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뮤지컬 [금악 禁樂]

 

20210828 2:00

조선 왕이나 세자들은 본명이 참 이쁘다.

요절한 영특한 왕세자들은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번엔 효명세자 이영이다. 

안 봐서 몰랐는데 꽤 유명했던 드라마와 원작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모든 소리를 듣고 낼 줄 아는 성율, 

음악에 진심인 왕세자 이영,

비밀의 금지된 음악 '금악'으로 욕망을 이루려는 악당, 김조순.

그리고 금악에 갇힌 욕망의 화신 갈.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였고

국악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구조물이 최소화되어 조명으로도 풍부한 장면을 만든 무대도 인상적이었던 

신선한 공연이었다. 

자유를 위해 어두운 욕망을 이긴 율의 승리는 

욕망의 고삐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이영이 그 목마름을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희생으로 

역시 공짜는 없다--는 슬픈 결말. 

율이 갈을 처음 만났을 때, 

갈을 만나 금악에 사로잡혔을 때,

나중에 다시 율로 돌아올 때   

목소리가 달라지는 걸 보면서 배우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예 다른 목소리로 더 강하게 대조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했는데

남자배우가 갈인 버전이 있는 걸 나중에 알았다-아쉬움.

처음 등장부터 존재감이 엄청났던 갈. 

특히 연회날 춤꾼들 사이를 오갈 때 

처음 만나는 자유를 만끽하는 아이 같은 모습 특히 귀여웠다. 

이영은 꽤 온순하고 부드러운 왕으로 그려졌는데 

나중에 인터뷰를 보니 그것 역시 배우의 의도.

이대로의 공연도 좋았지만 

너무 고음으로만 폭발시키기 보다 

노래 안의 드라마가 살도록 다듬어지고 

그래서 한 번 듣고도 흥얼거릴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면 좋겠다는 약간의 아쉬움-

이 덜어질, 

갈이 처음으로 교감하게 된 인간을 만난 후의 변화나

임새의 갈등이나 

이영과 김조순의 갈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질지도 모를^^ 

다음 금악을 응원한다.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들. 

소리꾼 임새와 춤꾼 겨울의 캐릭터가 짧지만 강렬하게 남은, 모든 게 네가 처음이라

좋은 왕은 이런 거지 싶던, 비가 되어.

초반에 소리로 알 수 있는 게 이렇게나 많다는 걸 보여준 설정도 재미있다. 


다른 가수 때문에 본 몇 개 안되는 팬텀싱어3 무대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황건하의 뮤지컬 첫 작품이고

국악과 함께 하는 공연의 신선함에 끌려서 조기 예매하고 기다리는 사이 

델타변이도 그렇고 너무 멀기도 해서 좀 망설였는데  

공연은 대만족 + 친절한 직원 분들 덕에 경기아트센터도 만족. 


극의 중심은 성율과 갈이었어도 

이영의 존재감은 확실했는데 

대사 연기는 가끔 궁예 생각이 날 때도 있었지만^^

노래 연기는 정말 압도적.

내 생각에 언젠가 슈스가 될^^것이 확실한 황건하의 첫 무대 본 거 

나중에 자랑할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ㅋㅋㅋ


...요즘 예전에 못 봐서 안타까운 뮤지컬 불의 검을 유튜브에서 발견했다. 

노래들도 다 좋고 최민철-임태경 두 버전 다르지만 멋진데

듣다가 갑자기 마치 둘의 느낌이 다 살아있는 것 같은 황건하가 떠올랐다. 

불의 검 재공연도 있으면 좋겠고 황건하가 가라한이면 너무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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