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晚秋|Late Autumn |2011

진한 연애끝에 감옥살이를 시작했던 여자의 머리와 마음속에는 
7년 전 멈춘 사랑이 현재처럼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 사랑을 완전히 접고서야 
다른 사람을 위한 빈자리가 열릴 수 있었던 건 당연하겠지.

연애사업(진짜 사업) 절정기에 이른 남자는
깐깐한 도전쯤으로 생각했을텐데
그의 몰입은 좀 설득력이 없었다.

그 짧은 시간의 사랑이 여자에게 남긴 것은 
기다림의 희망이지만
남자는 어떤 지 알 수가 없다.
남자의 현재는 너무도 변수가 많기에.
어쩌면 현재가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르겠고.

이 모호하고 은은한 희망의 결말은
강렬하지 않았다.
가장 강렬한 연애의 현장도 
입만 빌려준
결국 진실은 알 수 없던 거리의 연인들.
그나마 그들의 끝도 
닿을 듯 했지만 가까워지지 못한 채 끝이 났었다.

그래서...
좀 미안하지만 한 숨 잤숑^^

묘한 여자 탕웨이.
색계에서는 화장을 할수록 앳띤 얼굴이 드러나던데
그 사이 여인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도 화장끼없는 얼굴이 
더 아름답다.
여러가지 표정이 숨어있는 매력적인 얼굴.
매 장면 성실함이 묻어나던 현빈에게도 박수.
어느 한국영화전문 외국기자는 
영어대사에 한소리하던데
대사의 문제라기보다는 
감독이 정한 톤의 문제인 것 같았다.
좀 신파 같아도
남들 연애에 변사 노릇 하던 장면에서 
탕웨이가 그렇게 웅변하지 말고 슬슬 밀려들어왔으면 좋았겠다 싶었는데.

조조라 11시 넘어서 극장을 나서는데
어제까지 낮동안은 화창하던 하늘이더니
오늘을 흐린 하늘에 쌀쌀한 기운.
짧은 길을 걸으면서 
하루치 늦가을을 느꼈다.  

추신:깜빡했다. 마지막 장면의 탕웨이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그녀는 그에게 인사를 했었다.
그를 처음 만나기 전의 7년 보다는 짧은 2년 이었지만
그 공간속에서 그녀는 그를 향해다가가며
이전의 그녀를 되찾았던 모양이다.
기다림이 가고 있는 것이라는 황지우의 시에서
희망이 느껴진다.

볼 때와 달리 
보고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나 몰래 남아있던 여운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 같은 영화, 만추.
그래...
가을은 모든 것이 익어 성숙한 계절이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