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동시에 마이크를 들고 입장한 김정원은
슈베르트와 슈베르트 소나타와 슈베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차분히 설명하고 나서 공연을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바라던 공연~!
연주자보다는 선곡에 더 끌려서 구경다니다보니
연주자들이 왜 이 곡들을 골라 연주하는지,
그 곡들을 연주하면서 어떤 부분이 와닿았는지 늘 궁금한데
다른 공연보다 해설이 풍부했던 공연안내지에 이어
연주자 해설까지,
(이런 차분한 말솜씨의 연주자라서 가능했던 걸수도 있지만, 아무튼)
친절한 정원씨 감사합니다~
이 공연이 4년 대장정의 마지막인걸 왜 올해 안 걸까...
김정원은 이미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이 있지만
새삼, 연주하는 모습도 참 멋있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멋진 마무리 동작,
관객의 감정을 많이 넘지 않는 곡의 감정표현이 드러나는 모습도 그렇고
연주자세도 '의자의 절반 정도 걸터 앉아서 등은 펴되 살짝 피아노 쪽으로 기울이고 손은 늘어뜨린 자세'라고 씌어있던
피아노 교본의 자료화면 같았다^^
미켈란젤리 DVD에서 그의 손가락이 주던 이쁨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밀회의 선재 생각이 났고
선재와 정반대로 설명도 잘해주는 모습에
렉처가 부족하다고 선재를 질타하던 강준형의 외침까지
잠시 아무생각 대잔치 ㅋㅋㅋ
첫 곡, 6번 소나타 D566
번호는 계속 까먹겠지만 귀에는 익숙한 소나타.
유난히 섬세하고 따뜻하게 들리는 시작이어서
나머지 곡들도 첫 음은 눈감고 들어보며 시작하게 됐다.
살아있을 때 자신의 교향곡이 제대로 연주되는 걸 듣지 못했고
20세기 라흐마니노프가 슈베르트의 소나타가 있었냐 반문했을 정도로
당대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오랜 친구가 슈베르트를 위해 연주로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베토벤처럼-의 느낌이라고 소개했던, 처음 들어보는 2번째 연주곡 17번 소나타 850D는
빠르고 힘찬 시작과, 마지막 같지 않은 은은한 마무리가 새로웠다.
이 정도 난이도면 콩쿨? 하다가
슈베르트는 뭔가 엄청 까다로운 사람 같다던 노다메의 고민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슈베르트의 다른 소나타들이 살짝살짝 지나가기도 하니
이것은 슈베르트의 종합선물 세트^^
그래서 1부가 끝나자마자 CD사러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오늘 연주하는 세 곡은 CD에 단 한 곡도 없더라는-아쉬움.
하지만 슈베르트를 연주하는 김정원이 믿음직스러워서 음반을 집어들었다.
쉬는 시간 지나고 이어진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21번 D960.
연주회에서 그나마 들을 기회가 많았던 슈베르트의 곡인데
김정원은 이 곡의 완성도가 너무 좋아서 마지막 연주로 아껴두었다고 했었다.
1악장 앞부분은 거의 매번 눈물 날 것 같은데
연주자마다 새롭게 들려오는 부분이 다르다.
김정원의 연주에서는 1악장 주제가 단조(인가???)처럼 변주, 반복되는 부분이 새롭게 들렸다.
무더위에서 짧은 가을로 넘어온
살짝비 내리는 어느 일요일.
이 슈베르트의 온기가
CD 볼 때마다 기억나면 좋겠다.
PS. 이렇게 좋은 연주였는데
바로 주변에 소음원들을 목격하게 되는 바람에 정말 많이 방해받은 기분이다.
이상하게도 주말에 볼 수 있는 공연이 계속 없어서 한동안 오지 못했는데
오랜만의 아람누리 왜 이렇게 산만해짐--;;
4년 간 슈베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 대장정의 마지막 시리즈라고
음향이 중요한 소나타라서 오늘 공연 기대된다던 김정원에게 내가 다 미안할 정도......
그래도 다음에 또 찾아와 주세요~
뭔가 했는데 이것이 바로 김정원의 V살롱 라이브: 김정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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