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디스트릭트9|District 9|2009

최초의 빈민가 SF

 

차별, 강제퇴거, 조직폭력배, 전쟁, 피도 눈물도 없는 가족, 카니발, 빈민가의 비참한 생활.

아주 신경써서 혐오스러운 것들을 잘도 모았다.

그래도 우주를 초월한 우정과 쓰레기장에서 핀 철꽃의 희망(-이라고 해도 될까...)의 결말이지만.

처음에 무척 궁금했다. 왜 요하네스버그인가.

외계인이 아니더라도 비분쟁지역중 아마도 세계 최고의 범죄율을 자랑할 것이며,

이제 인종차별은 역사다-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차별의 성지.

그 긴 차별의 역사를 살아남은 사람들이 외계인 차별발언들을 쏟아낼 때

그러니까, 차별받을 짓을 하니까 차별하지 라는 거냐..까지 진도를 나갈 뻔도 했기에 참 궁금했는데

아주 단순한 이유였으리란 심증이 들었다-감독의 고향이라네...

시작부터 흥미진진이었다.

여러가지 불법퇴거동의서 작성법이 등장한다.

얘들은 외계인한테도 합법적인 척을 하기는 한다.

최후의 진압의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죽은 사람 입장에서야 총이건 각목이건 불이건 무슨 차이가 있겠어.

이들의 인권-외계인권을 지키고자하는 단체들이 있으며

그런 단체들의 항의를 걱정하는 척이라도 해주는 선진 아프리카.

당당하게 승진한 비커스의 첫 출근지.

알 500개는 아무렇지 않게 죽이면서 움직이는 꼬마외계인은 존중하고 살아있는 타겟은 거부하는 그의 의식이라는 게 아주 모순투성이인 것 같지만

실은 일반적인 인권의식 또한 이렇지 아니한가.

왠지...에 흘러가는.

재앙의 시작.

정말 생존이라는 건 본능일까.

똑똑하고 의리도 있는 크리스토프(?)-이름이--;;

그래도 3년은 너무하잖아, 먼저 비커스 좀 도와주고 가지.

 

팔 한쪽의 차이로 인간은 비커스를 따 시키고(먹으려고도 하고)

그 팔 한쪽의 공통점으로 외계인들은 편이 되어준다.

먹을 것만 있으면 거기 사는 것도 괜찮다고 봐, 나는.

 

비커스와 크리스토프 같은 1대1의 관계는 현실에서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게 집단으로는 어려워진다.

나 너무너무 좋아하는 일본친구가 있는데 독도는 우리땅이잖아?

그러니 오히려 관계를 중시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인간성을 지키려면

모두 다 따로 노는게 맞는 거 아닌지.

내 건 혼자 양보해줄수도 있지만

우리의 것을 양보하기엔 나 혼자 결정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우리의 양보`가 굉장히 큰 손실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생긴다.

하나가 못되게 굴면 그냥 싫어하면 되는데

여럿이 덤비면 무섭다.

그러니까 떼로 몰려다니지 말자-는 말씀.

 

비커스의 탈출장면은 언뜻 괴물의 송강호 탈출을 떠올리게도 하고

마지막 전투 장면은 블러드다이아몬드의 세사람의 관계를 생각나게도 했다.

크레딧에 떠오르는 이름-피터 잭슨.

개떼같이 등장하던 외계인들 혹시 재활용? ㅋ

새로운 풍자에 성공한 네일 브롬캠프라는 새로운 감독.

영어의 alienate과도 뭔가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은 재미있는 감각이다.

그래도 다 좋지는 못했던 것이 나의 수준낮은 비위 때문인데...

옛날에 누가 `퐁네프의 연인들` 를 보고 `스크린에서 쓰레기 냄새 나는 줄 알았다`더니

내 비위가 좀만 더 좋았더라면 한번쯤은 재미있게 더 봐줄수도 있었을

남루한 빈민SF의 신선함-좋아. 그래도 두 번은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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