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사파


호치민, 캄보디아, 하노이의 땡볕과 습기를 잊게 해준 쾌적한 마을 사파.
이 날씨를 씨엠립으로 가져가서 다시 앙코르왓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땐 너무 더웠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밤에는 제법 두꺼운 이불을 당겨 덮게 되고 샤워할 때도 온수를 찾게 된다. 5층 꼭대기의 내 숙소는 오르내릴 때마다 등산하는 기분이지만 전망이 괜찮고 문을 열면 나름 발코니도 있어서 맘에 든다.

거리에 나서면 전통복장을 한 아이, 어른(모두 다 여자다)들이 여행객을 에워싸고 물건을 팔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한산한 동네에 유일하게 바쁜 풍경이라고나 할까. 대도시에서는 오토바이기사들이 만들던 번잡함을 여기서는 이 사람들이 대신하고 있다. 관광객 한명마다 서너 명이 에워싸고 지나는 모습 같은 건 아주 흔하고 밥 먹을 때도 눈만 마주치면 말을 걸어와서 좀 머쓱하다. 그래, 나야 좀 불편하다 마는 거고 저쪽은 먹고 사는 문제니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불편하긴 하다......
 
오늘 갔던 마을들. 대부분 산길산책이긴 했지만 마을 방문한답시고 남의 집에 막 들어가서 여기 저기 들여다보고 사진 찍고. 가이드가 배 하나 건네는 걸로 봐서는 여행사들이 집주인한테 딱히 주는 것도 없는 모양이다. 길눈이 어두우니까 가이드 비용이야 그렇다 치고, 투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등산할 거 아니라면 그냥 읍내에 상시 대기 중인 오토바이 아저씨랑 개별적으로 돌아다니기 추천. 아저씨들도 길은 귀신같이 잘 알 테니깐.

오는 길에 논둑에 너무너무 심심하게 앉아 있는 꼬마가 있길래 껌종이로 종이학을 접어줬는데 반응이 무지 좋았다. 사실 여기 아이들은 나뭇잎이나 돌 가지고는 별 걸 다하고 노는데 종이접기는 좀 신기해한다. 덕분에 코리아 땡큐 소리 까지 들었다--;;

보기에는 예쁜 계단식 논이지만 농사짓기는 참 어렵겠는 사파

 

사파마을의 낮풍경
 
반벌거숭이로 씻지도 않고 호기심어린 눈을 빛내는 아이들을 찍는-허락은 받고-동행들을 보면서 작년에 몽골에서 만났던 어느 한국처자의 얘기가 떠올랐다. 같은 아시안이어서 그런지 왠지 비슷한 점들이 먼저 보여서 연민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내가 현지 사람들을 찍을 때 갖는 순간의 느낌과 별로 다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서양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느낌은 마구 의심하고 있다.  
가난한 모습들인 건 사실이고, 새로운 돈벌이재미에 열성인 것도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가진 것에 익숙하게 살아온 태가 남아있어서인지 아직까지는 그래도 편안한 표정들이었는데. 오늘 찍은 동행들의 사진 속에 그 편안함도 같이 찍혀있기를.

쾌적하고 편한 곳이지만 생각은 바빠지는 사파.
그러나 생각이 몸에 지는 나이가 되다보니 날씨에 취해 하는 것도 없이 벌써 나흘째. 토요일 밤기차를 타기로 해서 아직 이틀이 더 있다. 토요일 아침장이 볼만하다고 해서 낮기차를 밤기차로 미뤘는데 또 그냥 ‘바이 프럼 미’ 퍼레이드이기만 해봐......
 
PS. 오늘 사파시장 입구에서 순대 발견. 튀겨서 좀 더 느끼하긴 했지만 비슷한 고향의 맛이었다. 하하...이러면서 개구리와 뱀장어 먹는 서양애들을 놀렸네^^
 
PS2. 사파의 토요시장은 상인이나 상점이 아니라 그냥 손님만 많은 날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의 주말 여행지인 덕에......장날을 생각한다면 박하를 가라고 한다. 올해는 이만 총총, 다음기회에...가 되고 말았지. 

사파마을의 밤

사파 하이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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