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러지성 결막염.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완치가 불가능하니 눈알이 간지러울 때마다 약을 넣어주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했다.
이 평생 성가스런 불치의 병 때문에 몇 달에 한번은 반드시 병원을 가야 하고, 몇 십분씩 기다려서 10초도 안 걸리는 진료를 받고-진료래 봤자 무슨 약을 드리겠습니다 라는 말 뿐이며 그 '무슨' 약도 병원을 바꾸지 않는 한 몇 년이고 같은 약이다-3천원을 내야 한다.
안과의사는 늘 처방전 때문에 가는 나에게 형식적으로 3일 뒤 다시오라는 말을 하긴 한다.
하지만 난 한 번도 그 3일 뒤 간 적이 없고 약이 다 떨어지면 다시 같은 약의 처방전을 받으러 갈 뿐이다. 물론 진료카드가 있으니 내가 몇 번 왔는 지도 성의껏 알 수가 있을 것이며 같은 처방전을 군말없이 받아가는 걸로 봐서는 별 부작용 없이 쓰고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알아서 그런 지 오늘은 상태가 어떤지 빈 말 한마디 안 물었다.
몇 년째 안과를 다니는 나에게 안약을 다루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무자격 전문가 친구가 생겼는데 그 친구 말에 따르면 안약의 경우 장기사용을 하면 안압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모든 안약은 사용기간이 짧아서 그 이상 넘으면 새 것을 써야 한단다. 아니면 일회용 안약을 쓰는 것이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눈에 대한 최대 사고라 함은? 뻔하지.
그래서 안약병을 보니 그 작은 약병에도 개봉해서 한 달 안에 다 쓰라는 경고가 씌어 있었다.
진료시간 10초는 아무래도 너무 짧은 모양이다.
의사건 간호사건 자격증 있는 그 사람들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다.
의무적으로 두 장씩 주라는 처방전도 달랑 하나 써주면서,
나처럼 평생 안약을 써야하는 환자한테도 약병에도 써 있는 기본적인 경고 하나 안 읽어주면서,
(참고로 약병경고는 영어로 써 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에게도 그런 말 해주는 건 여태 한번도 못 들었다)
도대체 무슨 양심으로 A4지 한장에 3천원+보험료를 챙기시나.
맛없는 떡볶기값 2천원보다도 더 아까운 게 안과 처방전 값이다, 쳇.
다음부터 맥심커피믹스라도 훔쳐올까부다,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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