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인가 나는 울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노곤하고 달콤한 상태가 뒤섞인 묘한 감정 상태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몰라도 나는 이 어설픈 감정을 '슬픔'이라는 거창하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인지를 놓고 주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너무나도 완전하고 이기적인 감성이어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슬픔처럼 느껴지는 감정은 언제나 고상하게 느껴지곤 한다.
나는 지금까지 나른함이나 뉘우침, 그리고 아주 가끔은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느껴보았지만, 슬픔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무엇인가 부드러운 기운이 나를 덮어씌워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원제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Hello Sadness(Bonjour tristesse )란다.
1954년의 소설이라는 것도 놀랍다.
열아홉에 쓴 첫 소설이라는 이 책은
스스로 성숙하다고 믿으며 이지적으로 보이고 싶어도 하는 소녀가 겪은
잔인한 동심의 유년을 적은 기록이다.
굳이 작가 약력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전적인 소설의 느낌은 든다.
그녀의 소설은 슬픔과의 만남으로 끝이 났지만
이제 만난 슬픔과 좀 더 친하고 나면
그녀가 받은 그 첫인상의 고상함과 달콤함, 아름다움이
묵직한 아픔에 압도당하게 될 것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책과 슬픔을 구분하는 이 예민함과
감상을 즐기는 이 정서야말로
소녀만이 가질 수 있는 사치가 아닐까.
옛날에 한번 읽었던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던 소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등장한 후로 한번은 읽고 싶었다.
그 후로도 이 작가는 뽑아내기에 멋진 말들을 많이 남긴 것 같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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