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기억해두기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이제 내게 고민 없이 와닿는 말이다.
하지만 가난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을 남루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끝내지 못했다.
가난은 죄도 잘못도 아니지만 또 모든 것의 변명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이 나의 진도상태이다.
 
사람들의 욕망으로 만들어지는 도시.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언제쯤 그 욕망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나의 현재 상태는 가진 것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취하는 사람들, 앞서는 호의로 차 한잔을 쉽게 권하는 초라한 입성의 사람들을 동정하지 않고 얼만큼은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당장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기엔 적지 않은 망설임이 가로막고 있는 정도.
그래서 지나는 길에 만나는 현지인들이 자신의 가난을 이름표처럼 달고 당당하게 뭔가를 요구해오는 것은 너무나 불편한 일이다.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에 대해 나쁜 느낌을 갖게 되면 죄책감이 생긴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보다는 훨씬 많다는 것이 내가 첫 배낭여행에서 배운 가장 큰 것이고, 세상은 목표를 위해 사는 사람들로 인해 변화(혹은 발전)하지만,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유지되며, 외면하고 싶은 나쁜 뉴스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가 아직 살 수 있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좋은 뉴스들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때면 내 일정이 너무 짧아서, 내가 준비가 부족해서, 혹은 내가 운이 나빠서라고 이유를 찾아본다, 그래도 깔끔이 정리되진 않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라고 믿으려 노력할 때 어디선가 믿고 있던 그들이 나타나주면 그들을 만날 수 있었던 운에 감사하게 된다.
 
씨엠립은 구석구석이 전부 다 타워팰리스 앞의 꽃동네 같은 풍경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원에 감탄하고 사람들 때문에 탄식하며 마음아픈 곳으로 기억하는.
그 마음 힘든 동네를 좀 더 편하게 기억하도록 만들어준 짧지만 반가운 인연들에 감사한다.

엄청수줍음 타더니 카메라앞에서는 제법 모델스러운 포즈까지 보이는 막내

곧 일어가이드가 될 앙코르왓의 오토바이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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