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봄날



언젠가 아들들은 돌아올 것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긴 했지만
모든 것을 잃은 뒤 남은 그리움은
그동안의 욕심으로
자식들의 가슴에 남긴 상처만큼 방치된 후에 보상받는 셈이니
그걸 억울해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TV손자병법의 고단한 과장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오현경의 무대를 꼭 보고 싶었다.
'기집'들이 소용없는 이유로
안보는데서 절에 시주나 하고
남편 담배나 훔쳐피우고
뭐라 나무라면
서럽다고 목이나 매는 쓰잘데기 없는 인간이라는 기막힌 대사를
어쩌면 그렇게 그럴싸하게 하던지.
게다가 마지막 단 두줄의 대사로 울컥하게 만들던
역시 굉장한 무대인간.
나쁜 아버지로서 당당했던 것만큼이나
버려진 뒤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그 모습은
연민의 모습 그대로 남았다.

가장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인물.
동생들의 어머니였던 큰아들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다독이지만
자신을 위해 치열하게 가슴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누구를 진정으로 이해하기도 힘들어보였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의 힘으로 많은 부분 지탱되니
모두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조금 느린 박자의 연극.
가족의 화해라는 익숙한 소재지만
그 화해가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힘이 느껴지는 극이었다.
그 저항이 아니었다면
늙은 아버지는 꼬부랑 저승길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고
또 '그리움'이란 것도 영영 몰랐을테니.
오르막 무대에서 배우들이 움직일때
왼쪽벽으로 그림자가 져서
수묵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많이 웃기도 하고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 듯한 관객들의 조용한 수다가 뒤섞여
좋은 분위기였다.

어울림극장-참 좋은 공연장이던데
연극하기엔 너무 커서 빈자리가 많았다.
새라새정도였다면
꽉찬 객석의 박수를 받았을텐데.

아, 참. 특이했던 거.
절에서 맡기고 간 처자가 처음 등장하던 차림이
'내일은 왕님'에서 이치이 토야-사사야 유우 버전 '되돌이고개' 의상처럼 보였다.
슬쩍 그 의상에 오현경의 '되돌이고개'가 겹쳐지기도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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