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Rossum's Universal Robot|카렐 차페크

알퀴스트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냥 늘 있는 진보일 뿐이죠.


도민 각각의 공장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로봇들을
각자 만들 거란 뜻이에요.
그 로봇들은 모두가 달라...마치 지문처럼 서로가 다 다르지. 
그러니 더 이상 함께 모여 작당을 일으키진 못할 거요.
그리고, 우린...우리 인간들은 로봇들의 편견을 더욱 조장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부추기는 거지, 알겠어요?
그래서 어떤 로봇도, 죽는 날 까지, 무덤으로 들어갈 때까지, 
다른 공장의 마크가 찍힌 로봇이라면 영원히 증오하게 될 거란 뜻이요.
할레마이어    이런 제기랄! 그럼 우린 흑인 로봇, 스웨덴 로봇, 이탈리아 로봇, 
                중국로봇들을 만들겠구만.  
                로봇들 머릿속에 '인류애'라는 개념을 집어 넣으려고 애쓰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하게 내버려 두자구. (딸꾹질을 한다.)
                실례합니다. 헬레나 여사, 한 잔 더 마실게요. 

도민 (읽는다)"만국의 로봇들이여! 우리, 최초의 로숨 유니버설 로봇 노동조합은, 
                인간이 우리의 적이며 우주의 떠돌이임을선언하노라"

갈박사 살아있는 노동기계를 군인으로 만든 건 죄악이었다구!
알퀴스트 죄로 치자면 로봇을 생산한 게 먼저네.

도민 ......알퀴스트, 인류를 예속하던 노동을 없애려고 한 우리 꿈에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사람들이 참아야 했던 고통스럽고 끔찍한 노동, 더럽고 진절머리 나는 고역들, 
그걸 없애려 했던 우리 꿈에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오, 알퀴스트, 일하는 건 너무나 힘들었어요. 
사는 건 너무 힘들었다구요. 그러니, 그걸 극복하는 건...
알퀴스트 두 로숨의 꿈은 아니었지.
늙은 로숨은 신을 부정하는 자신의 도깨비 장난에만 몰두했고
젋은 로숨은 돈밖에 관심이 없었어.
게다가 그건 당신들, 로숨 유니버설 로봇의 주주들이 가진 꿈도 아니었지. 
그들은 이익배당금을 꿈꾸었을 뿐이야. 
바로 그 배당금 때문에 인류는 멸망하게 될 거요.
도민 (격노하여)그까짓 배당금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구요!
당신은 내가 단 한 시간이라도 그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했을 거라고 보나요?
(탁자를 쾅 내리친다) 난 내 자신을 위해서 이 일을  했어요, 아시겠어요?
내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난 사람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기를 바랬던 겁니다. 
그래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지 않아도 되길 바랬어요.
난 그 누구도, 뭔지도 모르는 기계 앞에서 바보가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구요!
그 빌어먹을 사회의 쓰레기가 한 줌도, 단 한 줌도....
단 한 줌도 남지 않길 바랬던 겁니다!
난 비하와 고통을 혐오했어요!
빈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구요!
나는 새로운 세대의 인류를 원했어요!
내가 바랐던 건...내가 생각했던 건...
알퀴스트 그래서?
도민 (좀 차분해져서)난 모든 인류를 귀족계급으로 개조하고 싶었어요.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최상의 사람, 
아니 사람보다도 더 위대한 그 무엇으로 말이죠.
알퀴스트 그건 말하자면 초인이군 그래.
도민 그래요. 아, 100년 만 더 주어진다면!
미래의 인류를 위해 딱 100년만 더 주어진다면.
알퀴스트 오직 인간만이 생명을 번식시킬 수 있네.
내 시간을 빼앗지 말게.


*호문쿨루스(Homunculus): 16세기 독일의 연금술사 파라켈루스가 만들었다는 전설 속의 작은 인조인간
*골렘: 히브리어로 태아상태나 완성되지 못한 형상. 유대교의 신비의식인 카발라에 따라 종이에 주문을 써서 입에 넣거나 이마에 붙여서 생기를 불어넣은 진흙 인형  

로봇은 노동이라는 체코어 robota에서 온 말로 카렐 차페크의 형인 요제프 차페크가 제안한 이름이라고 한다. 이 로봇들은 인간의 노동을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조인간들로 몇 단계 진화를 거쳤다. 
로봇의 창세기에는 로숨 부자가 등장하는데 '공포스러운 유물론자'인 아버지, '늙은 로숨'은 
생명체를 만들어내려 실험을 거듭하다 드디어 물질적으로는 인간에 유사할 정도로 정교한
인조인간을 조립해낸다. 
아들인 '젊은 로숨'은 3일 밖에 살지 못한 아버지의 인조인간을 용도에 맞게 개조하기로 결심,
행복이나 음악 등 '삶의 윤기'이지만 그의 눈에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것들을 빼서 로봇을 순수한 노동기계로 개조해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 

그 뒤를 이어 로봇을 제조하는 회사 로슘을 이끄는 사람들은 영국인 기술자 파브리, 프랑스인 연구부장 갈 박사, 비즈니스맨을 줄인 말일 거라는 유태인 경리부장 부스만, 라틴어 Dominus 신을 의미한다는 경영자 도민과 라틴어로 그 어떤 자-신이 아니지만 신의 뜻을 미리 알리고 고난을 감수하는 선지자 aliquis를 의미한다는 건설노동자 알퀴스트이다. 

다들 이름으로 부여된 역할에 충실한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 날 
로봇들에게 노동권을 일깨우고 노동조합을 설립해 로봇해방을 이루려는 
인권운동가 헬레나가 등장한다.
모든 주요 인사들의 사랑을 갑자기^^받게 된 헬레나가 
10년 뒤 도민의 아내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로봇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이야기가 처음 선보인 시절엔 
로봇이라는 존재의 등장이 충분히 압도적이었을텐데
지금 이 로봇들은 인간이면서 로봇처럼 되어 버린 
노동의 분화-이주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대륙 간의 노동 불평등까지
현대의 노동환경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차마 인간에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로봇을 만들었던 
19세기 차페크의 우아한 사상에 절대 미치지 못하는 
이 현실적인 인권 수준이 충격적일 정도.

게다가 도민이 설파하는, 
꽤 인간 이기주의적인 철학은 
최소한 인간입장에서는 인본주의적으로 들린다.  
계급으로 인한 차이가 생기는 시점을 레저-여가로 본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바로 도민이 
모든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 공평하게 그 여가를 선물하겠다는 꿈을 가진 인물이라니
자본주의의 꼭대기 계급자인 사업가와 자애로운 신의 철학의 
이상적인 통합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인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미 존재하고 있는 로봇을 제외시켰던 그의 불완전한 이상은 미완으로 끝난다. 
누구의 세상이라고 정해버릴 수 없지만
아무튼 미래는 
인간과 로봇의 융합인 것 같은,
손으로 일을 하던 유일한 인간이자, 
그래서 로봇들이 희망으로 여겼던 마지막 인간 알퀴스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문을 연다. 

다 읽고 나면 궁금해지는 것.
로봇들이 노동을 전담하던 10년 간 
평등하게 레저를 즐기던 인간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로봇들에게 속수무책 멸종 당해버릴 만큼 물리적으로는 연약한 인간들이었지만
그들 각자의 죽음에 대처하는 방식은 이상적이었다. 
지구의 승리자는 로봇이 되었지만
정복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의 마지막이 슬프지만은 않았다. 

작은 균열의 시작이었을 로봇 프리무스와 헬레나.
갈박사가 몰래 바꾼 약간의 신체변경이란 
아마도 생식기능이었겠구나를 상상할 수 있다. 

흔히들 이야기하듯이 고상한 진실과 사악하고 이기적인 잘못 사이에 투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하나의 진실이 그에 못지 않게 인간적인 다른 진실과 대립하는 것, 이상이 다른 이상과, 긍정적인 가치가 역시나 긍정적인 다른 가치와 대립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대 문명에서 가장 극적인 요소라고 본다.

이런 인간에 대한 이상향을 가진 차페크라서 
로봇의 대량 생산을 책임지던 도민마저도 이상향을 꿈꾸던 인물로 그려낼 수 있었나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덧붙여 알찬 해설, 
당대 차페크의 반론까지 
두루두루 속이 꽉 찬 한 권.

지젤|유니버설발레단 정기공연


경사진 무대 위에 엄청 많은 윌리들이 하나 씩 등장하는 장면을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베일이 쏙 사라지는 건 국립 발레단인 줄 알았는데 유니버설이었고.
기억나는 게 이렇게 없으니 공연을 본다는 것은
그저 공연을 본다는 의미 뿐인가 ㅎㅎㅎ

오늘 지젤은 나부끼던 심청이의 홍향기가 맞나 싶게 
어딘가 건강한(?) 느낌이었는데 밝은 기운도 있어서 좋았고
엄마 역의 무용수 키가 꽤 커서 진짜 귀여운 딸 같은 느낌이 들었다. 
1막의 군무 추던 시골 처자들 유난히 발랄해 보이게 멋진 춤이었고
뒤에 앉아있던 무용수들이 무대배경과 잘 어울려서 
그림 속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좀 재미있었던 거- 
매드씬 전에 
기절한 걸로 되어 있는 지젤과 지젤 엄마의 손이
열심히 머리핀을 빼는 게 3층에서도 다 보임^^
그리고는 비교적 매우 곱게 미친 지젤.
하지만 난 발레에서는 춤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짧게 살살 넘어가는 매드씬에 불만 제로다-오늘 지젤은 그냥 심장병으로 사망한 걸로.

2막에서도 지젤은 어려운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데 
초반을 지나면서 굉장히 안정감 있어 보여서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1막에서는 살짝 불안정하게 착지했던 알브레히트도 
2막에서 처음 도약이 굉장히 높아서 나도 모르게 날숨이 후후.
숲에서 알브레히트 말고 다른 사람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오늘은 알브레히트 한 명.    
나타나기만 하면 시선을 사로잡는 우리 귀신들.
오늘은 주인공들이 춤을 추고 있어도 
윌리들이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시선이 갔다.
윌리들이 다리를 90도 넘게 살짝 올라가는 군무에서 
그 치맛자락이 날개 같아 보여서 귀여웠다.  
근데 오늘 윌리들 너무 수가 적어 보여서 아쉽다. 
그렇지만 이번도 즐거운 지젤 관람.

다음 예매 때 꼭 기억할 것-오른쪽 블럭에서는 지젤의 무덤이 안 보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코로나 기간 강제 휴업을 끝내고 무대를 올리면서 
인종 다양성과 성 인지 감수성을 고려해 여러 작품을 수정했다던데, 
발레에는 언제 그런 바람이 불어 오려나.
아무리 봐주려 해도 알브레히트는 진짜 너무 대놓고 막장인데 
지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기 실수로 그냥 춤추다 죽어버리는 건 어떨까 ㅋㅋ

더 포레스텔라 2021 앙코르


20210905

하늘 아래 같은 공연 없다지만 
그래도 비슷하긴 하니까 굳이 또 보러 가는 편은 아닌데, 
마지막까지 망설이다 본, 앙코르 콘서트로는 두 번째.

Inner Universe
이렇게나 선명한 네 개의 다른 목소리. 
목소리가 있는 그대로 들리던 것 같던 자연 그대로(??)의 음향이어서 너무 좋았다. 
지난 공연의 음향에 대한 불만 말끔히 해소. 
하지만 아직도 
노래로도 충분한 다채로움을
춤으로 분산 시킨 것에는 반대인 1인. 
 
당신이 듣던
오늘 공연에서 목소리 예뻤던 3집 수록곡.

Revival + Lay me down
흥이 한 껏 오른 고우림과 
가진 소리의 매력을 뽐내는 배두훈
-오늘 따라 정말 더 잘 부른 듯.
   
Shape of you
지난 번에 너무 훅-지나가 버려서 오늘은 무대에 집중하자(내 무대는 아니지만^^) 했는데
고우림과 강형호의 웨이브 발견!
겉은 수줍지만 속은 열정적인 고우림 버전과,
처음이 아닌데도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되는 강형호 버전의
동영상 기다립니다...

Champions
오늘 같은 음향으로 들을 수 있다니.
처음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In un'altra vita
목소리를 연주하는 것 같던 소프라노를 들려준 강형호, 
늘 잘하지만 오늘 더 짱짱했던 조민규의 소리로
오늘의 베스트.

오늘 음향 대만족.
소리 하나하나 살아나는 느낌이어서 앞으로도 음향이 계속 이러면 좋겠고 
앙코르 공연이라서 지난 번 Universe처럼 기대를 했었는데 
Dandelion은 다음 기회로...

그리고 오늘 공연의 대스타가 된 일명 세신춤. 
...아, 배두훈 ㅋㅋㅋㅋ
처음부터 너무 열연으로 시작한 이것은 기승전결이 분명한 하나의 완벽한 세신극.
근데 왜 이렇게 혼신을 힘을 다하시는 거예요 ㅋㅋㅋㅋ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뮤지컬 [금악 禁樂]

 

20210828 2:00

조선 왕이나 세자들은 본명이 참 이쁘다.

요절한 영특한 왕세자들은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번엔 효명세자 이영이다. 

안 봐서 몰랐는데 꽤 유명했던 드라마와 원작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모든 소리를 듣고 낼 줄 아는 성율, 

음악에 진심인 왕세자 이영,

비밀의 금지된 음악 '금악'으로 욕망을 이루려는 악당, 김조순.

그리고 금악에 갇힌 욕망의 화신 갈.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였고

국악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구조물이 최소화되어 조명으로도 풍부한 장면을 만든 무대도 인상적이었던 

신선한 공연이었다. 

자유를 위해 어두운 욕망을 이긴 율의 승리는 

욕망의 고삐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이영이 그 목마름을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희생으로 

역시 공짜는 없다--는 슬픈 결말. 

율이 갈을 처음 만났을 때, 

갈을 만나 금악에 사로잡혔을 때,

나중에 다시 율로 돌아올 때   

목소리가 달라지는 걸 보면서 배우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예 다른 목소리로 더 강하게 대조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했는데

남자배우가 갈인 버전이 있는 걸 나중에 알았다-아쉬움.

처음 등장부터 존재감이 엄청났던 갈. 

특히 연회날 춤꾼들 사이를 오갈 때 

처음 만나는 자유를 만끽하는 아이 같은 모습 특히 귀여웠다. 

이영은 꽤 온순하고 부드러운 왕으로 그려졌는데 

나중에 인터뷰를 보니 그것 역시 배우의 의도.

이대로의 공연도 좋았지만 

너무 고음으로만 폭발시키기 보다 

노래 안의 드라마가 살도록 다듬어지고 

그래서 한 번 듣고도 흥얼거릴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면 좋겠다는 약간의 아쉬움-

이 덜어질, 

갈이 처음으로 교감하게 된 인간을 만난 후의 변화나

임새의 갈등이나 

이영과 김조순의 갈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질지도 모를^^ 

다음 금악을 응원한다.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들. 

소리꾼 임새와 춤꾼 겨울의 캐릭터가 짧지만 강렬하게 남은, 모든 게 네가 처음이라

좋은 왕은 이런 거지 싶던, 비가 되어.

초반에 소리로 알 수 있는 게 이렇게나 많다는 걸 보여준 설정도 재미있다. 


다른 가수 때문에 본 몇 개 안되는 팬텀싱어3 무대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황건하의 뮤지컬 첫 작품이고

국악과 함께 하는 공연의 신선함에 끌려서 조기 예매하고 기다리는 사이 

델타변이도 그렇고 너무 멀기도 해서 좀 망설였는데  

공연은 대만족 + 친절한 직원 분들 덕에 경기아트센터도 만족. 


극의 중심은 성율과 갈이었어도 

이영의 존재감은 확실했는데 

대사 연기는 가끔 궁예 생각이 날 때도 있었지만^^

노래 연기는 정말 압도적.

내 생각에 언젠가 슈스가 될^^것이 확실한 황건하의 첫 무대 본 거 

나중에 자랑할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ㅋㅋㅋ


...요즘 예전에 못 봐서 안타까운 뮤지컬 불의 검을 유튜브에서 발견했다. 

노래들도 다 좋고 최민철-임태경 두 버전 다르지만 멋진데

듣다가 갑자기 마치 둘의 느낌이 다 살아있는 것 같은 황건하가 떠올랐다. 

불의 검 재공연도 있으면 좋겠고 황건하가 가라한이면 너무 좋을 것 같아.

더 포레스텔라 2021 - 고양

 


20210822

Inner Universe
나 이거 들으며 왔지.
방송에서도 살짝 느꼈었지만 
좌고저음 우강고음-정신을 쏙 빼놓는다. 


Scarborough Fair
전혀 열광하던 곡이 아니었는데  
오늘 휘몰아치고 갔다. 

We are the champions
전혀 열광하던 곡이 아니었는데 
휘몰아치고 두드리고 돌리고 던지고 후려치고 갔다.
왜. 무슨 일이죠? 


Dandelion
그 부분에서 그 소리가 나서 좋은 이 섬세한 노래를
라이브로 어디까지 들려줄 수 있을까...생각했었는데 
코믹을 곁들인 마무리에 쓰러지기 전까지 
그 맛보기에 이미 진지하게 반함.
정확하게 불러줄 거 같은데, 언제요....
진짜 짧은 맛보기였는데 제일 듣고 싶다고.
이미 포레 팬이라서 공연을 가는데 
강형호는 공연 때마다 맨날 재입덕하는 기분.
Paranoid Android 같은 곡은 사실 취향도 아닌데
라이브로는 의외로 푹 빠져서 들음.


Revival
Change on the rise가 너무 강렬했어서 오히려 기대가 줄어든 솔로곡이었는데
들썩들썩 신난다. 
고우림은 어디서 이런 노래 잘도 찾네.


Thriller + Smooth Criminal
사실 요 두 곡은 유튜브로 이미 많이 봐버렸는데 
처음의 놀란 마음은 이제 조민규 챌린지에 정착 ㅋㅋㅋ 아주 잘 크고 있다. 


Bohemian Rhapsody
곡 소개를 할 때 속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많이 들었으니까 다른 노래로 바꿔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1초 스쳤었는데
...노래 끝나기도 전에 눈물 남. 


Shape of you
라이브로 보는 건 처음인데 
1부에서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서 무려 이 노래가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게다가 마마시타 망원경으로 본다고 오바 떨다가 마마시타 놓침.
완전 망함 ㅋㅋㅋㅋ

Champions
언제 들어도 또 듣고 싶은.


In un'altra vita
공연 앵콜은 영원히 In un'altra vita였으면.
나는 내 입덕곡이라 좋은데 포레는 팀결성 첫 곡이라 소중하다고 한다.  
토요일 거 보니 강형호가 울컥 해서 기쁨을 주는^^ 사이
마치 경연 때처럼 조민규와 배두훈이 소리 더 내줘서 옛날 버전 생각났다. 
좋은 부분 많지만 경연 때 배두훈의 치라샤모는 완전 소중.


동네 공연도 못 가는구나 절망에 빠져 있다가 구한 표라 
4층도 감사한 마음으로 갔는데 
1부 음향이 고르지 않아서 마이크 소리가 엄청 째지게 났다. 
뒷부분에서 수습이 됐고 
몇 곡은 그 악조건을 뚫고 나와서 다행이긴 했는데 
그래도 아쉽. 
3층에서 본 동행은 괜찮았다니 4층이 좀 이상했나 본데
나도 원해서 고른 건 아닌 처지에
또 4층 밑으로 내려갈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나의 관객 미래가 좀 씁쓸하다. 
 

오월의 청춘|2021



5월 같은 명희


광주와 5월. 
예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결말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가 
의외의 발랄한 동영상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 가려나?

일단 보기 시작하고는 수련이와 명희의 광주사투리에 빠져 
단숨에 8편을 다 보고 마지막 4회는 실시간으로 보기에 이르렀다. 
광주는 언제나 다큐멘터리와 묵직한 극 속에서 
분노와 먹먹함을 불러일으켰는데
사랑이야기 속의 연인들을 따라가는 광주의  이야기는
훨씬 더 감정적으로 다가 앉게 해주었다. 
등장 인물 하나 하나가
시대의 중압감을 열연으로 승화시켜 준 것 같고. 
이제 광주의 진실은 더 밝혀져야 하고 갈 길이 멀지만 
먼 미래에 
역사와 과제로 만이 아니라 
디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더 가깝게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의 제일 큰 공신은 광주 말씨. 
철학 단계를 지나 밥 먹자는 놈은 뭔가 아주 잘못된 거고, 
식당 단계에서 암시랑토 없이 밥을 먹는 놈은 털털한 여자를 좋아하는 강적이며 
그  앞에서 국밥 처먹는 꼴을 보인 건 끝장이라는 야무진 조언을 날리는 수련의 사투리가 
초반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이어지는 명희의 아버지 김원해와 어머니 황영희는 
외지인의 귀에는 진짜 원어민 같은 느낌.
게다가 김원해는 얼굴 하나 눈빛 하나가 다 '김현철'씨 같아서 
이상하게 얼굴을 그냥 보는 것 만으로 눈물이 난 적이 여러 번 이었다. 
명희 사투리도 좋았지만 
그보다 내새끼 모드로 늦둥이 동생 명수의 달리기를 응원할 때 같은
명감탱이 모드가 더 좋았다. 

내가 처음 본 클립이 명희와 희태의 맞선 장면이었는데
그 때 이미 즐거운 두 사람의 모습이 보고 싶어 다시 본다는 댓글이 줄줄.
결국 나도 후반부를 보고 나서 그 장면을 여러 번 볼 수 밖에. 

하필 눈물 흘리는 수련에게 반했던 인정의 경찰관
-지금 같으면 징계감이었긴 하겠지만^^-도 생각나고 
이야기기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신기하게도 웃음을 담당해주던 희태의 묘한 분위기도 범상치 않았고
나만 모르고 있던 것 같은 이상이의 디테일
-택시에서 희태 시점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대사를 말하고 있던 수찬 같은-
도 극을 채워준다.  
이렇게 젊은 배우들이 
스타성을 훨씬 뛰어넘는 연기력으로 꽉 채우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마지막회 특별 출연자들까지 여운을 더하던. 
마음 아픈 사랑이야기였지만 결국 떠오르는 한 사람. 
29만원짜리 화수분은 꼭 비극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PITTA (강형호) - dandelion

 


강형호의 보칼리제.


아직도 월요병이 오페라보다 잘 어울릴 것 같은 얼굴로 

듣는 사람들의 턱을 도미노로 떨어뜨리던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모습이 생생한데 

그 강형호가 PITTA라는,

솔로 강형호에게는 이 이상 없을 것 같은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들려주는 두 번째 음악이 

오늘 나왔다. 


올스타전 때 이너 유니버스는 

뱃사람들이 들었던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는 세이렌이 이건가 싶을 정도인 

그 묘한 분위기가 무한 반복을 불렀다. 

온갖 고음을 생목으로도 찢고 크리스틴으로 찢으며 돌아다니던 강형호가 

소년 합창단 목소리까지 들려줬기 때문에 

이제 자기 소리의 샘플채집은 거의 다 끝나지 않았을까, 

이제 그걸 조합해서 어떻게 들려줄까-

만 생각했었는데.

그랬는데.   


Dandelion의 강형호는 다시 새 목소리들을 들고 나타났다. 

들었던 소리들 속에서 성숙한, 하지만 다른. 

이런 소리들을 내는 사람은 음역이고 스타일이고 다 필요 없다. 

그냥 자기 소리만 잘 내면 된다. 

과연 무대에서 이 소리들의 이 질감을 얼마나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가

남은 궁금증이자 기대. 


유니버스에서 애타게 자신의 우주를 부르고 

이너 유니버스에서 우주의 목소리에 각성해 본연의 나를 찾아 가겠다더니 

이제 민들레가 되어 세상을 향한 것이 아닌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세상에서 나로 돌아오는,

구성으로는 참 모범적인 전개인데 

목소리가 차지한 표현의 세계는 

모범적인 행보란 걸 잊을 만큼 충격적이란 게 

정말 대반전.

근데 이게 또 시작이란 건 더 반전.

모범적인 이야기들의 전개에서 

이제 그 민들레의 미래는 또 성장일테고

강형호는 모범생이니까 

...그래서 다음엔 또 뭐겠냐고요...이제 상상을 포기하고

두근두근만 남겨놓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