다.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8시 58분도 안되고 6시 5분도 안되는 거다.

희생자를 위해서 작게라도 위령비를 세우고,
지나는 모두가 항상 보면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 한 순간에 비극이 현장이 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기억하고,
제대로 된 예방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는 게 순서 아닌가?
일 터지기 전에는 예방이란 걸 생각하지 않는 불감증이 하루이틀일은 아니지만
....후지다, 정말. 


아는 이름, 친근한 동네.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   1구간만 이라서 아쉽지만 올레의 잠정 폐쇄 환영.
살인자 사형보다
올레의 안전을 확보하고 불감증 환기가 충분히 이루어질 때까지
전 구간을 폐쇄해서
제주도민 뿐 아니라 전국민의 미움을 철저히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사건.
왜 난 아직도 그 범인이 정말 범인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까.


안전불감증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는 
희생자 가족의 
아마도 길고 외로울 싸움,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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