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란 무엇인가|피에르 라즐로

(냄새)분자는 콧구멍안에 있는 한 공간에 이른다. 방처럼 된 이 공간은 은행금고나 우체국 사서함과 비슷하게 생겼다. 방의 벽은 아주 많은 칸으로 나위어 있고, 각 칸마다 서로 다른 수용체(후각 수용체)들이 잇다. 이때 이 수용체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생긴 자물쇠이고 냄새분자들은 열쇠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금고나 사서함을 거기에 맞는 열쇠로 여는 것처럼 냄새분자들도 자기한테 맞는 수용체 칸을 찾아가기 때문이다...우선 콧구멍에 분포되어 있는 냄새감각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신호가 뇌로 가서 정보를 전달하면, 뇌는 그것을 분석해 어떤 냄새인지 판단한다.

후각이 (냄새분자)를 감지하려면...콧구멍 내부를 덮고 있는 점액(콧물)에 녹아야 한다....일반적으로 개는 2억 2천만개의 수용체를, 사람은 약 500만개의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수용체의 종류도 천여 가지나 되며, 이들은 각각 자기에게 맞는 냄새분자하고만 반응한다. 마치 열쇠가 자기에게 맞는 하나의 자물쇠만 여는 것처럼 냄새분자들도 자기들도 자기에게 맞는 수용체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냄새를 맞는 과정이 근본적으로 불균형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분자의 냄새를 균형있게 감지할 수 없다...그 분자가 자연물질이 아니라 연구실에서 만든 인공물질이라고 해도 똑같은 반응을 한다. 예를 들어 에틸-2-메틸부틸레이트는 사과냄새를, 헥사날은 물오른 풀을 막 베었을 때 풍기는 싱그러운 냄새를 낸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냄새를 낼 수 있는 인공물질들을 일일이 분석해 보면, 하나의 냄새를 내기 위해 수십 가지의 화합물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머릿속에는 오로지 냄새로만 이루어진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지각되고 기억된 모든 냄새는 어떤 이미지와 연결되고, 대부분 그 이미지를 표현하는 언어와 결부되기 마련이다....사실 후각만이 아니라 모든 지각은 그 지각대상을 언어적이거나 기호적인 이미지에 재빨리 결부시키는 개념화 과정을 수반한다...냄새감각신경세포가 기억과 감정, 인지와 관련된 뇌의 영역(대뇌피질:대뇌표면의 화학물질로이루어진 부분, 수많은 신경세포가 분포하고 있으며 영역별로 운동이나 감각에 관여한다, 해마:뇌에서 주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 편도체:뇌에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적 반응을 담당하는 부분,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고 얼굴 표정을 읽는 역할 등을 한다)에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마이야르는 음식물의 당과 아미노산(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긴다)이 조리과정에서 열을 받으면 서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향기가 나는 휘발성화합물이 생기는 것을 마이야르반응이라 한다. 그리고 이때 생긴 휘발성화합물이 요리할 때 맛있는 냄새를 내는 것이다.

안드로스테논: 암퇘지를 성적으로 유인하는 물질. 남성호르몬이 피부에 살고 있는 세균과 만나 반응할 때 생긴다. 겨드랑이 냄새의 원인이다.

알리인: 단백질의 한 성분으로 효소인 알리네이아스를 만나면 알리신으로 변한다. 알리신은 휘발성이 커서 특유의 냄새를 풍긴다.

여성이 월경을 할 때 나는 좋지 않은 냄새는 생식능력이 떨어진 상태임을 암묵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반면에 질분비액이나 정액에서 나는 냄새는 우월한 생식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성에게 성적인 매력으로 작용한다.

사람이 풍기는 대부분의 체취는 알고 보면 소화기관이나 피부에 사는 공생미생물, 즉 세균 때문에 생긴다. 가령 장에 있는 세균들은 메탄가스를 만들어 낸다. 물론 세균의 먹이가 되는 숙변이 생기지 않게 그때그때 배변을 하면, 어느 정도는 메탄가스가 차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미세한 구멍을 가진 가루약을 먹는 방법도 있다. 이 약에 난 구멍들이 장내 가스를 흡수한다.
사람이 체취를 풍기는 또 하나의 원인은 땀이다. 공기 중에서 땀이 분해되어 날아가면서 우리의 콧속을 자극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고등동물의 세포막을 이루는 주요한 성분 중 하나이다. 간에서 합성되거나 음식을 통해 섭취된다. 단 혈관벽에 많이 들러붙으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

코르티솔: 호르몬의 하나로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단백질을 혈당으로 변화시켜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읠슨병(체내에 구리와 결합하는 단백질이 모자라 몸속 각 기관에 구리가 쌓이는 병이다)은 후각을 전반적으로 무감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냄새를 반복적으로 맡고 판별하는 방법을 휸련받으면 무후각증을 어느 정도는 고칠 수 있다. 최근 안드로스테는 무후각증에 관한 실험에서는 두 개의 콧구멍이 각기 다른 냄새를 맡고, 뇌에 후각적인 정보도 따로따로 보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암컷코끼리가 성적으로 적극적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생리주기는 16주, 성적으로 민감해지는 1주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새끼를 낳고 다음 번 새끼를 또 낳기까지는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배란이 되기 직전에는 암컷코끼리도 성적으로 적극성을 띤다. 그리고 이 시기에 누는 오줌에는 지-아세테이트가 들어있다.

수컷코끼리의 코에는 레몬주스나 식초처럼 산성을 띤 점액이 있다. 오줌이 점액에 닿으면 산성화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페로몬을 실어 나르는 단백질에 묶여 있던 오줌 내의 지-아세테이트가 풀려난다. 그런데 수컷코끼리의 코에 있는 점액은 지-아세테이트를 흡착하는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이 점액이 바로 지-아세테이트를 붙잡아 놓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단백질은 지-아세테이트분자를 붙잡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분자를 아주 천천히 다시 풀어 놓는 역할도 한다. 그렇게 해서 바바(수컷)는 셀레스트(암컷)가 준 기분 좋은 화학정보를 여유있게 즐기게 되는 것이다...수컷코끼리는 매년 발정기를 맞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 수컷코끼리의 혈액과 오줌 그리고 관자놀이에서 나오는 분비물에는 테스토스테론이 많아진다. 그 결과 발정 난 수컷코끼리는 공격적으로 변해 주변의 다른 모든 수컷들, 심지어 자기보다 더 힘이 센 수컷들에게까지 싸움을 건다. 그래서 강한 수컷들도 이들이 다가오면 피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이때(발정기) 수컷코끼리 한 마리가 풍기는 악취는 수컷 염소 천마리가 내뿜는 냄새에 버금간다고 한다. 이런 악취는...오줌에서 볼 수 있는 케톤(탄소와 산소가 결합한 카르보닐기를 유기화합물이다. 가장 단순한 케톤계열화합물은 아세톤이다)계열의 화합물이 많이 들어있다...고약한 냄새는 코끼리가 발정 중인지, 전후인지에 따라 정도가 달라진다. 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수컷코끼리는 케톤을 분비하지 않는다.

화학적 메세지는 받는 쪽에도 도움이 된다. 암컷을 쫓느라 정신이 없는 수컷에게 어린 코끼리가 깔리지 않고 도망갈 수 있는 것도 냄새분자가 전달하는 화학적 메시지 때문이다. 또 수컷코끼리가 한창 젊은 코끼리가 한창 젊은 코끼리와 싸우지 않는 것도 모두 화학적 메시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한 냄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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