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간도 8시로 착가한데다가 끔찍한 퇴근길정체로 인하여 모차르트곡은 못 들었다...거리상으론 멀지 않은 여의도인데...재앙.
첫번째 짧은 쉬는 시간에 입장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냥 앉은 빈자리가 원래 내좌석^^
차분한 공연장, 그리고 처음으로 앉아 보는 맨 앞자리, 또각또각 걸어들어오신 스코다 연주 시작. 전에 아리랑TV에서 실황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사이 더 늙지는 않으신듯~
두번째 프랭크마틴의 곡은 말하자면...재즈분위기가 나기도 하는 곡이긴 했지만, 그냥 전체적인 느낌은 좀 지루한 클래식영화에서 천재감별용으로 사용될만한 곡이랄까? 연주자에게 감탄은 하겠지만 그다지 찾아서 듣고 싶어지진 않을 것 같은 음악. 암튼 내 취향은 아니었다.
세번째 베토벤. 처음 듣는데 마음에 쏙 드는 곡이었다. 근엄한 얼굴의 베토벤에서는 상상 안되는 귀여운 분위기. 게다가 좋아하는 부분이 충분히 반복되는 친절함까지. 무척 빠른 부분이 반복되는 곡이었는데 스코다의 손은 하나도 바빠 보이지 않았고,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 책장을 넘기듯, 친숙하면서도 손끝까지 신경이 살아있는 것 같았는데, 건반 누르는 소리까지 들리는 맨 앞자리에서 그 손가락들을 보는 건 황홀했다. 너무 좋았던 1악장이 끝나고는 박수가 터져버렸는데 다행이 여유있게 넘어가주시는 스코다, 근데 그 다음엔 붙여서 연주완료..
쉬는 시간에 나와보니 4가지 음반이 있었는데(아마 공연이 끝난 뒤였으면 슈베르트를 샀겠지만-지금은 이걸 안 산 걸 후회막급-절판이다--;;), 오이스트라흐와 협연한 음반이 있길래 이름만 보고 그냥 샀다(근데 들어본 결과는 연주회의 베토벤이 더 좋았다는 정도. 두분 다 무척 젠틀하기만 하다. 아마도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더 좋아하게 됐을 때 들어야겠어..)
마지막 슈베르트는 맑으면서 차갑지 않고-아..적당한 단어가 안 떠올라 주네...가는 바람줄기가 서서히 들어와서 마음속에 가을을 만들어주는 느낌? 근데 춥지는 않고, 포근하긴한데 눈물이 핑 돌았다. 치다가 멈추거나 건반이 틀리거나 그런 건 감상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아주 아주 좋았다고 밖엔...
리흐테르 다큐멘터리에서 노년의 리흐테르가 연주 뒤에 인사하는 장면을 참 좋아한다. 곧게 허리를 펴고, 아래턱을 살짝 내밀며 절도있게 걸어나와 정중하면서도 자부심있는 몸짓으로 근사하게 인사하는 모습. 스코다의 인사에도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환호가 커지면 가슴에 손을 모으고 기쁨을 숨기지 않은 얼굴로 인사를 하는. `사랑하는 동안`을 사는 사람들의 빛이 아닐까?
오던 길, 도로에 서서 갈 생각을 하지 않는 버스에 갇혀있는 동안엔 힘도 들고 지치기도 해서 그냥 내려서 집에 갈 생각도 잠깐 했는데, 안 그래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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