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노래에 청춘을 빚지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로 시작하는 기사를 읽었다.
사실 난 슬그머니 손을 들어야 하는 형편이다.
질그릇 같은 정태춘의 목소리를 좋아했지만 그가 음반이 아닌 테이프로 새 노래들을 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외면했었다. 모르고는 몰라도 알면 알수록 맘만 부대끼며 살게 될 것이 싫어서 그냥 모른 척 하기로 했었다. 슬픈 칼날 같은 그의 새 노래들이 예전 노래을 향한 나의 감동까지 부정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그래도 내 MP3에는 Craig David과 브로콜리너마저와 함께 그의 노래 몇 곡이 들어있다.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공연을 보고 싶었던 건 5년 만이라는 공연이 분명 그들에게도 특별했을 것이라
그들의 설렘과 떨림을 온전히 같이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시간 반동안 노래와 얘기가 이어졌다.
정태춘은 노래를 목으로 부르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힘센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무대위에서 부부는 남편과 아내가 혼자 노래할 때면 서로의 노래를 지긋이 들었다.
인터뷰에서 박은옥이 정태춘의 팬이자 이해하는 아내로 살아간다고 얘기하던 부분을 떠올리며 실은 정태춘도 그랬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공연 후반부에서 정태춘은 며칠 걸려 아내 몰래 쓴 편지를 읽으며 박은옥의 팬임을 고백했다, 이 공연은 자신보다 더 노래하고 싶어하는 박은옥의 것이라면서.
벗이 되고, 팬이 되고...사람끼리의 관계가 더해져 두터워진 부부를 보고 있자니 연정 뿐인 관계는 참 연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쳐도 남의 연애에 그렇게 울 것 까지야--;;)
기차소리, 오토바이소리까지 욕심껏 소리를 준비한 공연은
두시간 반을 꽉 채우고 끝났다.
관객에게 인사를 하며 그동안 `환대와 박수`에 고맙다고 했다.
난 `사랑`이라는 말을 아껴쓰는 사람이 좋다.
안보이던 동안도 세월을 잘 지낸듯 멋져보인 두 사람.
공연 중에
그는 그의 재능에 대한 환호와
인생에 대한 응원 중 어느 것이 더 맘에 들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청년의 분노이던 시절의 기억이 내게도 남아있는데
공연 뒤 싸인을 해주던 그의 소년의 얼굴을 생각하면
참 부질없는 궁금증이었다.
공연 중에 시낭송을 한 문소리, 잠시 행사진행을 맡은 김제동.
잘 산다는 건 좋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구나-좀 부러웠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참 많이 났다.
우리들의 죽음처럼 어쩔 수 없는 노래 뿐 아니라
촛불에서, 시인의 마을에서도, 떠나가는 배에서도 울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어딘가를 많이 다쳐있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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