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Duelist 후유증


1.웬만한 때깔에는 시큰둥하다.
왕의 남자의 가난한 색감은 물론이고,
같은 미술팀이라는 음란서생 조차도 그렇다(소품은 예뻤지만).
그렇다면 이건 단순히 원색찬란한 색깔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마도 빛의 효과가 컸으리라 짐작은 되지만,
어디서도 보여주지 못한 새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누군가가 천장을 찢고 상상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할 수 밖에 없다.
 
2.모든 영화를 형사Duelist를 기준으로 보다.
대사부터 흐름까지
형사와 비슷하군, 형사와는 아주 다르군...뭐 이딴 식.
그렇다고 뛰어나다, 못하다를 결정지어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 잠깐씩 지나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3.영화 고유의 재미에 더 관심을 갖게 되다.
그래서 내가 재미없게 본 영화도 혹시 누군가는 재미있게 보지 않았을까, 뭐가 재미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전 같으면 돈아까워 소리가 망설임없이 나왔을 무극도 데이지도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 번 제대로 미쳐보는 동안에 어딘가 나도 몰랐던 감각기관 하나가 더 열린 기분이랄까.
극장에서 영화를 두번 이상 보는 것도 더는 유난스런 일이 아닌 게 되었고
전체가 다 좋은 게 아니더라도 좋은 것 하나가 머릿속에 맴돌면 망설임 없이 지른다.
 
4.영화가 뭘까를 덩달아 생각하게 되다.
이명세는 보는 사람으로서도 만드는 사람으로서도 영화다운 영화만을 좋아하지만
나는 안 읽은 책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영화도,
안 본 연극을 더 많은 것들과 버무려 보여주는 영화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옛날영화를 기술과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다시 색칠해 보여주는 영화도
재미있으면 다 좋다.
다행이 세상에는 영화감독이 이명세 하나가 아니라서 이것저것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이런 원리주의자는 길이길이 장수했으면 좋겠다는 애착이 생긴다.  
 
5.하여간 볼 생각이 있는 영화는 남들이 뭐라뭐라 하는 소리에 얇은 귀가 팔락거리기 전에 재빨리 보기로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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