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캐스팅이 다 이유가 있었다는^^
앤 헤서웨이 이번엔 괜찮았음.
생각보다 영화를 늦게 보는 바람에 떠도는 평을 이미 들어버렸다.
배트맨에 배트맨이 별로 안나온다, 하이테크는 커녕 무식하게 맨손으로 싸운다...
사실이었다.
근데 재밌다.
배트맨 비긴즈를 안 봐서 배트맨비긴즈와 다크나이트 사이라는 말은 공감을 못하겠지만.
이번은 꽤나 야심찬 프로젝트다.
아마도 다크나이트 이후로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으리라 예상은 하는데
크리스토퍼 놀란은 기계로 깜짝 놀래켜주기를 포기하고
그야말로 리턴 투 베이직을 감행해버렸다.
돈도, 벗도, 장비도 없이 달랑 몸뚱이 하나를 가지고도 자신의 정신과 경쟁을 시키며
한동안은 외면하고 살던 그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 브루스 웨인.
한꺼번에 여자가 둘이나 등장해서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의 앞통수 뒤통수를 맘껏 넘나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좀 길게 느껴졌던 건 사실이다.
2인분이었음에도 조커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
악당의 매력없음 탓이다.
다시 사사롭고 시시한 존재로 돌아가버린 1차원적인 악당은
이미
불안정하게 공포감을 주면서도
어딘가 귀기울일 수 밖에 없었던 독특한 악당의 존재감을 맛본 관객들에게
그저 지루한 필요악일 밖에.
정의의 이름 같은 건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냥 평범한 정의의 사도처럼
그냥 무섭고 나쁜 놈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시민들을 구하겠다고 다짐하는 배트맨을 보면서
왜 그는 애시당초 고담시와 시민들을 지키고 싶어하게 됐는지가
오히려 이번에 궁금해졌다.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은 단순한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도 싸워야했던 존재였다는 게
자연스럽게 비교됐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조커가 강조하던 '혼란'은 이번에 100% 물리적으로 등장했다.
시스템과 자본, 권력이 힘이 되는 이른바 '문명'의 세계를
맨주먹으로 점령하고 심판하는 무식한 폭거가 혹시
포장된 힘의 주인들을 향한 경고인가도 싶고,
혼돈 속의 수많은 구타들이 현실의 은유인가 싶기도 했고
궁극의 하이테크는 결국 발달된 '맨몸'인 것 같단 생각도 들고...
갑자기 마지막에 툭 튀어나온 퉁명스러운 반전과
애정없이 연출된 불쌍한 베인,
지난 번 다크나이트의 설욕으로 아이맥스 고집한 보람없는 스케일이
아쉬움이긴 해도
배트맨에게는 충분한 예우를 보인 마무리라고나 할까.
민간인 웨인의 모습은 찰나였지만 왠지 나도 뭉클했으니까.
이로써 배트맨 시즌2도 안녕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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