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Train to Busan|2016

진짜 전대미문 재난 블럭버스터...이다!

재난 영화와 좀비라니 참 신기한 조합이어서 궁금증을 가득 안고 찾아갔다.
사람은 바글바글.

일단 시작은 자세한 설명같은 것 없이 바이오벤처의 수상쩍은 유출사고-라는 설정 하나로
큼지막하게 시작한다.
-그런데 이 정도 엄청난 부작용이라면 대체 뭘 개발하고 있던 것인지 뒤늦게 궁금해진다^^

마음만 있지 별로 살갑지 않았던, 어린 딸에 눈에도 좀 잘못 살고 있던 아빠는
날 한 번 잘못잡는 바람에 호되게 아빠성인식을 하게 된 셈이다.

영화속의 국가는 끔찍하다.
전국에 퍼지는 이 전대 미문의 사고 정보는 봉쇄한 채
노동자들의 시위에 병력을 투입한다.
시위와 전염병이 동시에 일어나다니
이곳은 정말 헬.
그런 국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정체 불명의 좀비들과 싸우는 사람들의 기차 안은
자립적으로 인간적으로 질서를 잡아간다.
한 쪽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었다면
생존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각성이 퍼져가고 있었달까.
괴물에서 이기적인 생존자들을 즉각 처리했듯
부산행 기차에서도 극악스러움은 그 대가를 치룬다.

그 각성의 시작인 두 사람.
처음엔 말도 안되는 웃긴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정말 천생연분으로 보였다.
유아인부터 마동석까지 정유미는 정말 앙상블 지존^^
원래 좋았지만 더더욱 좋아지는 그녀다.

처음엔 기차 안 좀비영화라고 해서
설국열차에서의 액션을 증폭시켜보려는 건가 했는데
이것은 전설의 1대 100 맨 주먹 필살기 ㅋㅋ
안타깝게도 돈이 많이 모자랐던 지
많은 장면들은 어딘가 B급 스럽다.
하지만 요즘 영화로서는 드물게
-비록 좀비로 등장하긴 했지만-
인건비에 가장 많은 제작비를 사용했을 것 같은 인간적^^인 영화.

그런데 수안아, 아빠에게 왜 그렇게 슬픈 노래를 불러주려고 했어?
너무나도 학예회엔 안 어울리던데.
수안이는 좋은 사람인 것 같던 엄마 덕에 잘 자란 것 같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수완이의 말에 귀기울여 준 걸 보면
아빠도 정말 바빠서 그렇지 엄마 처럼 좋은 사람이었던 거야. 

순식간에 좀비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무찔러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 고교 야구선수,
노말시티에서 시온의 클론을 바라보던 마르스 생각이 났다.
그 심정을 알아주고 대신 더 많이 싸워준 형님들 멋있었다.
두번째 손을 놓지 못한 마음도 이해된다.
그런 사람 왜 없겠어....

아빠의 모습이 별로 어색하지 않던 공유,
좀비를 맨손으로 때려잡는다더니 정말 그렇던 마동석.
마블리라는 별명 이해를 못했었는데 여기서의 마동석은 쫌 알겠다^^

그리고 미련의 캐릭터 김의성.
그냥 그렇게 흔해빠진 나쁜 놈 말고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원칙주의자였다면 어땠을까.
스스로도 일관성 있는 선택을 하는.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싶어서 좀 아쉽다.

두 시간은 훅-지나갔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시도였다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참, 되게 닮았다고 생각했더니 진짜 심은경.
크레딧 보고서야 그 인물이 '가출소녀'인 걸 알았다.
짧지만 강렬...

PS.영화는 수다다를 보다가 문득 생각났다.
눈을 가리면 덤비지 못하는, 소리나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가던 좀비들.
짧고 명확한 '우매함'이란 것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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