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오래된 정원|2007

믿음직한 임상수를 의심하지 말자

 

이들의 사랑이 슬프지만 아름다게 빛나는 것은

그들이 분노를 접고서는 살 수 없는 순수한 인류였고,

그들이 꿈꾸는 '함께'의 사랑이 사랑의 정수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원작의 한윤희도 이렇게 매혹적이었던가?

황석영의 원작은 오랜 기다림과 부푼 기대에 못미쳤던 허전한 사랑이야기로 남았을 뿐인데

임상수의 영화는 안타깝고도 힘센 그들의 사랑을 천천히 가슴에 심어놓고 갔다.

 

임상수의 영화는 늘 세련된 느낌이다.

하나로 몰아가느라 무리수를 두는 촌스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

여러가닥의 씨줄과 날줄을 참 잘 엮어간달까.

그런데 이번엔 사랑이야기에 확 집중하고 싶었던 냄새가 났다.

기러기아빠라더니 쓸쓸하신게로구려..ㅋ.

그래도 촌스러워지진 않았던 것이

한 장면, 대사 하나에 공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장인이라 불러야 할 것 같아.

너무 늙수구레하게 들려 본인이 싫어할라나...

 

괜찮을까 싶은 조합이었는데 예상을 깼다. 염정아도 지진희도.

보고나선 만족스럽지만 보기전에 나를 적극적으로 꼬시지 못하는 배우들.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왜 가니, 니가.

그래도 가는 남자라 당신이 사랑했을거야.

그래도 잡지 않는 여자라 그가 사랑했을거야.

 

당신이 이래서 좋아요-라는 제일 시시한 수준의 고백 한마디 없이도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고 또 기억한다.

동반자이자 연인이 될 수 있는 서로를 만나다니

짧지만 운 좋은 사람들.

인생에 불공평함도 많지만

아주 쬐끔은 그것 좀 보충하라며 떨어지는 선물도 있는 법.

 

말랑한 멜로가 싫더라도,

영화 보는 보람을 느끼게 해 준 한마디가 있다.

"그러니까 전두환을 죽여야지."

시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