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렇게 쩨쩨한 로맨스|다이도 다마키


'째째한'이 아니라 '쩨쩨한'이 표준말이랜다. 

-사실 이 나이가 되면 같이 자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 나. 
그가 진지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전히 잠자리에 대한 얘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내가 물었다. 
-정말인가요?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어.
-그게 무슨 뜻이죠?
-그저 응접실의 장식처럼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단 말예요?
-그래, 괜찮아.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 섹스 같은 것도 필요 없다, 그거 참 저한테는 더할 나위 없는 생활이네요.   
-난 당신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이 그저 밝게 웃어주기만 하면 돼. 아니, 웃지 않아도 괜찮아*.

그는 바로 조수석 앞의 물품보관함에서 천천히 통장을 꺼내 들었다. 
-이건 당신 명의로 된 통장이야. 
또 시작이다. 또 돈으로 나를 옭아매려고 한다. 그래도 나는 그의 이런 호의를 거부하고 싶지 않다. 고마운 일이다. 사실은 이런 걸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것에는 사족을 못 쓴다.
(72~73쪽)  
*젊고 아름다운 청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면 꽤 식상한 사랑고백의 전형이지만 머리도 벗겨지고, 가족도 없고, 축 늘어진 배에 멍청한 쓰쿠모씨의 고백이기에 아주 절박하게 들렸다.  
 
1인칭이어도 소설에서의 '나'는 100% 정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솔직하고 정확하게 얘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표현이 서정적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빠진 상태에서 비약적인 적나라함으로 툭 뱉고 가는 주인공들이 그랬다.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의 주인공은 드물게 아주 정직하다. 
한 마디를 하기 전에 오가는 여러 가지 얍삽한 생각들, 한 번은 미화시키려고 노력해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밑바닥까지 고백해버리는 진짜 같은 허구의 인물이다.
 
저렇게 말한다고 해서 쓰쿠모씨가 진심으로 미호를 사랑하는 지는 알 수 없다.
어릴 적부터 차마 내색하지 못한 짝사랑의 뒤늦은 발현일 수도,
가족에게 외면 당하는 그가 외롭기 싫어서 택한 최상의 카드일 수도 있다.
물론 미호 역시 사랑인지 아닌 지는 모른다.
저렇게 뻔뻔하리만큼 솔직한 미호이기에 내숭일 리는 없겠지만, 쓰쿠모씨에 대한 오랜 시간동안의 감사가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에게 기대온 익숙한 시간들을 그냥 살아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미호라는 아주 인간적인-단점과 약점 모두- 여자의 얘기를 튀지 않게 만든 얘기방식이 신선했다. 약간 한국적이라는 느낌은 끊임없이 중얼대는 듯한 내용 때문일까, 아니면 일본소설에 대한 엽기적인 편견 때문일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