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2021

 

박찬욱 멜로-나는 찬성^^

일요일이라고 살인사건 안 나는 거 아니라니
살인사건으로 만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지 못할 것도 없겠지^^ 
그렇게 시작됐지만 
오랜만의 설렘을 놓지 못해 
끌리자마자 거침없이 뛰어드는 평범한 불륜이 아니라서 좋았고, 
해준이 
욕하고 때리고 실적에 눈 먼 경찰이 아니라서 좋았다. 
사랑으로 갑자기 딴 사람이 되는 것보다 
살던 대로 연애하는 게 훨씬 그럴듯한 거니까. 
둘의 고백과 서로에 빠지는 과정의 번역음성은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을 전해 듣는 것 같아 더 속마음 같기도 했고
처음엔 어색하게 들렸지만 뜻을 생각하면 오히려 독특함 될 법한 표현들도 좋았다. 
제목과 포스터의 매력도!

서래와 해준 뿐 아니라 자칭 쓰레기인 산오의 연애담 까지 
사랑은 어디나 있고,
진심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얘기를 
안개를 뿌려서 파도에 실어 보내주는 낭만적인 찬욱씨. 

여자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남자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자기가  한 짓으로 붕괴된다는 게 
이 연애에도 한계인 것 같았지만......

서래는 자신의 인생을 맘 가는 대로 풀었지만, 
끌리는 사랑에는 끌리다 멈췄고
지키려던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도 놓친 해준에게는 
남은 모든 것이 미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노력하며 산 사람인데 좀 가혹하기도 하고.  
산에서 서래가 다가올 때 해준의 표정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라
차라리 그때가 더 행복한 결말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랬다면 그 둘 만의 고백이 오갈 수 없었겠지.

내내 서늘하던 음악이 
마지막 바닷가에서는 
둘의 서사가 흘러가는 듯해서
이 둘의 이야기도 많은 사랑이야기들 중의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탕웨이와 박해일과 박찬욱의 조합을 들었을 때 상상했던 느낌 그대로의 영화. 
강렬한 이미지와 특유의 유머가 짱짱하게 살아있는 
깊은 멜로. 

예전에 박찬욱이 어떤 인터뷰에서 
잔인해서 싫다길래 잔인하지 않은 영화(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찍었더니 
사람들이 더 안 봤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는데 
진짜 왜? 이렇게 재미있는데...
암튼 난 박찬욱 멜로 완전 찬성!

박해일
그냥 딱 한 마디 뿐, 해준 씨는 진짜 좀 괜찮은 사람.
박해일을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PS. 고운 손 얘기가 나오니 살인의 추억이,
불면증이 나오니 연애의 목적 생각이 안 날 수 없었다^^

탕웨이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 천진함까지 맘껏 펼치는 서래는
사실 탕웨이라서 서사에 아무런 의혹이 들지 않았다^^



갑자기 또 생각나서 유튜브를 찾았다가 백만 리뷰를 압도할 알찬 영상 발견
-대화가 되게 재밌기도 하고, 영화가 또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잡힌 표정이 예술^^

수사와 연애가 반반이 아니라 100씩 200이라는 표현은 공감 되고
자부심이 무너지는 게 죽는 것 이상 힘든 사람도 있다-를 못 봤는데
생각해보니 해준은 표현이 많지 않은 사람 치고 비교해보면 서래에겐 특별했지.
그런데 서래는 그렇게 비교해보지 않고서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던 거구나...

인터뷰를 보다 보다 문득 
이렇게 섬세하게 영화를 만들고 그 강렬함에 다 묻어버리지 않는 
헤어질 결심이야말로 박찬욱에게 더 잘 어울리는 목소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인이 아직 남은 복수가 있다면 어쩔 수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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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를 또 봤다.
리뷰를 보고 나서 영화를 보는 건 처음 느낌을 뺏기는 기분이라 별론데
왠지 그 파도를 좀 더 즐겨주지 못한 게 엄청난 손해 같아서 도전.
근데 아무리 봐도 심장을 잃은 남자 같이 보이지는 않아서 
이건 정서경 작가에게 낚인 걸로^^
다시 보다가 재미있었던 부분은 취조장면.
거울에 두 사람이 비쳐서 
두 사람의 좌우가 네명처럼 자리잡고 있는데 
카메라는 얘기하는 사람과 듣고 있는 사람의 거울에 비친 모습에 포커스를 주고 있었다. 
다 보여주면서 촛점을 잡아주는 재미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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