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티|드디어 말타기 시작!

헨티로 말여행을 떠나던 날의 아침

오른쪽이 내 말-에너자이저 그 자체였다...

나름대로 숲이 우거진 헨티 에이멕

몽골에서는 아주 흔한 초원의 풍경

둘째날 캠프했던 작은 시냇가의 해질녘

 

여행을 떠나기 전 가이드북을 좀 보긴 했지만 이 넓은 나라의 어디까지를 가볼 수 있을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흥미를 느꼈던 헨티에이멕. 초원과 사막, 평원 사이에서 유일하게 숲이 우거져 있다는 그곳을 여행하려던 크리스와 예트카를, 몽골에 도착한 다음날 바로 만난 건 정말 운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25년간의 화려한 승마경력에 승마코치도 했었다는 크리스와의 말여행이라니 누가 맞춤여행으로 짜주기라도 한 것 같은 이 여행에 당장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여행섭외를 해준 다카라는 몽골처자에 따르면 이번 여행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소개받은 가이드는 다카의 친구이자 통역을 하는 나라의 가족이었는데 울란바타르에서 세시간 정도 떨어진 바가노르까지 간 다음 다시 지프를 타고 나라의 친정이 있는 한헬렌에 가서 우리들이 타고갈 말과 우리를 이끌어줄 대장아저씨 나라의 아버지이기도 한 벌다 아저씨와 그의 사위이자 보조가이드가 될 일떼를 만났다. 

벌다 아저씨 역시 이런 가이드는 처음인지라 우리의 승마실력을 궁금해 했기에 도착하자마자 차례로 간단한 승마테스트(!)를 거쳤다. 나름대로 흡족해 보이는 표정.

저녁 초대를 받아 몽골식 곰탕을 먹고 그 집의 뒷마당이라고 할만한 넓은 초원에서 캠핑 첫날을 맞았다. 음...바람소리가 인상깊은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염소떼 소리와 힘찬 말발굽소리에 잠을 깼다.

예트카는 텐트안에서 염소한테 받히는 바람에 일어났단다. 커다란 밀가루 푸대에 5일동안 먹을 음식을 나누어 담고, 짐 싣는 말에 균형 잡히게 우리의 배낭까지 부리는 동안, 우연히 보게 된 인상 깊은 장면-나라의 어머니가 우리와 함께 여행할 말들 한마리 한마리를 일일이 쓰다듬으며 조용조용 말을 거는 장면이었다. 아마도 이런 여행이 처음인 말들에게 뭔가 당부를 하시는 것 같았다.

 

드디어 동쪽으로 출발한 아침.

첫 날이라 천천히 가는 가이드 일행에게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크리스 선생님`의 제안으로 trouting이라 부르는 속보까지 해보였다. 역시 크리스의 생각대로 우리의 속보는 벌다아저씨를 흐뭇하게 해준 것 같았다~

그런데 앞서 가던 일떼군이 갑자기 말을 세게 달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벌다 아저씨를 따라서 한 20분쯤 갔을까. 초원에서 홀연히 다시 나타난 일떼군, 뭔가를 벌다 아저씨에게 건네는데-담배였다.

말 달려 담배심부름이라니 역시 노매드 피플이로군...과연 어디서 사왔을까도 좀 궁금했다.

 

오후에 비를 만났다. 꽤 길게 오는 비와 바람에 손이 다 얼 지경이었는데 좀 일찍 자리를 잡은 두 가이드가 그 비 오는 와중에도 금방 나무들을 구해서 불을 피워 주었다.  

 

 

가져온 텐트와 벌다아저씨의 복장까지 정말 운치있는 캠프 파이어였다, 궂은 일은 일떼군이 다 도맡아 했지만.

그날 저녁 불가에서 젖은 신발과 양말을 말리다가 예트카는 운동화끈 반쪽을 태워먹었고 크리스는 양말 두짝을 갈색으로 구웠고 나도 신발 양쪽을 조금씩 그을렸다. 좀 추웠지만 그덕에 불가의 온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둘째날의 캠프였다. 비 때문에 별은 못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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